KCA손해사정 부실 조사·교보생명 부실 검토 의혹… 가입자에 ‘불똥’

제보자 A씨로부터 제공받은 고소장, 손해사정서 등의 자료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교보생명으로부터 부당 합의와 함께 보험금을 지급 받지 못했다며 본지에 사연을 제보한 가입자의 남편 A씨가 교보생명 자회사 ‘KCA손해사정사’를 11월19일 검찰에 고소했다고 일요서울에 입장을 전했다. 앞서 본지는 지난 11월2일 교보생명과 가입자 간의 보험금 미지급 갈등 문제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본지 제1383호 [단독] 교보생명, 부당 합의 제안· 보험금 미지급 버티기 논란 기사 참조) 보도 이후 A씨는 “그 동안 교보생명과 그 자회사인 KCA손해사정은 (일단) 속여보고 만약 (가입자가) 속으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요량으로 대응해 왔다”며 “여전히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히 이번에 발생한 교보생명 보험금 미지급 사건과 관련해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인 ‘셀프 손해사정’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제보자 “손해사정사, 허위 문서 작성으로 보험금 불지급”

사측 “확인 절차 진행 중”...‘셀프손해사정’ 개선 시급 지적도

A씨 측은 지난 19일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에 허위 손해사정서를 작성한 KCA손해사정 소속 손해사정사 김모씨와, 소속 직원 백모씨를 형사 고소했다.

A씨는 교보생명 측에 보험금 지급 거부 사유서를 자택으로 보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약 6개월 동안 받지 못했다. 보도 이후 A씨는 반년 만에 KCA손해사정으로부터 손해사정서를 교보생명으로부터는 ‘보험금 불지급 안내’ 문서를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반년 만에 받은 손해사정서에서 발생했다. KCA손해사정에서 보낸 손해사정서에는 “상기 보험금 청구 건에 대한 손해사정 결과, 해당 보험약관 보험금의 종류 및 지급사유에 해당(부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손해사정의견이 적혀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A씨는 교보생명에서 보낸 보험금 불지급 안내 문서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을 발견했다. 문서에 따르면 “주치의 소견을 검토하였을 때 피보험자가 청구한 금번 통원은 뇌경색 이후 좌측 편마디에 대한 물리치료를 시행하기 위해서라는 소견이 확인된바, 금번 청구하신 통원이 약관상 재해통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내용이었다. 이어 “청구하신 보험금은 부득이 지급해드리지 못함을 알려드리오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주치의 소견이 근거?
주치의, 당시 상황 “몰랐다”

보험금 불지급 안내 문서에는 주치의 소견을 근거로 들고 있지만, KCA손해사정에서 보낸 손해사정사의 현장조사 정보에 의한 담당의 소견에는 “의료사고 등에 대해 언급할 위치가 아니라는 구두 소견이며… (이하 생략)”이라고 적혀 있다. A씨는 “손해사정사는 담당의 소견에 ‘주치의의 구두소견’이라고 직접 작성했다. 이에 아내와 함께 주치의에게 직접 가 이런 소견을 말한 적 있냐고 보여줬다”며 “주치의는 당시에 ‘의료사고가 있는지 모르는 상태였고, 찾아 온 손해사정사도 어떤 의료사고로 뇌손상이 생겼는지 말해 주지 않았다. 담당의사가 의료사고라고 써 주는 경우는 없다’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A씨는 손해사정사가 의료소송 내용을 주치의에게 말하지 않았다며 ‘주치의가 의료사고 등 언급할 위치가 아니다’라는 문구는 손해사정사가 허위로 꾸민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A씨는 교보생명이 ‘의사(병원)가 진단서에 질병으로 (처리)했다’라는 부분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A씨에 따르면 KCA손해사정으로부터 받은 손해사정서에는 진단서가 없었다. 또한 A씨가 교보생명에 청구한 것은 통원치료비지만, 통원치료비를 청구할 경우 진단서는 구비서류로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교보생명 측은 일부 언론 매체에 “해당 병원에서 질병 진단서를 발급·이를 근거로 재해통원비를 지급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한 바 있다. A씨는 “사측이 주장하는 진단서는 손해사정사가 임의로 만들어온 진료확인서로 추정된다”며 “진료확인서는 정해진 것 없이 의료기관에서 임의로 양식을 정할 수 있다. 진료확인서는 엄연히 진단서와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교보생명이 진단서가 아닌 것을 진단서라고 하며 주치의 잘못처럼 핑계를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A씨는 사측에서 “질병과 재해는 양립할 수 없다” 말한 부분에 대해 의료사고는 질병으로 병원에 간 사람에게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립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양립이 안 된다면 의료사고를 당할 시 질병 역시 부인되기 때문에 보험금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약으로 납부
“받을 권리 있어”

A씨는 보험가입 증서를 살펴봐도 교보생명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억지라는 지적이다. 보험가입 증서에 따르면 재해치료비특약에 통원급여금 1만 원과 골절통원치료특약에 통원급여금 2만 원 합계 1일당 3만 원이다. 이 부분은 가입자가 특약으로 납부했기 때문에 가입자가 지급 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질병으로 받은 입원비 특약 역시 가입자가 특약으로 추가 납부를 했기 때문에 받을 권리가 당연히 있다고 A씨는 설명했다. A씨는 사측이 재해특약에 한정시켜버리려는 행위, 질병과 의료사고를 연속으로 겪은 사람을 의료사고에만 한정시켜 질병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행위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정당하게 보험금을 납부했지만, 보험사는 정작 필요할 때는 소비자를 외면한다고 씁쓸해 했다.

교보생명 측은 관련 사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사측 관계자는 “현재 해당 내용에 대해 관련 부서의 검토가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한 병명에 대해 두 개(질병, 재해)의 코드로 지급될 수 없는 점에서 ‘질병과 재해가 양립할 수 없다’고 안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주요 보험사 대부분이 손해사정 업무를 자회사를 통해 사고를 조사하고 손해액을 평가 및 결정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받은 바 있다. 이에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으로 알려진 ‘셀프손해사정’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국내 주요 보험사 6곳의 손해사정 업무 대부분을 위탁하고 있는 11개 손해사정업체는 한 곳도 빠짐없이 모 보험사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현재 KCA손해사정 경영을 맡고 있는 인물 역시 교보생명 부사장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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