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광주 상공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가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30일 오전 서울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왼쪽은 부인 이순자 씨. 2020.11.30. [뉴시스]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광주 상공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가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30일 오전 서울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왼쪽은 부인 이순자 씨. 2020.11.30. [뉴시스]

[일요서울]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1심 선고를 앞둔 전 대통령 전두환(89)씨가 30일 법원으로 출발했다. 자택을 나선 전씨는 사과를 요구하는 이들을 향해 되레 호통을 쳤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42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1심 선고공판이 열리는 광주지법으로 부인 이순자(82)씨와 함께 출발했다.

이날 전 대통령은 검정색 중절모에 감색 양복을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나와 취재진 등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했다.

전씨는 차에 올라타기 전 "대국민 사과하라"고 외친 유튜버들을 노려보며 큰 소리로 무언가 소리를 치기도 했다.

당초 시위를 벌이던 유튜버들에 따르면 "시끄럽다 이놈아"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재확인 결과 "말조심해 이놈아"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유튜버 약 3~4명은 오전 7시부터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전두환은 대국민 사과하라", "사자 모독죄로 법정구속될 것이다" "살인마 전두환"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 외 다른 시민단체 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폴리스라인 등 경찰 통제로 인해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연다. 이날은 고소 1314일째, 기소 943일째이다.

결심공판까지 18차례 재판이 열렸고, 신문에 나선 증인은 총 34명이다. 검찰 측 증인 22명, 전씨 측 증인 10명, 감정 증인 2명이다.

검찰은 지난달 5일 결심공판에서 전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다양한 자료와 여러 진술을 검토·확인,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실재했다고 결론지었다.

검찰은 5·18 때 발포 허가의 책임이 있는 전씨가 회고록 발간 당시까지 헬기 사격에 부합하는 자료가 다수 존재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조 신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점에 비춰 범죄의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전씨가 회고록에서 국가폭력 부인과 함께 독재를 합리화, 헌정 질서를 해치는 주장을 펼쳤다고 봤다.

동시에 헌정 질서에서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거짓 주장으로 타인을 비방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전씨는 반민주적인 결론에 부합하는 절반의 진실 또는 잘못된 논거를 모아 객관적 증거로 포장해왔다.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선택해 저술했다. 부정의한 역사를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자명예훼손죄는 개인 명예를 위한 것이지만, 피해자·목격자의 명예를 보호하는 일은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기 위한 장치다. 진실을 왜곡하려는 이들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 될 수밖에 없다"며 "판결로 역사적 정의를 바로세워달라"고 요청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2018년 5월3일 재판에 넘겨졌다.

전씨는 "광주에서 헬기 사격은 없었다"는 취지와 함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반면 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다수의 광주시민은 1980년 5월 광주 상공에서의 헬기 사격 목격을 증언했다.

사자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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