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수
장덕수 대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인 9일경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한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부터 줄곧 전직 두 대통령에 대한 대국민사과 의사를 밝혀왔다. 지난 8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4·15 총선 백서를 보고받는 자리에서도 박 전 대통령 탄핵과 이 전 대통령 구속을 직접 언급하며 사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뭔가 잘못해서 국민에게 질책을 받은 것이니, 거기에 대한 차원에서 보더라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는 필요하다”고 대국민사과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사과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이 납득해야 하는데, 과연 김 위원장의 사과를 국민이 지금의 국민의힘, 과거 한나라당(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새누리당(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과로 받아들일 것인지 의문이다.

진정한 사과가 되기 위해서는 잘못된 행위에 대해 변명 없이 인정하고 반성한 뒤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책임과 보상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해 당사자가 직접 사과하는 것이다. 대리사과는 백 번을 해도 사과 효과가 없다. 김 위원장은 이미 지난 8월 대리사과를 한 적이 있다.

김 위원장은 19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 추모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광주의 비극적인 사건을 부정하고 5월 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의 발언에 저희 당이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 잘못된 언행에 당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진실한 사과 말씀을 드린다"라며 사과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김 위원장의 5.18 사과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나 광주시민과 국민들에게 얼마나 감흥을 주었는지는 미지수다. 실제 얼마 지나지 않아 과거 5.18 민주혁명에 대해 부정적으로 묘사했던 의원들은 종전 입장에 대해 사과나 수정하지 않았고 김 위원장 개인의 '나 홀로 사과'에 대해 많은 의원과 당원들은 그 의도와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5.18 김종인 무릎사과는 기대했던 정치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전두환 신군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국보위)에 참여하고 5.18 참사에 대한 모르쇠로, 당시 집권당 비례국회의원을 역임했던 개인 과거사에 대한 '김종인의 개인 사과'로 치부됐다.

이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과' 역시 제2의 '김종인 개인 사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김 위원장은 사과의 당사자가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범법행위에 대해 사과를 할 주최는 당시 두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당시 소속정당과 그 추종 정치세력이어야 한다. 

물론 현 국민의힘이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을 이은 정치세력이기 때문에 책임자이자 당사자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이다. 대주주도 아니고 내부 적통도 아니다. 위기관리를 위한 임시 경영인이 구성원의 뜻과 전혀 다른, 동의를 받지 않은 경영 결단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김 위원장의 '사과발표'에 동의하는 주호영 원내대표조차 '뭔가 잘못해서 국민에게 질책을 받은 것'이라며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 사과 원인에 대해 모호하게 답하고 있다. 즉 '왜 사과하는지는 모르지만, 사과하는 것이 좋다니 그래 사과하자' 뭐 이런 식이다. 더욱이 탄핵을 반대했던 소위 태극기 우파들은 아직도 '탄핵무효-박 대통령 석방'을 외치고 있다. 그 숫자야 미미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보수진영'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한 축이다. 

우리 국민은 왜 일본에 대해 계속해서 일제식민과 위안부·강제징용 등에 대해 거듭거듭 사과를 요구하고 불신할까. 몇몇 수상들이 과거사에 대해 '매우 깊은' 사과를 했지만 다음 수상이나 의회, 우파들이 이를 뒤집어 역사를 왜곡하는 행위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 때 몇몇 넋 빠진 후보들의 '세월호' 망언으로 유권자 표심이 어떻게 됐는지 생생하게 지켜보지 않았나. 당을 혁신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과거와의 절연'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두 대통령에 대한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필자 역시 보수진영의 '반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성과 사과'가 진정성 있게, 그리고 정치적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반성과 사과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오늘 반성하고 내일 성토하는, 안팎이 따로 노는 집안 꼴은 어딜 내놔도 깨진 쪽박신세일 뿐이다. 김종인 개인의 사과가 아니라 '당의 사과'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의견수렴이라도 거쳐 진정성 있는 사과가 되도록 해야 한다.

도저히 설득이 어렵다면 적어도 5.18 민주혁명을 '북괴의 폭동'으로, 탄핵을 '정치 공작'으로 주장하는 세력과의 단절이라도 선언해야 한다. 안 되면 비대위원장 직이라도 걷어차고 나와야 한다. 국민은 '김종인‘의 사과가 아니라 '당‘(국민의힘)의, '보수진영’의 반성과 사과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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