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미 외교차관 회담, 10일 북핵수석대표 협의
대선 이후 미국 자극 않는 북한…일단 신중 모드
향후 협상력 높이려 도발 나설 가능성 배제 못해
대화 모멘텀 유지, 상황 관리에 무게 실을 전망

발언하는 스티븐 비건 부장관 [뉴시스]
발언하는 스티븐 비건 부장관 [뉴시스]

 

[일요서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이번 주 한국을 방문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핵 협상을 담당해왔던 관리로는 사실상 마지막 방한으로 북한에 도발 자제와 대화 재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마지막까지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7일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의 초청으로 비건 부장관이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한국을 방문해 고위급 협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건 부장관은 오는 9일 최종건 제1차관과 외교차관 회담을 진행한 후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북핵수석대표협의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양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비건 부장관은 한국 당국자들을 만나 한미동맹과 인도태평양 전역의 지역 안보·안정·번영을 위한 우리의 공동의 약속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북한과 관련해 지속적인 긴밀한 조율"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비건 부장관은 북미 싱가포르 합의 직후인 지난 2018년 8월 미국 대북특별대표에 임명돼 2년4개월간 대북 실무 협상을 총괄해 왔다. 특히 지난해 12월 국무부 부장관으로 임명된 후에도 대북특별대표를 겸임하면서 우리 정부와 북미 협상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 왔다.

오는 1월20일 트럼프 행정부의 임기 종료와 함께 비건 부장관 역시 대북 업무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새로운 협상 돌파구를 마련하기보다는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과거 미 정권 교체기처럼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과 같은 도발에 나설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강견 노선으로 전환될 수 있는 만큼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서는 전략 도발을 자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가 승리를 선언한 지 한 달이 지난 상황에서도 특별한 대미 메시지를 내지 않은 채 북미 관계 설정에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 매체도 바이든 당선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 당국은 해외 공관에 미국을 자극하는 대응을 할 경우 해당 대사를 문책할 것이라며 단속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극심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핵 미사일 고도화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 반면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수해 피해 등 삼중고 상황에서 인민들의 경제 생활 향상을 위해 제재 완화를 위한 협상 유인이 있다는 관측이다. 

존 브레넌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4일(현지시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화상회의에서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현재 절실히 필요한 지원을 얻기 위해 협상을 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시작된 국경 봉쇄가 지속되면서 북한 경제에도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북중 무역은 지난 10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99.4% 감소했고 식료품 가격 급등, 환율 급락 등 현상도 보였다.

반면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 정책 수립 기간 동안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최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은 내년 1월 8차 당 대회에서 열병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 신 행정부에 대해 군사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북한은 미국 대선을 앞둔 지난 10월 노동당 창건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선보이기도 했다.

정부 역시 바이든 행정부에서 대화와 도발 가능성이 공존하고 있으며,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동시에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지금부터 과도기에 도발로 갈 수 있는 요소들을 줄이고, 동시에 대화의 모멘텀은 유지하는 것이 우리 정부에서는 상당히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미국 신 행정부가 비건 대표의 후임을 조기에 임명해 발표하는 등 대북 협상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인사였던 커트 캠벨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역시 미국 민간연구기관 애틀란틱카운슬이 2일(현지시간) 개최한 한반도 관련 화상회의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외교의 우선순위에 올리고 한미동맹 간 대북정책 논의를 통해 북한에 먼저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오는 11일 비건 부장관과 미국 대표단을 초청해 격려 만찬을 갖고, 그간 비건 부장관 등 미측이 한미 관계 발전 및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노력해 준 것을 평가하고, 앞으로도 미 측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당부할 예정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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