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강만수, 오바마가 살렸다

이명박 대통령(MB)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의 소통을 위해 퇴진론에 시달리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계속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부의 2인자로 급부상한 가이스너 미 재무장관 내정자가 시티 그룹 고문인 ‘루빈 인맥’이며 국내에서 루빈과 가장 관계가 돈독한 사람이 강 장관이기 때문이다.

공화당 부시 대통령과 ‘프랜들리’ 정책을 펼치며 가깝게 지내온 MB정부에겐 향후 발전적 한-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오바마 인맥 잡기’가 최우선이다. 따라서 MB는 ‘강 장관 퇴진’에 대한 여론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강만수 카드’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MB정부와 오바마 차기 미국 대통령의 통로는 오바마 대선캠프에 참여한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고문으로 예상된다.

루빈 고문은 오바마 정부의 2인자로도 불리는 초대 재무장관 자리에 ‘루빈 사람’으로 불리는 40대의 젊은 ‘가이스너’를 앉히면서, 새 정부의 막후 실세로 떠 올랐다. 루빈 고문은 지난 번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에도 시티은행 회장과 함께 일등 공신이었다.

오바마의 실세 ‘루빈’과 가장 가까운 MB정부 사람이 바로 ‘강만수 장관’이다.

루빈 고문은 민주당 클린턴 정부의 재무 장관이던 11년 전 한국이 외환 위기를 맞자 존 리드 시티은행 회장을 통해 당시 재경부 강만수 차관에게 “우리는 한국에 대한 약속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루빈-시티-강만수’로 연결되는 인연이 MB와 오바마를 잇는 핫 라인으로 부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의 역할도 기대된다.

시티은행은 이미 지난 73년 1차 석유파동 때 달러가 절실했던 한국에 차관을 제공했다. 이후 한국 정부는 87년 씨티은행에 25개의 지점을 허가했다.

조윤선 의원은 바로 이 한국시티은행 부행장 출신이다.


위기의 강만수 웃기 시작했다.

시티그룹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시티 라인이 새로운 백악관을 점령하는 시기에 맞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웃기 시작했다.

강 장관은 3일 저녁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초청 강의에서 “이런 위기에 CEO출신 대통령을 가진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미 11월 2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 모두 발언에서 밝은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강만수 장관은 11월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것에 의미를 두며 “12월은 물론 내년에도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해 대외신인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퇴론에 시달리며 곤혹스러워하던 종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께서 강 장관을 신임하는 듯한 발언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강 장관 경질론은 섣부른 판단인 것 같다”고 말했다.

MB역시 여러차례 강 장관에 대한 신임을 표현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강 장관 역시 28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어려운 시기에도 미래를 위한 준비를 동시에 해야 한다”며 공직자들을 독려했다.

MB는 10월말 청와대에서 가진 조석래 전경련 회장 등과의 티타임에서도 한-미 통화 스와프와 관련 “강 장관이 미국 가서 미국 재무장관, FRB의장과 애기를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참석자들은 MB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자리에도 없던 강 장관 이야기를 다소 느닷없이 꺼낸 것은 강 장관에 대한 신뢰가 여전하다는 의지를 간접 표현한 것이 아니냐’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나라당 관계자는 “당시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체결의 미국 파트너가 오바마 대선 캠프의 브레인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고문과 시티은행 회장이었다”며 “강 장관과 이들 사이의 인연이 협정체결의 주요 변수였음을 무시할 수 없다”며 강만수 역할론을 조심스럽게 거론했다. 결국 현 상황으로 볼때 강만수 장관은 오바마 인맥의 바람을 타고 MB의 신임을 받은 가능성이 높다.


강만수 질타 목소리 어떻게 잠재우나?

그러나, MB의 ‘강만수 카드’고수에는 장애물도 많다.

원조보수인 김용갑 전 의원은 불교방송 ‘김재원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수장 강만수 장관이 앞으로 어떤 정책을 내놓든 국민도 신뢰하지 않고 야당도 신뢰하지 않고 시장도 신뢰하지 않고 모두가 신뢰하지 않는데 어떻게 경제를 풀어나갈지 걱정"이라며 강 장관의 경질을 촉구했다.

MB의 측근 박창달 전 의원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강만수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전 의원은 이와 관련 “민심을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과 한나라당 일부에서도 MB의 강만수 감싸기를 연일 질타하고 있어, MB의 재차 신임 표현에도 불구하고 강 장관의 자리는 가시방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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