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편집국장
홍준철 편집국장

정치권과 ‘거리두기’하며 조용하게 지내던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여의도에 핫한 인물로 다시 떠올랐다. 최근 유 이사장이 검찰이 노무현 재단 계좌 추적을 했다는 과거발언에 대해 사과하면서다. 야권은 뒤늦은 사과를 비판하면서 대선의 출마를 위한 사전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유 이사장은 이미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차기 대선 불출마 입장을 분명히 밝힌 상황이다. 하지만 친문 진영에서는 대선이 1년 남짓 남은 상황이지만 자신들이 믿을만한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야권의 이런 의구심이 반갑기만 하다. 

유 이사장은 어떤 인물인가. 이미 2007년 대선에 출마한 바도 있지만 지난해 조국 사태를 맞이해 적극 옹호해 친문 지지 세력의 환호를 받았다. 유 이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경호실장으로 불릴 정도의 원조 친노면서도 몇 안되는 친문 잠룡중 한명으로 꼽힌다. 특히 유튜브 ‘알릴레오’ 방송을 통해 대중적 인기까지 더해 ‘유시민 팬덤’을 만들었다. 친문 지지자들의 결집력이 더해져 알릴레오는 삽시간에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작년 가을 조국 사태가 터졌을 때 유 이사장은 친문 진영을 대표하는 인사로 맹활약하며 조국 일가를 두둔하고 변호하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총선 180석 압승을 전망해 그의 말대로 됐지만 자신의 예측이 아니였다면 200석도 됐을 것이라며 정치비평을 그만뒀다. 

그런 그가 최근 아이러니하게도 사과발언이 차기 대권 주자로 재차 거론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안희정->조국->김경수로 이어지는 친문 적자 대권후보들이 줄줄이 대선 가도에서 멀어졌다. 이대로면 친문이 정권  재창출은 요원한 게 현실이다. 그래서 유 이사장의 대선출마 여부는 정치권의 뜨거운 화두였다. 

현재 여야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1위를 달리는 이재명 지사는 친노나 친문도 아니고 오히려 비문·반문에 가깝다. 대항마로 친문이 밀던 이낙연 대표의 대선 후보 지지율이 다시 반등하기는 요원하다. 대안 인물인 정세균 총리나 김두관·이광재.추미애 등이 친문 후보를 자청하고 있지만 친문 진영과 과거 앙금이 있거나 미미한 지지율이 한계다. 

이런 가운데 유 이사장의 대권 부상은 친노.친문을 다 아우를 수 있는 최상의 카드임에는 분명하다. 결국 친문 주류진영에서는 유 이사장이 ‘안나간다’고 해도 과거 문재인 대통령을 설득해 출마하게 한 것과 같은 이유로 대선 출마를 종용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유 이사장의 입장이다. 다시는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공직에 나가지 않겠다고 수십번 밝힌 상태다. 일단 공언을 허언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명분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작가’로서 ‘비평가’로 누리던 자유로운 삶을 포기하고 전쟁터와 같은 대선판에 끼어들 정도의 권력의지가 있느냐도 중요하다. 

이미 ‘자연인’으로 돌아간 유 이사장이 여당의 재집권을 위해 ‘정치인’으로 복귀할 준비가 돼 있는 지도 의문이다. 친문의 기대는 기대로 끝날 공산이 높다. 정의당을 탈당한 이후 당적이 없는 유 이사장이다. 그가 정치를 다시 하려면 민주당 입당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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