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은 1월27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실시에 대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그가 과연 이 나라의 안보를 책임진 국방 장관인지, 문재인 대통령 극성지지 ‘문빠’인지 헷갈리게 한다.

서 국방은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훈련과 관련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는데 “나 역시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9일 전 한·미훈련에 대해 “남북군사위원회를 통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던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굴욕적 언어였다.

한·미훈련 마저 북에 물어보겠다던 문 대통령의 발언은 국방주권 포기라는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군 내부에서는 한·미 양국을 겨냥한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되고 있는 마당에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핵심 축이자 안보주권에 해당하는 한미연합훈련 중단 빌미를 북한에 준 것 아니냐”고 펄쩍 뛰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국군통수권자가 제정신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문 대통령의 정신 상태까지 의심했다.

문 대통령의 북한과의 한미훈련 협의 발언에 대한 반발이 대통령 정신상태까지 거론될 정도로 강렬한데도 서 국방은 자신도 북과 협의할 수 있다고 복창했다.

특히 서 국방은 18일 전인 1월9일 김정은의 로동당 제8차 대회 전술핵 증강 지시를 벌써 잊었느냐고 묻고 싶다. 김은 남한 핵 공격을 위한 “핵무기의 소형·경량화 전술 무기화를 보다 발전시키라”고 다그쳤다. 그는 몇년 전엔 북한군의 포사격 훈련을 참관하며 “남조선 것들을 쓸어버려야 한다”고 독려한 바 있다. 또 “서울을 단숨에 타고 앉으며 남반부를 평정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은 “남조선 것 들 쓸어버려야 한다”며 전술 핵무기를 ‘보다 발전’시키라고 날뛰는데도 이 나라 국방장관은 그걸 막기 위한 한미훈련 마저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서 국방도 ‘제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은 남한 공격을 위한 전술 핵무기 생산을 남한측과 협의하지 않았다.

당연히 남한은 북한의 핵무기 공격을 막기 위한 한미훈련을 해도 되느냐고 북에 물어볼 필요가 없다. 국가 생존을 위한 안보 주권이다. 설사 대통령이 한미훈련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해도 국방장관만은 반대하거나 입을 다물었어야 옳다. 서 국방은 북이 도발할 때 최전방에서 생명 걸고 싸워야 할 50여만 국군의 최고 책임자로서 지켜야 할 기본을 저버린 것이다.

서 국방에게 미국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정의로운 사퇴 사실을 환기시켜 두고자 한다. 매티스 국방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로부터 2000명 주둔군을 전부 철수키로 결정하자 미국 국익에 어긋난다며 사표를 던지고 물러났다. 국방장관으로서 장관 감투 연명을 위해 국익에 반하는 결정에 복종할 수 없다는 공선사후(公先私後) 정신 발휘였다. 그러나 서 국방은 그저 장관 감투를 연명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맹종했다.

문 대통령과 서 국방은 차이잉웬(蔡英文) 대만 총통의 믿음직한 안보관을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차이 총통은 여성이면서도 정확하고도 다부진 안보관을 지녔다. 그는 “국가안보는 (적에게) 설설 기어서는 보장될 수 없다”며 화해 제스쳐 아닌 ‘오직 강력한 방어태세’만이 지킬 수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 대통령과 국방장관도 차이 총통처럼 국가안보는 설설 기어서는 보장될 수 없고 오직 ‘강력한 방어태세’만이 보장한다는 걸 직시해야 한다.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한미훈련을 해도 되느냐고 북한에 물어본다고 해서 북은 남한 공격을 포기하지 않는다. 평화는 오직 ‘강력한 방어태세’만이 보장한다. 한미훈련은 북 눈치 보지 말고 한미 계획대로 밀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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