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증인 불출석 의사' 전달…허리 통증에 요추 염좌 의사 진단서 제출

지난달 국회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농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죽지않고 일할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실은 현수막이 걸려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하 가운데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그 첫 대상으로 포스코가 심판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환 기자]
지난달 국회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농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죽지않고 일할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실은 현수막이 걸려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하 가운데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그 첫 대상으로 포스코가 심판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 불출석에 대한 여론의 지탄이 높아지는 가운데 증인 요청을 받은 최정우 회장이 대신 내세우려던 장인화 포스코 사장 측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송옥주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등 소속 위원들이 최정우 회장에 대한 강제구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측에 따르면 오는 22일로 예정된 ‘산업재해 청문회’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 구인장을 발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정우 회장은 한 장짜리 사유서를 통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석을 요구 받은 증인으로서 청문회에 출석해 위원님들의 질의에 성실히 답변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으나 “평소 허리 지병이 있어 왔는데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이 불편해 병원 진단을 받은 결과 2주간 안정가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권유로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수 없게 됐다는 송구스런 말씀을 올린다”며 국회에 불출석 의사를 전했다.

이어 “다만 장인화 대표이사 사장이 위원님들께서 이번 청문회에서 질의하고자 하는 사항과 관련된 제반 업무 전반을 담당하고 있어 그 내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양해해 주신다면 해당 청문회에 장 사장이 저를 대신해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는 방안을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최정우 회장의 불출석 의사와 함께 제출한 의사의 진단서에는 “요추의 염좌 및 긴장으로 2주 간의 안정가료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나와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언론과 여론이 끓고 있다. 

포스코 가족이라고 밝힌 A씨는 “애들 아빠는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수개월을 병원에 다니면서도 최정우 회장이 컨트롤 타워로 있는 현장에 목숨을 걸고 나가서 일하고 있다”며 “최정우 회장이 양심이 있다면, 정말 자신이 회장이라고 생각한다면 휠체어를 타고라도 출석해야 한다. 요추 염좌는 허리 아파 병원가면 누구나 받는 진단”이라고 비판했다.

포스코 임직원들이 열람할 수 있는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최정우 회장의 모습. 한 포스코 임직원이 과거 신문기사에 올라온 최정우 회장의 사진을 올리며 '허리튼튼'이라는 글을 남겼다. 요추 염좌를 핑계로 청문회 불출석 의사를 전한 최정우 회장에 대한 비판으로 볼인다. [이창환 기자]
포스코 임직원들이 열람할 수 있는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최정우 회장의 모습. 한 포스코 임직원이 과거 신문기사에 올라온 최정우 회장의 사진을 올리며 '허리튼튼'이라는 글을 남겼다. 요추 염좌를 핑계로 청문회 불출석 의사를 전한 최정우 회장에 대한 비판으로 볼인다. [이창환 기자]

 

최정우 회장은 국회에 제출한 의사의 진단서를 발급받기 전인 지난 16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사망사고 발생 현장을 방문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회사의 최고책임자로서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깊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포스코는 이전부터 안전경영을 최우선 목표로 선언하고, 안전 설비에 1조 원 이상을 투자했음에도 최근 사건들이 보여주듯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음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들은 최정우 회장이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를 의식해 포항제철소를 방문했고, 현장 방문 당시 불출석 의사를 결정한 게 아닌가하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국회, 강제구인 발부 및 동행명령 등 최정우 끌어낼 것

최정우 회장의 불출석 의사가 전해지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구인장을 발부하고 동행명령까지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중대재해 관련 기업 가운데 가장 심각한 곳이 포스코인데 최정우 회장은 어떻게든 나와야 한다”며 “강제구인 절차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요서울에 제보해 온 포스코 관련 피해자는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최정우 회장 및 포스코의 행태를 고발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며 “최정우 회장을 반드시 청문회에 출석시켜서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최정우 회장이 불출석 사유서에 대리인으로 내세우려던 장인화 사장이 대신 출석할 의사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포스코 내부 사정에 밝은 장인화 사장의 한 측근은 “국회가 증인 지명하고 청문회 세우려는 사람이 최정우 회장인데, 장인화 사장이 나가서 뭘 하겠나”라며 “회장이 지시라면 어쩔 수 없지만, 장인화 사장은 나갈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장인화 사장은 최정우 회장보다 2살이 많은 67세로 포항산업연구원을 입사해 철강생산본부장을 거쳐 2018년 포스코의 사장이 됐다. 이와 달리 최정우 회장은 감사실장과 가치경영실장 등을 거친 재무 전문가로 같은 해 회장이 됐다. 언론들이 주목하는 부분이 여기다. 

지금의 포스코가 있기까지 구조조정을 총괄 진행해 온 재무 전문가 최정우 회장이 수익구조 확대를 위해 안전 관련 설비 투자 축소 및 현장 인력 감원 등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키운 것이라는 지적이다. 노동자들과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포스코의 운영은 모두 최정우 회장이 이끄는데 장인화 사장이 청문회에 대신 출석한다 하더라도 딱히 할 수 있는 말이 없을 것이라는 데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에 최정우 회장에 대한 국회의 동행명령장 발부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동행명령은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증인을 동행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제도다. 이를 거부하면 국회 증언감정법 제13조에 의거해서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한편 차기 회장 후보에 단독으로 오른 최정우 회장은 내달 주주총회를 통해 회장 연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지만, 최근 이어지는 포스코의 사고를 비롯해 악화된 여론과 피해자들의 항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임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업계의 풀이가 나온다. 최정우 회장이 취임한 2018년부터 최근까지 포스코 소속 노동자 5명을 포함해 총 19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으나, 2017년에는 사망사고가 1건도 없었다.

포스코의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 증인으로 요청한 최정우 회장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창환 기자]
포스코의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 증인으로 요청한 최정우 회장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창환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