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소신 발언 후폭풍···지원사격자는 누구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이 지난 18일 서울 상암동 채널A에서 단일화 토론회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이 지난 18일 서울 상암동 채널A에서 단일화 토론회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때아닌 ‘퀴어 축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소신 발언이 나오면서다. 과연 어떤 의견이 나왔기에 후폭풍이 거센 것일까.

성역 취급 받아 온 동성애 이슈’, 선거철마다 뜨거운 감자’···여야 모두 민감

논란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18일 제3지대 안철수‧금태섭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TV토론이 열렸는데,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 퀴어축제에 대해 “그런 것들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때아닌 퀴어 축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금태섭 전 의원이 ‘퀴어 퍼레이드에 나갈 생각이 있냐’는 질문을 하면서 시작됐다. 안 대표는 “차별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라며 “각 개인 인권이 존중돼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기 인권뿐 아니라 타인 인권도 굉장히 소중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퀴어 축제를 카스트로 스트리트(거리)라는 곳에서 한다. 샌프란시스코 중심에서 떨어져서 남부 쪽에 있다”며 “거기에서 축제하시는 분뿐 아니라 본인이 (축제를) 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분들이 거기에서 본다”고 밝혔다.

또 “샌프란시스코는 (퀴어 축제를) 중심에서는 하지 않는다”며 “퀴어 축제를 (도시 중심인) 광화문에서 하게 되면 자원해서 보려고 오시겠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아이를 데리고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 않나. 그분들은 원하지 않는 분도 계신다”고 전했다.

그는 “그런 분까지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본인이 믿고 있는 것을 표현할 권리도 있지만, 그런 것들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금 전 의원은 “퀴어 퍼레이드가 어디서 열리고 하는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힘없는 분들, 목소리 내기 힘든 분들이 싸워서 지금까지 20회가 넘도록 서울시에서 축제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3지대에서 안 후보와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것이, 힘없는 분들, 목소리가 없는 분들, 자기를 대변해 주는 정당이 없다고 하는 분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 주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존중하지만 (안 대표의 의견에는)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말씀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거부할 권리’에

힘 실은 이언주

안 대표의 퀴어 축제 관련 발언 이후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의 인권 감수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는 지난 19일 논평을 통해 “성 소수자를 동등한 시민으로 보지 않는 안철수 후보의 인권 감수성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도 논평을 내고 “당신이 말한 새정치가 혐오와 차별이었단 말이냐”고 물었다.

논란이 번지자 안 대표는 지난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통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저 역시 소수자 차별에 누구보다 반대하고 이들을 배제하거나 거부할 권리는 누구한테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만 지금까지 광화문 퀴어 퍼레이드를 보시면 신체 노출이나 성적 표현 수위가 높은 경우가 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성적 수위가 높은 축제가 도심에서 열리면 아동이나 청소년이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걸 걱정하는 시민 의견들도 있었다”면서 “그래서 제가 미국 사례대로 들어서 말씀드린 것처럼 축제 장소는 도심 이외로 옮기는 것이 적절하겠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가 던진 소신 발언에 지원사격을 하는 이들도 속속 등장했다. 국민의힘 부산시장 보궐선 예비후보인 이언주 전 의원은 지난 20일 “동성애자라고 해서 차별하면 안 된다. 하지만 동성애(행위)를 반대할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며 “반대 의사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소수자 인권을 빙자한 파시즘에 다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성소수자의 집회의 자유도 존중 받아야 하지만 그들이 대한민국 사회의 미풍양속을 해칠 권리까지 존중받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굳이 집회를 한다면서 시민들에게 동성애 성문화를 적나라하게 강요할 권리까지 인정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성소수자가 행복추구권,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종교적 이유건 취향의 이유건 동성애에 대한 반대 의견을 가진 자의 행복추구권,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종교의 자유, 학문의 자유도 존중돼야 한다”고 전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22일 비상대책위원회가 끝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공개적인 장소, 소위 서울 시청광장 앞에서 그런 걸 해야 하느냐는 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라고 안 후보 소신 발언에 호응했다.

安 “文대통령 ‘동성애 싫다’가

가장 심한 혐오 발언”

퀴어 축제 문제는 선거철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서울시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도심에서 매년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지난해에는 온라인 축제로 열렸다. 이에 반대하는 개신교 등이 인근에서 대대적인 맞불 집회를 열면서 때마다 논쟁거리가 돼 왔다.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때에는 김문수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가 “퀴어축제는 동성애를 인증하는 제도”라며 혐오성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국면에도 어김없이 퀴어 축제 문제가 떠오르는 가운데, 여야 후보들은 퀴어 축제에 대한 질문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동성애 이슈가 성역 취급을 받아 왔기 때문.

여당 후보들은 개신교계 등 동성애에 부정적인 유권자 층의 표를 의식하느라 진정성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인권 문제에 대해 발 벗고 나서야 할 정치권이 손 놓고 관망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 24일 본인의 퀴어 축제 관련 의견이 혐오 발언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 또다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치인 중 대표적인 혐오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의 ‘동성애 좋아하지 않는다’ 발언이 혐오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그때 본인이 ‘동성애 좋아하지 않습니다. 싫어합니다’(라고 밝혔던 문 후보의 발언이) 제가 지금까지 들었던 정치인의 혐오 발언 중 가장 심한 발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먼저 대통령께 아직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의견 표명을) 요구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지난 2017년 4월25일 열린 대선후보 4차 TV토론에서 문 대통령은 홍준표 후보의 질문에 “(동성애에) 반대한다”며 “저는 좋아하지 않는다.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바 있다.

안 대표는 자신의 소신 발언의 대해서는 “의도도 전혀 그렇지 않고, 표현도 혐오 발언을 한 적이 없지 않나”라며 “그걸 혐오 발언이라고 하면 그냥 무조건 색깔 칠하고 적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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