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법안 1차전, 사실상 민주당 승리


20일간의 여야간 입법전쟁이 마무리됐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내 쟁점법안 처리가 무산됨에 따라, 1차 입법대결은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했던 민주당의 승리로 판가름났다. 이에 따라 여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지도부 책임론과 함께 친이-친박간 세 대결이 격화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고무된 분위기 속에서 2월 입법 전쟁에 대비하며 내부 전열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권의 MB법안 처리는 물건너 간 것일까. 1차 입법 대결의 전말과 함께 2차 입법 전쟁을 전망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은 6일 핵심 쟁점법안 25개의 처리는 미루고, 95개 민생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국회 본회의장 점거를 마침내 해제했다. 여권의 결단을 압박하는 가운데 민생법안 처리 지연에 따른 여론 악화를 염두에 둔 일석이조의 포석으로 보인다.

이후 여야 원내대표는 쟁점법안 처리 방안 등 10개 항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최대쟁점 법안이었던 미디어 관련 8개 법과 관련, 언론중재법과 전파법은 임시국회가 끝나는 8일까지 협의 처리하고, 나머지 6개 법안은 빠른 시일내에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그러나 미디어 관계법 등 핵심 쟁점법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여야간 이견차가 심해 여야간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합의 처리를 우선 전제로 깔고 있기 때문에 쉽게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미 FTA비준 동의안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 취임 뒤 빠른 시일내에 협의처리키로 했고, 출자총액제한제 폐지관련법은 이번 임시국회 상임위에 상정한 뒤 2월 임시국회에서 협의처리키로 했다. 금산분리 완화 관련법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상정한 뒤 여야가 합의처리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의 중점 처리법안 중 쟁점이 없거나 논의가 가능한 58개 법안 처리와 법사위에 계류 중인 상임위 법안 중 쟁점이 없는 법안 처리를 위해 1월 임시국회를 추가로 열기로 했다.

민주당은 7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를 마지막으로 점거했던 모든 상임위의 점거 농성을 해제했다.

여야 대치국면은 휴전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물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합의문에 대해 여야가 이견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쟁점법안 등에 대해 ‘합의 처리하도록 노력한다’는 문구를 두고, “합의하도록 노력한다는 것에만 합의했다”고 했고,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합의 처리 노력은 합의되지 않으면 처리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맞섰다.


2차 입법 전쟁 예고 속, 여야 표정 엇갈려

1차 입법전쟁에 이어 2차 입법 격돌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중점법안 처리 실패에 따른 지도부 책임론이 쏟아지며 내홍을 겪는 한편 중점법안 홍보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중점법안을 필요에 따라서는 강행처리함으로써 정부 정책을 최대한 뒷받침 하돼 그 후유증은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1차전을 승리했다는 고무된 분위기 속에서 2차 입법 투쟁을 준비 중에 있다. 민주당 역시 여론을 의식해 홍보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소수 정당으로서의 열세를 딛고 2월 임시국회에서도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여론의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재오계를 중심으로 ‘홍준표 원내대표 퇴진론’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홍 원내대표의 퇴진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진화에 나섰고, 친박계 의원들도 반대하고 있어 ‘지도부 퇴진론’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대대적 홍보전에 착수했다.

한나라당 최고위는 방송토론, 당보, 지구당 교육, 의원총회 등 당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통해 쟁점법안 바로 알리기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미디어 관련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취지를 조목조목 설명한 뒤 “민주당의 흑색 선전에 가려졌던 쟁점 법안들의 진면목을 국민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9일 당 지도부 및 지역위원장 연석회의를 통해 ‘MB악법’ 저지를 위한 전략을 논의했으며, 12일부터 전국 각지를 돌며 국민보고 대회 성격의 ‘MB 악법’ 저지 결의대회를 릴레이식으로 갖고 대국민 홍보전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은 또 MB정책에 대한 꼬리표 달리기에도 몰두하고 있다. ‘녹색 뉴딜’ 정책은 ‘녹슨 뉴딜’, ‘MB 노믹스’는 ‘벙커 노믹스’ 등으로 꼬리표를 붙이는 방식이다. 특히 한나라당과 정부가 ‘한 몸’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한나라당 정부’라고 명명한 것이 눈에 띈다.


여야 대국민 홍보 나서는 속내는 ‘공격과 방어’

현 정부의 실책이 여당에 직접적인 악영향으로 작용하도록 고안된 것으로 보이며, 4월 재보궐 선거를 염두에 둔 발빠른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은 쟁점법안의 홍보가 미진했다는 지적과 강행처리를 위한 차원에서, 민주당은 소수 정당으로서 또 다시 물리적 수단을 동원할 경우 예상되는 여론 부담 등의 차원에서 각각 대국민 홍보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의원은 “한나라당의 내부 기류상 강행처리는 없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친박-친이계 갈등 등으로 1차전이 재현될 것이라 얘기다.

그러나 청와대에서는 2월에도 쟁점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정책집행이 사실상 어렵다는 절박감을 피력하고 있다. 여당으로서 쟁점법안의 강행처리 가능성을 높게하는 대목이다.

따가운 여론 속에서 펼치지는 쟁점법안 전쟁이 2차전을 예고하고 있다. 1차전에 이어 야당이 다시 승리를 거둘지, 여당이 강력하게 밀어부쳐 이번에는 쟁점법안을 통과시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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