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개요]

피고인이 술에 취한 피해자를 모텔로 데리고 가 침대에 눕힌 후, 피해자의 상의와 브래지어, 팬티를 벗기고 피해자에게 키스하고 손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졌다는 준강제추행의 혐의로 기소된 사안이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피해자는 사건 당시 지인과 술을 마신 상태에서 화장실에 간 사실까지는 기억하나 피고인을 만나 모텔에서 가게 된 경위 및 모텔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기억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소송의 경과]

제1심은 피고인에게 준강제추행죄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으나, 제2심은 피해자가 당시 상태가 소위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구체적으로, 제2심은 모텔에 설치된 CCTV에서 피해자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리나 피고인의 피해자를 부축하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은 점 및 모텔 직원의 진술 중 피해자가 당시 술에 많이 취해 보이지는 않았다는 내용 등을 근거로 삼은 후, 알코올 블랙아웃(피해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행동하였음에도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의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피해자가 사건 당시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사는 제2심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하였는데, 대법원은 2021. 2. 4.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제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해설]

우리 형법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하는 경우에는 준강제추행죄로 처벌하고 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ㆍ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ㆍ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해당 대법원 판결은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하여서는 안되며, 피해자의 사건 발생 당시 음주량과 음주 속도, 피해자의 평소 음주량 등을 통해 피해자의 신체 및 의식 상태를 판단하여야 하고, 이 경우 당시 피해자의 상태 및 언동,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 만나게 된 경위,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그 계기와 정황, 피해자의 연령ㆍ경험 등 특성, 피해자와 성적 관계를 맺게 된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의 합리성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기준 하에, 대법원은 이 사건의 피해자는 18세, 피고인은 28세였고 이 사건 이전에는 만난 사실이 없는 점, 피해자는 당시 단시간에 소주 2병을 마시는 등 평소 주량을 넘는 양의 술을 마신 상태였다는 점, 화장실에서 구토를 할 정도로 몹시 취한 상태였다는 점, 경찰이 출동한 상황에서도 침대에 옷을 벗은 상태로 누워 있었을 정도로 판단능력 및 신체적 대응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상태라고 보여지는 점 등을 이유로 피해자의 당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의 파기한 것이다.

준강제추행 내지 준강간이 문제된 사안에서, 가해자는 피해자가 당시 의식이 있었으며 블랙아웃에 의해 기억을 하지 못할 뿐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는 경우가 상당하며, 많은 사건에서 핵심 쟁점이 되기도 한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서 피해자가 사건 당시 단순 블랙아웃 상태라고 볼 수 있는지 아니면 심실상실·항거불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일응의 기준을 제시한 바, 해당 판결은 준강제추행 등 다수 형사사건에서 적극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해당 판결은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단순히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블랙아웃이 발생하여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피해자가 동의를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 역시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민경철 변호사 이력>

[학력]
▲서울 성보 고등학교 졸업 (1988)
▲서울 대학교 경영학과 졸업(1994)
▲사법연수원 수료(제31기)(1999)

[주요경력]
▲수원지방검찰청 검사(2002)
▲광주지방검찰청 검사(2004)
▲대전지검 홍성지청 검사(2005)
▲인천지방검찰청 검사(2006)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 (2008)
▲식품의약품 안전청 검사(2012)
▲대구지방검찰청 검사(2013.8)
▲수원지검 안양지청 검사법무법인 올흔 대표 변호사(2016)
▲법무법인 (유한) 중부로 대표변호사(2016)
▲현)법무법인 동광 대표 변호사

[주요자문이력]
▲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2018)
▲식품의약안전처 행정처분 사전심의위원회 위원(2018)
▲경찰수사연구원 발전자문위원회 전문위원(2018)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위원회 전문위원(2018)
▲인천해양경찰서 시민인권보호단 성폭력전담위원(2020)
▲블루환경교육센터 성범죄 자문변호사(2020.02.01~2023.01.31)
▲경기도 태권도협회 성범죄 자문변호사(2020.04.01~2022.03.31)
▲서울 강동경찰서 성폭력가정폭력 자문변호사(2020.05.07~2021.05.06)

[상훈]
▲검찰총장 표창 2회(2006)
▲대구고검장 표창(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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