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실상 차기대권을 선택했다. 문재인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에서 반()문재인진영의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공식적인 결별을 한 셈이다. 지난 4일 오후 2시 사의표명 한 시간만에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사표를 수리했다. 조국사태를 시작으로 추미애·윤석열 대전을 거쳐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둘러싼 여권과의 혈투에서 물러나 정치인으로 인생 제2막을 화려하게 열었다. 한때 문 대통령이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윤 전 총장 끌어안기에 나서기도 했지만 검찰개혁의 속도와 방법을 둘러싼 현격한 시각차는 결국 양측을 결별로 이끌었다. 윤 총장의 정치적 홀로서기가 시작됐다. 이에 따라 여야의 차기 대권구도 또한 요동치고 있다. 더구나 윤 전 총장은 야권의 차기주자 인물난 속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더불어 차기 대선 빅3구도를 형성해왔다. 윤 전 총장의 등판이 차기 대선에 미칠 영향력은 현재로서는 예측불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에서 직원에게 꽃다발을 받은 후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2021.03.04.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에서 직원에게 꽃다발을 받은 후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2021.03.04. 뉴시스

- 尹, 전격적인 사의표명 즉각수리로 불쾌감 
- 여야 4월 재보선·차기 대선 영향 예의주시

- 4월 재보선 결과따라 여야 거리두기 속 정치 본격화

당장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4월 재보선을 앞둔 여야는 윤석열 대권 도전이라는 메가톤급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게다가 여야의 차기지형 자체가 바닥부터 뒤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여야 정치권은 윤 총장의 차기 대선이라는 무대에 전격 등판하면서 이해득실을 따지며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이는 윤 총장의 정치적 포지션이 다소 애매하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에게 구원이 있기 때문이다.

찰개혁 과정에서 육박전에 가까운 진흙탕 전투를 펼쳐온 여권은 말할 것도 없고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 구속으로 상징되는 적폐청산 수사의 주역이라는 점에서 야권 역시 부담이다. 다만 윤 총장이 현 정부의 검찰개혁 추진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면대결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야권 성향의 차기주자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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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의 검사생활을 마무리한 윤 총장은 당분간은 여야 정치권과는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인다. 4월 재보선 이후 여야의 정치지형이 꿈틀거리면 제3지대에서 신당 창당 등을 고민하면서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긴박했던 24시간대구 방문에서 대검찰청 현관까지

윤석열 전 총장의 마지막은 긴박했다. 2일 언론 인터뷰를 통한 여론전을 시작으로 3일 오후 2시 대구고검 방문은 물론 4일 오후 2시 대검찰청 현관에서 사의표명까지 모든 게 전격적이었다. 이른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논란이나 추윤갈등 당시에도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을 아꼈다는 점에서 정반대였다. 윤 전 총장은 현 정권과 이별하는 마지막 순간 본인의 거취를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정리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이미 힌트를 찾을 수 있었다. 현직 검찰총장의 언론 인터뷰는 유례가 없는 것이었지만 윤 전 총장은 작심한 듯 중대범죄수사청 추진을 밀어붙이는 현 여권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윤 전 총장은 2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여권의 일방통행식 중수처 추진에 대해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은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파괴라면서 단순히 검찰 조직이 아니라 70여년 형사사법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다.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강조했다. 현직 검찰총장이 헌법정신 파괴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현 정권 핵심부와의 사시에 사실상 루비콘강을 건넌 셈이다.

지난 3일 윤 전 총장의 전격적인 대구방문도 뒷말을 낳았다. ‘공정한 검찰, 국민의 검찰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주제로 대구고검 직원들과의 간담회를 위한 것이었지만 사실상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했다. 현장에는 100여명의 지지자들이 윤석열을 연호한 것은 물론 총장님 힘내세요” “윤석열 파이팅을 외쳤다. 이밖에 10여개의 응원 화환도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 소속인 권영진 대구시장이 직접 마중을 나올 정도였다.

윤 전 총장은 포토라인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치게 된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정치입문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다만 명확한 부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치입문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관측이 무성했다.

결단의 시간인 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현관 앞. 수백여명의 취재진이 윤 전 총장을 기다렸다. 윤 전 총장은 미리 준비한 사퇴문을 담담하게 읽어내려갔다. 윤 전 총장은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한다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윤 전 총장이 사의를 밝힌 지 약 1시간여 만에 전격 수용했다. 윤 전 총장의 사퇴에 대한 불쾌감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윤 전 총장의 오래된 인연이 악연으로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고검·지검을 나서며 인사를 하고 있다. 2021.03.03.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고검·지검을 나서며 인사를 하고 있다. 2021.03.03. 뉴시스

與野, 윤석열 등판 예의주시4월 재보선·차기대선 영향 촉각

여야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 전 총장의 향후 행보가 미칠 정치적 파장 때문이다. 가깝게는 47일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 멀게는 내년 3월 차기 대선까지 1년간 정치지형이 요동칠 수 있다. 실제 윤 전 총장은 사퇴문 말미에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사실상 정계입문과 차기도전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때문에 여야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여권 입장은 윤 전 총장이 정치도전을 위해 기획성 사퇴를 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야권은 여권의 윤 전 총장 찍어내기에 대한 저항으로 인식했다. 민주당은 타락한 정치검사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윤 전 총장의 불명예 퇴진이 반()문재인 연합전선 형성의 기폭제가 되기를 바라며 적극적인 러브콜에 나섰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총장의 진정성은 검찰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정치 행보에 있었던 것이라 생각된다검찰 조직을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활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임기를 고작 4개월 앞두고 사퇴하겠다는 것은 철저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라며 “4월 보궐선거를 자신들 유리한 쪽으로 끌어가려는 야당 발 기획 사퇴를 의심케 한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선출된 권력으로부터 임명된 공직자의 책임을 강조하고 싶다고 우회 비판에 나섰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뜨거운 러브콜을 보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필요하다면 윤 총장과 힘을 합쳐 대한민국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윤 총장의 사퇴에도 이 정권이 폭주를 멈추지 않는다면 이제 온 국민이 나서서 불의와 싸울 때가 왔다며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윤 총장님의 앞날을 국민과 함께 응원할 것이라고 지지를 나타냈다.

, 4월재보선후 정치활동 기지개3지대 창당 유력

윤 전 총장은 지난 34일 인생에서 가장 숨가쁜 하루를 보냈다. 전격적인 사의표명에 이어 청와대의 즉각적인 사표 수리가 이어지자 이날 오후 마지막 퇴근길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은 대검청사 1층 로비에서 대검 간부와 직원들의 배웅을 받았다. 윤 전 총장은 제가 이 건물에서 검찰을 지휘하고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응원해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임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먼저 나가게 되어 송구한 마음이지만 부득이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인사를 건넸다.

윤 전 총장의 임기는 오는 724일까지다. 임기 만료까지 불과 4개월을 앞두고 중도하차했다. 27년의 검사생활을 마무리한 윤 전 총장의 다음 행보는 정치. 모든 관심은 윤 전 총장의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쏠린다. 일단 여권과 대립각을 세워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은 선택지에서 제외된다.

그렇다고 바로 야권을 향하는 것도 어색하다. 윤 전 총장이 과거 국정농단 및 적폐수사를 진두지휘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윤 전 총장이 당분간 휴지기를 가진 이후 4월 재보선 이후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020년 12월 2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여야 주요 정치인 24인을 대상으로 12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윤석열 검찰총장은 전월 대비 4.1%포인트 상승한 23.9%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2위와 지지도 격차는 5.7%로 차이로 오차범위(±2.2%포인트) 밖이다. 뉴시스
2020년 12월 2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여야 주요 정치인 24인을 대상으로 12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윤석열 검찰총장은 전월 대비 4.1%포인트 상승한 23.9%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2위와 지지도 격차는 5.7%로 차이로 오차범위(±2.2%포인트) 밖이다. 뉴시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제3지대에서 신당 창당을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여야와는 거리를 두면서 본인의 정치적 몸값을 최대한 높인 뒤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정치입문 및 차기 도전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윤 전 총장이 정치참여 및 차기대선에 대해 명시적인 언급을 한 적은 없다. 다만 차기 대선이 다가올수록 여야의 견제와 러브콜은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여의도 사정에 정통한 정치권 고위관계자는 윤석열 전 총장이 정치판에 뛰어들면서 여야의 차기지형 또한 요동칠 수밖에 없게 됐다“4월 재보선 결과에 따라서는 여야 정치권의 합종연횡을 통한 정계개편 수요가 나타날 수 있다. 차기주자 인물난에 시달리는 야권은 어쩔 수 없이 장외 블루칩인 윤 전 총장에게 손을 내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사실상 윤석열정계개편 가능성을 열어뒀다.

아울러 윤 전 총장의 차기 경쟁력과 관련,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민주당 대표 등 여권의 막강 차기주자들과 빅3 구도를 형성한 것은 물론 한때 차기 지지율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국민적 지지가 높았다야권이 올 연말까지 유력주자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대안부재에 시달릴 경우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윤 전 총장과 야권이 손을 잡은 구도가 어떤 식으로든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윤 전 총장의 전격 사퇴로 검찰은 수뇌부 공백 상태를 맞게 됐다. 차기 검찰총장 인선 전까지는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의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후임 총장 후보로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 정부의 임기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최적의 인사라는 평가도 높지만 검찰개혁 추진 과정에서 보여준 지나친 친문 색채는 다소 부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참여정부 청와대 시절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내고 총장 직무대행중인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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