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등 ‘가족돌봄’이 경력 단절 핵심···통계로 보는 경단녀들의 현실

경기 수원시 한 병원 신생아실의 모습.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뉴시스]
경기 수원시 한 병원 신생아실의 모습.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3월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75년 유엔(UN)은 매년 3월8일을 공식적으로 여성의 날로 지정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8년 ‘양성평등기본법’이 개정되면서 법정 기념일로 지정됐다. 여성 단체에서 이전부터 기념해 왔기 때문에 올해로 37회가 됐다. 많은 변화와 성평등 문화 확산 등이 이뤄졌으나,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경력단절여성(이하 경단녀)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일요서울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경단녀 실태를 추적해 봤다.

3040에서 경력 단절 가장 많아···코로나19 유행 재취업 더 어려워

지난해 경력이 단절된 기혼 여성이 6명 중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 단절의 주된 이유로는 ‘육아’가 꼽혔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상반기 경력단절여성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15~54세 여성 1411만2000명 중 기혼 여성은 857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취업하지 않은 여성이 342만 명으로 나타났다.

비취업 여성 중에서도 결혼, 임신‧출산, 육아, 자녀교육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단녀는 150만6000명으로 전체 기혼 여성의 17.6%를 차지했다. 6명 중 1명 꼴인 셈.

다만 이는 전년 대비 11.4%(19만3000명)이 줄어든 수치다. 기혼 여성 수 자체가 줄어든 여파다.

경력 단절 사유를 살펴보면 육아가 42.5%로 가장 많았다. 결혼은 27.5%, 임신‧출산 21.3%, 가족돌봄 4.6%, 자녀교육 4.1% 등이 뒤를 이었다.

고학력 경단녀 ‘수두룩’

연령별로 보면 30~39세가 69만5000명(46.1%)으로 가장 많았다. 절반에 육박한 것. 이어 40~49세 58만 명(38.5%), 50~54세가 13만4000명(8.9%), 15~29세가 9만7000명(6.4%) 순으로 나타났다.

단절 기간은 10~20년 미만이 40만7000명(27%)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5~10년 미만 36만2000명(24.1%), 3~5년 미만 20만6000명(13.7%), 1년 미만 19만1000명(12.7%), 1~3년 미만 17만9000명(11.9%), 20년 이상 16만 명(10.7%) 등으로 집계됐다.

다른 설문조사에서도 경단녀들의 어려움이 나타났다. 30~40대 경단녀 가운데 96.8%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재취업이 어려워졌다”고 응답한 것.

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연합(회장 이계경)은 지난해 말 ‘전국 3040 경력단절 여성 1000명에게 묻는다-포스트코로나, 대한민국 여성의 일자리 미래’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는 51개 여성인력개발센터 여성 구직자 1004명을 대상으로 대면 설문지 및 온라인 조사를 병행해 실시했다.

조사 결과 코로나19 유행 이후 여성 일자리 시장에 변화가 있다는 응답도 74%에 달했다. 코로나19로 학교 등이 문을 닫으면서 가정으로 돌봄 부담이 돌아가자 여성들의 경력 단절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응답한 여성 중 경력 단절 기간이 1년 미만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32.9%, 1~3년은 21.3%, 5년 이상 장기간 경력이 단절된 경우는 28.7%로 나타났다.

응답한 여성들의 평균 연령은 41.1세였다. 응답자의 97.7%가 과거 취업 경험이 있었다. 경단녀 가운데에는 고학력 여성의 비중이 높았다. 전체 응답자 중 대졸이 75.9%로 가장 많았고, 대학원 이상인 5.6%를 합치면 대졸 이상이 81.5%에 달한다.

이 설문조사에서도 여성들이 일을 그만둔 이유로 ‘결혼‧임신‧출산‧자녀 양육 등 가족돌봄(56.3%)’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 구조조정, 권고사직 등의 경영악화는 2위였는데 9%에 불과했다.

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연합은 “응답자인 3040 여성들이 주로 양육기에 있기 때문에 일‧가정 양립에 대한 어려움이나 일하는 엄마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다른 연령대의 여성보다 빈번하게 마주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3040 여성들에게 육아와 돌봄은 여전히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라고 분석했다.

‘데드 크로스’ 원인도

여성의 경력 단절?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아지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지난해 시작됐는데, 이 또한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한국의 인구가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관계 부처 합동으로 구성된 인구 정책 태스크포스(TF)에서는 핵심 대책으로 ‘경단녀 문제 해소’를 내세웠다.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는 근로 환경을 조성해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이유에서다.

통계청이 지난달 24일 내놓은 ‘2020년 출생‧사망 통계’ 결과에 따르면 같은 해 출생아 수는 27만2000명, 사망자 수는 30만5000명을 기록, 인구가 3만3000명 자연 감소했다. 김수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계속되는 저출산으로 출생아 수가 줄면서 인구 감소가 최초로 발생했다”며 “이런 추세는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 출산율은 0.84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0.92명) 대비 0.08명 감소한 수치다. 37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 출산율이 1명 미만인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지난 2018년 기준 OECD 평균 합계 출산율은 1.63명, 같은 해 한국은 0.98명이다. 이때보다 0.14명이나 감소했다.

통계청이 꼽은 출생아 수 감소 원인 중 하나는 ‘혼인 지연’이다. 김 과장은 “모(母)의 출산 연령과 출산율 간 관계는 상당히 크다”면서 “첫째 아이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 가임 기간 자체가 짧아져 출산율 감소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7년 기준, 한국의 첫째 아이 출산 연령은 32.3세로 OECD 평균치(29.1세) 대비 3.2세가 높다.

인구 TF는 여러 현상이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 때문에 주로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힘들게 취업했는데 출산하느라 일을 쉬게 되고,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직장을 그만두게 되므로 출산 자체를 기피하게 된다는 것. 인구 TF가 첫 번째 추진 과제(인구 절벽 충격 완화)의 핵심 대책으로 여성 경력 단절 완화를 꼽은 이유다.

자녀 돌봄 부담 완화가 최우선으로 꼽힌다. 초등 돌봄 사업 개선을 목표로 운영 시간 연장, 부처 간 사업 연계 등을 통해 여성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셈이다. 경단녀 복귀도 장려한다. 이들의 경력 개발 플랫폼을 운영하는 등 관련 지원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책에 대해 방향은 올바르지만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러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진단이다. 육아휴직 확대 및 차별금지 등 사회적 인식 변화도 수반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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