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원료 부두에 울리는 ‘호루라기’ 소리… 최정우 회장은 알까?

포스코 포항제철소 현장을 찾아 노동자들의 불만을 들었다. 특히 하역기 사고가 발생할 수 밖에 없도록 안전장치가 고장난 채 방치됐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창환 기자]
포스코 포항제철소 현장을 찾아 노동자들의 불만을 들었다. 특히 하역기 사고가 발생할 수 밖에 없도록 안전장치가 고장난 채 방치됐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포스코 포항제철소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대형사고로 6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언급한 안전 설비 투자비 1조3000억 원의 행방은 묘연하다. 지난달 8일 원료부두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수리하던 노동자가 대형 하역기에 의해 협착 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장치도 없었고,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규칙조차 없었다. 포항제철소에서는 그날부터 청문회가 있기 전까지 부랴부랴 하역기의 충돌 방지를 위한 안전 센서 수리에 들어갔다. 

2월8일 사망사고 발생한 원료부두 하역기, 오래전부터 사고 예견됐다
대형사고 발생 위험 도사려도 안전장치 부재…청문회 앞두고 ‘부랴부랴’

지난해 9월22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는 하역기(크레인)의 운전석이 원료부두에 정박해 있는 선박의 선실과 충돌한 사고가 있었다. 담당 노동자들은 운영진과 포스코 측에 안전장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비를 요청했으나, 고쳐지지 않았다. 올 들어 지난달 1일 두 대의 대형 하역기가 서로 충돌하는 사고가 났다. 

앞선 하역기의 팔 부분이 다른 하역기의 운전석 주변에 부딪혔다. 하마터면 운전석이 파손되며 대형 인재로 이어질 뻔 했다. 이후 노동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센서 등 고장 설비의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어 지난달 8일 결국 하역기로부터 깔려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문제점 1  안전장치 ‘고장’ 방치됐다

첫 번째 문제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체 하역 물량을 책임지는 하역기 13대 가운데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센서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하역기가 사망사고 발생 전까지 단 한 대도 없었다. 하역기 업체는 포스코의 사내 하청으로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에 따르면 지난달 8일 크레인에 협착돼 컨베이어벨트를 정비하던 노동자가 사망하면서 부랴부랴 정비에 들어갔다.

문제점 2 제철소 근무자 간 소통 부재

하역기는 포스코에 원료를 싣고 온 대형 선박에서 원료를 내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를 관리하는 규칙과 체계가 전혀 없다. 하역기와 하역기 정비업체, 원료를 받아 이동시키는 컨베이어벨트 담당 업체와 정비업체, 그리고 하역기 동선을 이끌어 주는 신호수가 모두 다른 업체 소속이다. 소통이 힘들 수밖에 없다. 컨베이어벨트가 고장 나 아래쪽에서는 수리하는데 위에서는 하역기가 작동을 하니 협착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사망사고의 원인이다.

문제점 3 고용노동부 포스코 위해 존재

포항제철소 원료부두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 전부터 관련 근무자들은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에 안전사고 방지 등을 위한 생산 현장 개선을 위해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미 지난해 9월 사고가 발생하기도 전부터 작은 사고들이 이어졌기에 반복 요청했다. 하지만 고용지청은 포스코 측에 개선 명령이나 안전장치 작동 여부에 대한 확인에 나서지 않았다.

문제점 4 “최정우 회장님, 1조3000억 원은 어디 있습니까”

최정우 회장은 지난 산재 청문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의원들을 향해 도리어 큰소리를 쳤다. “지난 3년간 1조3000억 원이 투입됐고, 올해부터 추가적으로 1조 원이 투입되고 있다”며 “여의도보다 몇 배나 넓은 양 제철소 총 4만여 곳에 투입돼 상세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주장했다.

안전이라는 글이 눈에 띄지만 최정우 회장이 투입했다는 1조3000억 원의 행방은 묘연하다. 아직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서 밝히겠다고 한 상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창환 기자]
안전이라는 글이 눈에 띄지만 최정우 회장이 투입했다는 1조3000억 원의 행방은 묘연하다. 아직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서 밝히겠다고 한 상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이 만난 노동자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1조 원이 넘는 큰 돈이 투입됐다는데 어떤 설비를 위해 사용됐는지 전혀 모르겠다”며 “현재 근무하는 곳의 위험 요소나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는 위치에서는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또 전국금속노조 포항지부 관계자는 “포항제철소에 있는 하역기 총 13대의 경우에도 항상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30미터 높이에 있는 운전석을 향해 이동 방향과 장해 요소에 대한 안내를 하는 신호수는 지상에서 수신호와 호루라기로 의사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즉 30미터 상공에 매달린 운전석에서 하역기 작업을 하는 운전자에게 지상에서 이를 보고 있던 신호수가 비상상황 방지를 위해 호루라기를 불어댄다는 설명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나 광양제철소의 생산 현장은 소음이 커 호루라기 소리를 듣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공중에서의 작업을 지상에서 눈으로 보고 손짓을 해도 얼마나 정확한 의사소통이 될지 의문이다. 

특히 사고 발생 하역기에는 그 흔한 무전장비 하나 설치돼있지 않았다. 앞서의 포항지부 관계자는 “각 하역기 마다 1명의 신호수가 배정돼 있는데, 무전기라도 갖고 소통하면 눈에 보이는 사고는 막을 수 있지 않겠나”라며 “신호수와 운전자 눈이 만에 하나 비상 상황을 놓치더라도 안전 센서가 정상 작동만 한다면 이중, 삼중으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와 해당 사내 하청업체는 지난달 22일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센서를 수리했다. 하지만 오래된 기기 안에 설치된 센서는 지금도 작은 고장이 나고 있다. 지금도 포항제철소 13대 하역기 가운데 양하기(Unloader, GTSU)8대엔 모두 무전기가 없고 연속식하역기(CSU)5대에만 무전기가 있다. 광양제철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8일 컨베이어벨트 정비 작업을 하다 목숨을 잃은 35세 A씨는 무전기가 없는 양하기(GTSU)로부터 협착 사고를 당했다. 

한편 전국금속노조는 5일 지난 3년간 포스코에서는 총 155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며, 그 가운데 사망사고가 16건, 부상을 입은 재해사고가 115건(사망사고 1건 중복), 인명 피해가 없는 재해사고가 24건 있었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총 21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 2월1일 충돌 사고를 일으킨 하역기의 모습. 이 사고 이후에도 안전 센서는 수리되지 않았다. 결국 일주일이 지난 8일 낮, 하역기 작업으로 협착되는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센서 수리에 들어갔다. [이창환 기자]
지난 2월1일 충돌 사고를 일으킨 하역기의 모습. 이 사고 이후에도 안전 센서는 수리되지 않았다. 결국 일주일이 지난 8일 낮, 하역기 작업으로 협착되는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센서 수리에 들어갔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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