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 원 넘는 손상 식별...투자 관리 개선 요구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산업은행이 오는 3월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행사 등을 논의하는 통합위원회를 신설했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24일 항공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통합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했다고 26일 밝혔다.

문제는 성공적인 빅딜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과 혈세 투입 등 각종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산은이 지난 5년간 3.5조 원을 투입해 지원한 대우조선 한국지엠 한국중공업 등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산은, 5년간 3.5조 손실…대우조선·한국지엠·한진중공업 등 지원
이동걸 회장 "부실 기업 많이 지원하다 보니"인정...대안은 있나


우선 산은이 최근 추진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성공적인 빅딜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많다.

정부는 지난해 11월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하는 '빅딜'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에 8000억 원을 연내에 투입해, 이 자금으로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할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업계는 부실기업끼리의 빅딜은 성공 가능성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산은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3조3000억 원의 혈세를 투입했지만 곧바로 바닥나 공적자금인 기간산업안정자금 자금 2400억 원을 추가 지원했다. 대한항공에도 1조2000억 원을 투입했고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도 예고된 수순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급속히 종식되지 않는 한 업계 전망도 어둡다.

연이은 기업 부실에 고민 늘어가

 게다가 산은이 혈세로 손실을 메우려 한다는 지적과 밀어붙이기식 매각에 따른 이동걸 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산은은 앞서도 부실기업 혈세 투입으로 지적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산은이 주식 형태로 153개 기업에 228건에 걸쳐 진행한 투자에서 3조5637억 원의 손상차손이 났다. 시장 가치가 떨어져 자산 회수 가능 금액이 장부가에 미치지 못하면 재무제표에 손실로 반영할 때 손상차손이라 한다.

대우조선해양 손상액이 5260억 원으로 대기업 중에서 가장 많았다. 한국GM과 한진중공업의 손상액은 각각 4494억 원, 612억 원으로 집계됐다. 송 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 “산은이 국내 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을 지원할 수는 있다”면서도 “해마다 주식 손상 규모가 크다는 얘기는 결과적으로 투자 전략과 관리가 부족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산은은 국민의 피 같은 돈을 퍼부었다. 2015년 4조8000억 원, 2017년 5조8000억 원 등 13조원가량이 자본 잠식에 빠진 대우조선을 살리려고 들어갔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안종범 경제수석비서관, 홍기택 산은 회장 등이 청와대 서별관에 모여 대우조선 자금 지원을 결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우조선이 파산할 때 나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고려하면 이때 결정을 배임으로 보기 어렵다며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송 의원실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산은이 국내 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에 주식으로 투자 지원을 할 수는 있다"면서도 "거의 해마다 주식 손상 규모가 크게 나타나는 것은 결과적으로 투자 전략과 관리에서 부족함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최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부실 기업에 많이 지원하다 보니 시중은행보다 BIS 비율이 낮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우리 내부적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또 국가 정부에서도 증자 지원을 도와줘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부실 비율이 너무 높아지면 지원 능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내부에서 철저히 관리하고 정부와도 협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KDB산업은행의 공식 명칭은 한국산업은행이다. 1954년 정부 출자로 산업자금의 공급과 관리를 위해 세워진 정부 출자 은행이자 기타공공기관에 속한다. 설립 목적은 정책 금융과 기업 대출 등을 담당하는 국책 은행의 역할을 맡았다. 정부의 경제개발 정책에 따라 사회간접자본이나 중화학공업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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