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 고정관념 버리면 보이는 CT4…240마력 힘으로 500km 질주

캐딜락 CT4 스포츠를 타고 눈길·빙판길 모드로 눈길을 달렸다. [이창환 기자]
캐딜락 CT4 스포츠를 타고 눈길·빙판길 모드로 눈길을 달렸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눈발이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펑펑 쏟아졌다. 차창 밖으로 내리치는 눈보다 노면에 쌓일 눈이 더 두려웠다.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금방 도로에 쌓였다. 후륜의 세단으로는 미끄러운 눈길을 달려 나갈 자신이 없었다. 캐딜락이 CT4 스포츠에 적용한 눈길·빙판길 모드를 떠올렸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 속는 셈 치고 주행을 이었다.

멀리서 다가오는 캐딜락 CT4 스포츠의 전면부는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SF 영화에서 만날 법한 로봇과도 닮았다. 로봇의 눈처럼 생긴 헤드라이트로부터 주간등(燈)으로 이어지는 CT4의 형상은 CTS 등으로부터 내려온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더 세련되고 날렵한 모습이다.

이번 시승은 서울을 출발해 대전과 세종 정부청사를 돌아오는 코스로 택했다. 고속주행 구간이 많고 서울에 비해 도심 정체가 적어 차량의 성능을 테스트하기에는 최적지였다. 

CT4 스포츠는 의외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차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수입차에 대한 이야깃거리는 주관적으로 독일차, 일본차, 유럽(독일 제외)차 순으로 해왔다. 다음이 국산차였고 국산차를 제외하면 다음이 미국차였다.

과거 GM이 대우를 인수하면서 한국GM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지만 어디까지나 국내 생산을 중심으로 내수 판매를 해 왔던 것은 사실이다.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우여곡절 끝에 미국 공장 생산 차량들이 다양하게 들어오기 시작했으나 미국차에 대한 고정관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GM이 정식으로 수입하는 캐딜락의 차량 가운데 가장 작은 CT4인데 외관으로만 보면 현대차의 아반떼보다 조금 크고 쏘나타보다 조금 작다. 내부 공간은 2열이 상대적으로 넉넉하지 못해 국산 준중형 정도로 보는 것이 맞다. 성능은 현대차의 G70에 견줄만하다. 

여기에 수입차라는 감성을 추가점으로 주면 CT4는 아주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특히 캐딜락 특유의 빼어난 외모는 주변의 시선을 강탈한다. 도로를 질주할 때도 매력이 넘친다. CT4는 전방에 엔진룸이 있고 구동축이 뒷바퀴에 있는 전형적인 후륜 세단이다. 

주행을 해보면 CT4 스포츠 모델 단일 트림으로만 출시한 이유를 알 수 있다. 표현이 웃기지만 앞쪽 엔진룸에서는 심장이 뛰고 뒤에서는 바퀴가 밀어댄다. 페달을 힘껏 밟았다. ‘악’소리를 냈다. 스포츠카와도 같은 진동과 으르렁거리는 엔진음을 내뿜으며 질주했다. 

단순한 주행 성능 외에도 CT4 스포츠는 스포츠. 눈길·빙판길, 트랙 등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후륜구동이기에 빙판길이나 눈길에 취약하다는 것은 차를 오래 타 본 사람이라면 체감할 수 있는 점이다. 

시승 테스트를 철저하게 하라는 하늘의 뜻인가 둘째 날 대전 청사를 떠나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내 폭설로 바뀐 눈은 앞을 가늠하기 힘들 만큼 내렸다. 도로 위 차량들이 비상등을 켠 채 달렸다. 한 번 미끄러져 본 경험이 있는 운전자라면 눈길의 두려움을 안다. 

그나마 CT4에 주행 선택모드가 있음에 감사하고 큰 기대 없이 눈길·빙판길 주행을 선택했다. 어? 기대 이상으로 부드러운 주행이 이어졌다. 도로에 눈이 쌓이면서 세종시로 진입하는 곳곳에 접촉 사고 차량들도 눈에 띄었다. 눈길 주행은 어떤 성능이나 기능보다도 항상 안전운전이 우선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서울로 올라오는 중간쯤 눈이 그쳤다. 충청도를 벗어나면서 도로에는 눈이 사라졌고, 서쪽으로 넘어가는 따스한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CT4가 채용한 보스(BOSE)의 14개 스피커를 타고 Kelly Clarkson의 ‘Because of You’가 흘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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