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방지 법안’ 실효성 있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사진=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사진=뉴시스]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국민들의 분노도 극에 달했다. 이에 여야(與野)를 중심으로 공직자·공무원 부동산 투기 근절 법안인 일명 ‘LH 사태 재발 방지’ 관련 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또 전수조사·특별검사 도입·국정조사에도 합의했다. 정부도 LH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입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달 중 처리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나가겠다는 당정의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안들의 조속 처리 가능성과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재발방지·특검·전수조사’ 합의… 걸림돌은 여전
- 정치적 셈법 따라 여야 간 입장 첨예하게 갈릴 수도

지난 2일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이후 국회에서 ‘부동산 투기 방지 처벌 법안’이 쏟아졌다. 지난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일명 부동산 투기 근절 법안은 총 36건이 발의됐다. 

여당에서는 지난 4일 문진석 의원이 시작이었다. 문 의원은 LH 등 공공기관 직원들이 비공개 정보를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누설할 경우 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이익의 3~5배 벌금을 부과하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장경태 의원도 지난 5일 동법에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과 이익 몰수 내용을 담았다. 이 외에도 박상혁·정청래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김은혜 의원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이익액의 3~5배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게 했고, 황보승희 의원도 현행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8년 이하 징역 또는 8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처벌 수위가 점차 높아지자 이주환 의원은 이익액의 10배를 벌금으로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을 발의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미공개 정보로 얻은 투기 이익이 50억 원 이상일 때 5년 이상, 최대 무기징역까지 내릴 수 있도록 했다. 투기 이익 환수 뿐 아니라 징벌적 형사책임을 부과한 게 핵심이다.

아예 투기를 막는 ‘3법 세트’도 발의됐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공직자 투기방지 3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오섭 민주당 의원도 ‘공직자 부동산 투기근절 3법(공직자윤리법·공공주택 특별법·한국토지주택공사법)’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의 부동산 투기 비위에 대한 징벌적 처벌, 재산 몰수 방안 등이 담겼다. 공직자 모두에 재산 신고 의무 등을 부과했다.

與 ‘LH 5법’ 추진

더불어민주당은 LH 투기 의혹으로 악화되는 민심을 반영해 지난 15일 ‘제1차 공직자 투기·부패근절 대책TF’ 회의를 열고 공직자 투기 및 부패방지를 위한 일명 ‘LH 5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대책TF 회의에서 “공직사회 투기를 근절하고 재발방지 위한 제도적 입법화가 중요하다. 공직자 투기 및 부패방지 5법을 최우선 입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LH 5법은 이해충돌방지법, 공직자윤리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공공주택특별법, 부동산거래법 개정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와 국회의원이 지위를 남용한 사적 이익 추구를 방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국회의원,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국회에서 폐기와 발의가 반복됐던 바 있다. 국회에 제출된 지 8년 만에 다시 공론장에 올랐다. ▲공직자윤리법은 관련 부처와 기관의 부동산 취득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은 업무상 비밀을 통해 얻은 부당이익의 3~5배를 벌금으로 환수하고 해당 부동산을 몰수하는 내용이다. ▲공공주택특별법은 업무 관련성이 없어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종사자와 해당 정보를 부정하게 얻어 활용한 외부인 등도 법적제재 대상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부동산거래법은 거래 투명화를 위해 ‘부동산분석원’을 설치하는 것이다.

휴일인 1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LH 경기지역본부에 직원이 출근하고 있다. 전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전 LH 고위간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21.03.13. [뉴시스]
휴일인 1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LH 경기지역본부에 직원이 출근하고 있다. 전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전 LH 고위간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21.03.13. [뉴시스]

‘특검·국정조사·전수조사’ 합의…실효성은?

지난 16일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먼저 제안한 ‘LH 투기 의혹 특검’과 ‘국회의원 전수조사’ 요구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월 임시국회 회기 중에 LH 특검 법안이 본회의에서 즉시 처리될 수 있도록 특검 법안을 공동 발의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LH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도 이날 함께 제출했다. LH 투기 진원지인 경기 시흥, 광명을 비롯한 3기 신도시 토지 거래를 국정조사 대상으로 명시하겠다고 했다. 또 국회의원 전수조사에 대해선 의원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와 선출직으로 대상을 넓히자고 요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야 이견으로 LH 특검이 조기에 출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여야는 특검법 마련과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빠르면 한 달 안”이라고 했고 주 원내대표는 “3월 임시국회 중 처리”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야는 특검 임명부터 조사 대상, 범위 등을 놓고 서로 간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수사 범위와 관련 “성역은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수사 범위에 이명박·박근혜정부 부동산 개발까지 포함할 가능성이 높고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택지개발 과정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특검수사와 국정조사를 동시에 할지, 아니면 무엇을 먼저 할지, 나아가 실행 시기에 따른 정치적 셈법으로 여야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릴 수 있다. 전수조사 역시 국회의원 300명을 넘어 지자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으로 확대해야 한단 점에선 이견이 없지만 민주당은 4월 재보선 출마자를, 국민의힘은 청와대 직원들을 포함시키자며 맞서고 있다. 조사 주체도 감사원이나 권익위가 할지, 별도의 기구를 따로 만들지를 두고서도 추후 실무협상에서 장기적인 기 싸움이 예상된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특검 법안이 처리되더라도 특검 임명과 수사팀 구성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했을 때 수사의 본격 개시는 5월은 돼야 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여기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보인다. 특검이 출범하면 정부합동수사본부(합수본)는 사건을 특검으로 이첩하게 되는데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닌 ‘투기 의혹’은 합수본이 계속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합수본은 공무원·공공기관 직원 전반의 내부정보 이용 투기 행위에 대해 조사 중이다. 

또 다른 문제는 현재까지 최대 규모 특검은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를 맡은 박영수 특검이다. 특별검사보 4명과 파견검사 20명, 특별수사관 40명 등 총 105명으로 꾸려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수사 대상과 지역, 투기·투자 구별, 미공개정보 이용 여부 등 혐의자 선별과 혐의 입증 등을 위해 더 많은 인력이 투입돼야하기 때문에 특검 조기 도입에 의문이 남는 지점이다. 정치권의 선거 유불리에 이용되면 수사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경찰 주도의 합수본 수사를 믿고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특검보다 국수본이 더 효율적”이라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