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인물부재 속 ‘손석희 카드’ 만지작

이재오 · 오세훈 · 손석희(뉴시스)

수정시간 : 2009-2-17 13:15


집권여당과 야당이 인물 때문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인기가 지지부진하지만 집권여당 특성상 넘쳐나는 인물로 인해 각종 선거에 유력한 인사들의 출마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내년 있을 서울시장 선거. 오세훈 서울시장이 ‘연임’을 기대하고 있지만 친이 진영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 후보들의 엉덩이가 들썩거리고 있다. 그 가운데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 카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환경 시장을 내세운 오 시장에 이어 ‘문화 시장’으로 유 장관 카드도 괜찮다는 얘기다. 반면 ‘대표 선수’가 없는 민주당의 경우 인물 부재로 인해 고심중이다. 반기문 대권 후보 영입설에 이어 손석희 MBC 아나운서 카드를 조심스럽게 만지작 거리고 있다. 이재오 전 의원의 지역구인 은평을 재보궐 선거나 서울시장 카드로도 괜찮다며 은근히 출마를 바라고 있다.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는 두 인사들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최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행보가 바쁘다. 독립영화를 비롯해 열악한 대한민국 영화 및 드라마 환경을 위한 과감한 예산지원, 국제문화도시 조성 등 문화부 장관으로 대한민국의 문화 강국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친이, 유인촌 ‘문화 시장 카드’ 부상 중

특히 유 장관이 이명박 대통령과 코드가 잘 맞는다는 점에서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장관직으로 정치 인생을 접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1987년 ‘야망의 세월’로 인연을 맺어온 두 인사는 ‘20년지기’인 셈이다. 이미 일각에서는 유 장관이 장관직 이후 ‘문화 시장’으로 서울시장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유 장관을 둘러싼 정치환경을 보면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얘기도 아니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회 담당하는 한 사정기관 인사는 “최근 유 장관을 둘러싸고 서울시장에 출마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전혀 틀린 소문이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시간은 많이 남아 있어 유 장관이 직접 언급을 하거나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친이 진영에 오 시장을 능가할 인물들이 부재하고 오 시장이 친이 진영으로부터 확실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론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현재 한나라당 친이 진영에서 출마를 저울질하는 후보로는 정두언, 공성진 의원 등이 대표적이지만 오 시장과 비견해 ‘대중성’에 있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반면 유 장관의 경우 오랫동안 드라마 및 방송활동을 한 데다 장관직을 역임해 주변에서 차기 서울시장 카드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유 장관이 평소 ‘마라톤 친구’로 알려진 전 러너스클럽 사장이었던 선주성 정책보좌관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러너스 클럽은 유명 마라톤 용품의 온오프라인 판매회사로 국내외 유명한 마라톤 행사를 기획.진행하는 대표적인 회사다. 특히 선 보좌관은 유 장관이 2006년 12월부터 7개월간 도쿄 유학생활을 마친 이후 ‘워크 홀릭과 함께 하는 문화체험’을 함께 할 정도로 친분이 깊은 인사다.

특히 그는 ‘걷기와 달리기’ 전문가로 이 분야에서 ‘마당발’로 통하고 각종 모임과 행사에 유 장관과 더불어 의욕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선 보좌관은 2008년 9월 유 장관의 권유로 정책보좌관에 임명됐고 조선일보 편집부 출신으로 공군사관학교 교수 등을 지낸 인물로 알려져 있다.


민주, 손석희 재보궐 선거? 서울시장 출마? ‘OK’

지난해 12월달에는 ‘서울 자전거 축제’를 기획해 25개 지자체 인사들과 함께 ‘서울도심을 여행하는 자전거 축제’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또한 친이 진영의 강승규 마포갑 한나라당 의원과 ‘대통령을 만든 마케팅 비밀 일곱가지’ 책을 함께 발행했고 작업을 하면서 이윤성, 차명진 의원과 친분이 알려져 한나라당 친이 인사들과 교류도 활발한 인사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화정책 전문가로서 다소 먼 선 보좌관이 유 장관 곁에 있는 것과 관련 마라톤이나 걷기 동호회 등 체육 모임을 조직해 유 장관의 차기 서울시장 도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각마저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장 출마설관련 선 보좌관은 본지와 13일 통화에서 “아 무슨 그런 말을 하느냐...”면서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손님 때문에 바쁘다’는 선 보좌관은 이후 전화를 재차 걸었지만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은 셈이다.

반면 민주당은 인물 부재로 재보궐 선거뿐만아니라 내년 선거에서 참신한 인물을 구하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차기 대권 후보로 정세균, 손학규, 정동영 후보가 있지만 국민들에게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당장 재보궐 선거에 정 후보가 생환할지가 관심이다. 창조한국당 대표 문국현 후보가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은평을에 내보낼 선수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재오 전 의원은 ‘4월 재보궐 선거에 출마 안한다’는 입장을 밝혀 여의도 정가에서는 문 의원이 3월달까지 의원직을 상실하지 않아 10월 재보궐 선거로 넘어가는 데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당초 은평을 재보궐 선거에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와 한나라당 이 전 의원의 맞대결이 예견됐지만 당장은 요원해진 상황이다. 특히 민주당 후보는 거론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당 일각에서는 ‘손석희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MBC 대표적인 아나운서인 손씨는 꾸준하게 정치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온 인사다. 역대 MBC 출신 아나운서인 정동영, 최문순, 박영선 전현 의원에 비해 대중성면에서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에서 ‘방송법’ 등 언론관계법을 개정해 신문의 방송사 진출을 두고 MBC와 보수 언론이 국회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씨의 민주당 입당은 MBC에게도 천군마마를 얻은 격이다. 활용도도 높다. 당장 올해 열리는 4월이나 10월 재보궐 선거에 수도권 어느 지역에 공천을 준다고 해도 당선 가능성이 높다. 자칫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에 맞서 손씨의 출마론도 나올수 있다.

이에 손석희씨는 "민주당 인사와 접촉한 사실이 없다" 면서 "정치에 관심이 없다. 또한 출마 의사가 없다" 라고 밝혔다.

바야흐로 민주당은 인물 부재론속에 ‘스타급 아나운서’ 영입 작업에 나서고 있고 한나라당은 ‘코드형 인사’ 찾기에 분주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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