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살해 후 자해한 남성···이틀간 집에 머물렀다?

지난달 27일 서울 노원구 일가족 피살 사건의 피해자들 집 앞. [뉴시스]
지난달 27일 서울 노원구 일가족 피살 사건의 피해자들 집 앞.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가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 경찰이 범죄의 전말을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해 국민적 공분이 거세다. ‘노원 일가족 3명 살인사건의 가해자 20대 남성 신상공개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올라온 지 3일 만에 답변 정족수인 20만 명을 넘어섰다. 세 모녀는 어떤 이유로 살해당했는지, 그날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경찰, ‘스토킹정황 확보···피해자, 1월부터 불안감 호소

가해자 신상 공개하라청원, 3일 만에 20만 명 넘겨···폭발적인 공분

지난달 25일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50대 여성 1명과 20대 여성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A(59)씨와 B(24)‧C(22)씨는 모녀 관계다.

이들의 집 거실에는 살인 사건 용의자인 20대 남성 D씨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 자해 후 쓰러져 있던 D씨를 우선 병원으로 이송했다.

경찰은 피해자 지인으로부터 “친구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세 모녀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D씨는 앞선 지난달 23일 오후 5시35분경 피해자들이 살던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이용, 피해자 집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D씨는 당일 집에 혼자 있던 둘째 딸과 이후 집에 들어온 어머니를 연이어 살해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귀가한 큰딸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D씨가 범행을 저지른 후 체포될 때까지 약 이틀간 집 안에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주민들 “안타깝다”

주민들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출하고 있다. 같은 층의 한 주민은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 여기저기 오가며 피해자들을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데 그런 일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아파트 복도에는 CCTV가 따로 설치돼 있지 않고 센서도 고장나 불이 켜지질 않는데 피의자가 이런 점을 악용한 건 아닐지 생각이 들며 화까지 나더라”라고 전했다.

다른 주민은 “피해자들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웃 주민이 그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그저 안타깝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오후 택배기사는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마스크 600개가 들어 있는 택배를 배달하려던 참이었다. 택배상자의 주인은 피해자 중 한 명인 어머니 A씨. 택배기사는 “우연찮게 소식을 들었다. 어제, 오늘 피해자들 앞으로 계속 택배가 배송 왔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서 참 안타깝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후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는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국화가 놓였다. 옆에 붙어 있던 종이에는 “미안합니다. 하늘에서라도 편히 쉬세요”라는 글이 적혔다.

- “스으윽 다가오는 검은 패딩”

그렇다면 세 모녀 살인사건은 왜 일어난 것일까.

경찰은 D씨가 큰딸인 B씨를 장기간에 걸쳐 스토킹한 정황을 확인했다. 큰딸의 지인으로부터 지난 1월 말부터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

경찰에 따르면 큰딸 B씨의 지인은 경찰 조사에서 B씨가 지난 1월 말부터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밝혔다. 지인 진술에는 큰딸이 집 주소를 말해 준 적도 없는데 D씨가 찾아온다거나, 전화를 피하자 집 앞에서 8시간이나 기다려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했다는 등의 말을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경찰이 확보한 메신저 대화 기록에서도 큰딸은 지난 1월 말 지인에게 “집 갈 때마다 돌아서 간다. 1층서 스으윽 다가오는 검은 패딩”, “나중에 (D씨에게) 소리를 질렀다 나한테 대체 왜 그러냐고”라며 두려움을 호소했다. 경찰은 D씨와 큰딸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두 사람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통신내역 등을 살펴봤다.

다만 경찰에 따르면 세 모녀가 스토킹으로 D씨를 신고하거나 신변 보호를 요청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건이 스토킹 범죄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D씨의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 사건에 대한 국민청원 글에 참여한 인원이 청원 공개 3일 만에 답변 정족수인 20만 명을 넘어섰다.

청원자는 “현재 이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자해를 시도해 치료 중이므로 아직 제대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일가족 3명이 죽임을 당한 것은 확실한 사실”이라며 “작정을 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 또한 확실한 사실이다. 가해자의 신상을 이른 시일 내에 공개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 피해자의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누리꾼은 지난달 28일 이 청원 링크를 공유하며 “유족분께서 청원이 보궐선거로 묻히지 않게 해 달라고 하셔서 (청원 링크를) 올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대한 특례법에 따른 신상공개 기준은 ▲범행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강력범죄 사건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범죄 예방 등 공공 이익 ▲피의자가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등이다.

경찰은 내부적으로 신상공개 절차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D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한 뒤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 개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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