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했다” 추가 폭로 잇따른다···관리감독 주체 없는 ‘사각지대’

경남 하동군 지리산 청학동 서당(예절기숙사). [뉴시스]
경남 하동군 지리산 청학동 서당(예절기숙사).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경남 하동 청학동 서당 입소생들의 엽기적인 상습폭력과 성폭력 사태와 관련,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관리감독 주체가 애매한 제도적 맹점 탓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폭언폭행에 성적 고문까지···아이가 엉망이 됐다

지난달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딸아이가 집단폭행 및 고문과 협박‧갈취 등으로 엉망이 됐다”는 글이 올라오며 사건이 조명됐다.

청원인은 “지난 1월 하동 지리산에 있는 서당에 인성교육을 배워오라고 보낸 딸이 기숙사에서 동급생 1명과 딸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 2명 등 총 3명에게 엽기적인 폭언‧폭행‧성적 고문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섬유유연제‧세탁세제‧변기물 등 먹이기, 청소도구로 이 닦이기, 부모님 귀중품 가져오게 시키기 등 가혹 행위를 저질렀다. 청원인은 “서당 쪽에서는 사건을 덮으려고 했던 의심쩍은 행동과 전화증거도 있다”며 “온몸에 상처 안 난 곳이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 집에 온 딸을 봤을 때 제 마음도 무너져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다신 벌어지지 않아야 하기에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돼야 하고, 제대로 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는 국가에서 서당, 대안학교 등의 허가를 내어줄 때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피해 학생의 부모가 경찰에 고소,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은 2일 기준 7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 뒤늦게 알려진 또 다른 사건

서당이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다른 서당에서 남학생 2명이 동성 학생 1명의 옷을 벗기고 체액을 먹이는 등 성폭력 사건도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앞서 밝힌 서당과 다른 서당에서는 지난해 2월 남학생들간의 학교폭력 및 성폭력 사건이 드러났다. 해당 서당에서 10대 남학생 2명이 기숙사에서 동급 남학생 1명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짓을 저지르고, 남학생이 거부하자 강제로 유사 성행위를 시킨 사건이다. 이 사건은 그해 5월 경찰에 신고됐고, 연말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서당 측은 사건 발생 후 피해 학생이 퇴소할 때까지 상황을 모르다가 수개월이 지나 수사가 시작되자 이러한 내용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당 측은 지난달 30일 한 언론에 “학생끼리 있었던 일을 모두 알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피해 학생은 “평소 가해 학생들을 중심으로 폭행이 자주 있었는데도 서당 측에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방을 옮긴 뒤에도 이들이 불러 때렸기 때문에 관리자가 CCTV 확인만 철저히 했어도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서당 측이 학생 간 갈등을 일상적인 일로 봤기 때문에 퇴소할 때까지 피해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 10여 명이 일상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는 것. 그는 “장난을 빙자한 주먹질뿐만 아니라 빗자루 등 도구를 이용해 폭행하기도 했고, 하루에 2~3명씩 괴롭혔다”면서 “일부 피해자가 관리자에게 폭행 사실을 알렸지만 잠시 상황만 정리할 뿐 근본적인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당 측은 학생들 특성상 싸움이 자주 있었지만 곧바로 분리 조치했고, 폭행을 방치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 ‘합동 전수조사’ 시작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는 추가 폭로가 잇따르는 상태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대부분 지자체와 교육기관의 지도감독을 받지 않는 서당에서 발생했다. 서당은 학원법에 따른 교습소‧학원도 아니고 수련법에 따른 청소년수련시설도 아니다 보니 관리 주체가 없는 사각지대에 있다.

지난 2018년 청학동 서당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해 당시 대법원은 예절‧인성교육 등 교습행위를 하는 모든 서당은 등록할 것을 판결했고, 이후 서당들이 개인과외교습자 또는 학원으로 등록을 하게 됐다.

하지만 서당을 운영하던 사람들이 개인과외교습자 또는 학원으로 등록하고, 기존에 운영하던 서당은 폐쇄하지 않은 채 일종의 숙소(하숙) 개념으로 계속 운영하고 있다. 청학동 폭력 사태는 대부분 이러한 서당에서 발생했다.

하동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서당은 수련시설도 아니고 관리감독 주체가 아무도 없는 사각지대에 있다”면서 “서당에서는 교습행위를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숙식을 하면서 다른 활동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박종훈 경상남도교육감도 “2018년 성폭행 사건 후 교육당국이 직접 개입하려고 했지만, 일부 시설만 학원으로 등록해 지도 감독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청학동에는 현재 총 10여 곳의 예절학습당(서당)에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등 1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수용돼 있다. 이들 서당은 지자체가 관리‧감독하는 청소년수련시설 등으로 등록돼 있고, 일부는 기숙형 종합학원, 개인과외교습자로 신고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동군 관계자는 “지자체는 청소년수련시설만 관리하고 있어 그 외 서당과 교습소, 학원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모르고 있고, 지자체 관리를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학동 서당의 이러한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학원이나 개인과외교습자 또는 청소년수련시설 등으로 등록이나 신고를 하지 않고 서당(숙소)으로 운영되고 있는 기숙형 학원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편 청학동 서당 사태와 관련, 경찰과 교육청, 하동군청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에 나섰다. 경남도교육청은 전수조사와 별도로 서당 내 폭력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권 편입 등 근본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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