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이재명·윤석열·주진우·김어준

2012년 4월29일 서울 한강공원 잠원지구 트랙구장에서 열린 나꼼수 방송 1주년 기념 '용민운동회'에서 김용민, 김어준, 주진우가 무대 위에서 참가자들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2012년 4월29일 서울 한강공원 잠원지구 트랙구장에서 열린 나꼼수 방송 1주년 기념 '용민운동회'에서 김용민, 김어준, 주진우가 무대 위에서 참가자들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여권에선 친문세력의 재집권을 위해 경계해야할 5적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이재명, 윤석열, 양정철, 김어준, 주진우다. 윤석열 전 총장을 제외하곤 나머지 모두 현재 여권진영에 속한 인물들이다. 윤 전 총장의 경우에도 야권의 잠룡으로 분류되기 전까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를 이끌며 여권에서 지지받던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같은 진영이거나 이었던 인물이 왜 친문의 5적으로 분류되고 있을까? 일요서울이 알아봤다. 

-친문, 대선 앞두고 ‘적통후보기근’에 고심 깊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이후 소속 의원들에게 ‘열린우리당 트라우마’를 언급하며 ‘겸손’을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우리는 승리에 취했고, 과반 의석을 과신해 겸손하지 못했다”며 “일의 선후와 경중과 완급을 따지지 않았고 정부와 당보다는 나 자신을 내세웠다. 그 결과 우리는 17대 대선에 패했고 뒤이은 18대 총선에서 겨우 81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우리는 이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열린우리당 시절의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를 ‘5계명’으로 정리해 국회의원 당선인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2004년 4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역풍 속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은 총 152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의석을 차지했지만 약 3년 후 소멸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승승장구하던 열린우리당은 왜 정치사에서 소멸했을까? 

2005년부터 열린우리당은 당내 계파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4대 입법’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당 지지율이 추락하고, 향후 선거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당내 계파들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선 노 전 대통령이 있으면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며 탈당까지 요구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정동영계와 김근태계로 이뤄진 비노와 친노 사이의 내분이 본격화됐다. 2006년 2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갈등은 심화됐다. 정동영계, 김근태계가 2강 체제를 구축해 경쟁을 벌였고, 친노 분파는 각기 다른 인물을 당 의장(대표) 후보로 추대했다. 전당대회 결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당 의장이 됐다. 계파 다툼에 사분오열된 열린우리당은 2006년 5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 내부에선 정계 개편이 거론됐다. 2007년 1월, 임종인 의원을 시작으로 2007년 6월까지 소속 의원 79명이 탈당해 합종연횡을 거듭한 끝에 2007년 8월5일 출범한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모였다. 열린우리당은 같은 해 2월14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시 정세균 의장과 지도부가 대통합민주신당과 8월20일 합당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열린우리당 소멸 후 친노는 지리멸렬했다. 

열린우리당이 소멸된 이유에 대해 세간에 여러 가지 견해가 있지만 친문진영에선 ‘배신’이 가장 큰 원인으로 거론됐다. 지난달 29일 여의도에서 만난 친문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친문진영에선 열린우리당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내부의 적 즉 배신에 있다”고 본다며 “배신의 트라우마를 가진 친문진영은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정치적 발언과 행보에 있어 진영과 배치되는 인물은 배신자로 규정해 공격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처럼 배신에 민감한 친문진영이 ‘열린우리당 트라우마’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5명을 경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이재명, 윤석열, 양정철, 주진우, 김어준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시스]

 

- 친문, ‘탈당설·LH폭로 배후설·이낙연 갈등설’ 공세... 이재명 “지상최대 이간 작전”

최근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강성 친문성향의 네티즌을 중심으로 LH 땅투기 의혹 폭로의 배후에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있다는 음모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12일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진 LH 사건 폭로 이재명 배후설은 사건 폭로를 주도한 인물인 서성민 변호사와 김남근 변호사가 이 지사 측 인물로 알려지며 의혹의 불씨를 강하게 키웠다. 서 변호사는 이 지사 측 가짜뉴스 대책 단장을 맡고 있으며 김 변호사는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 소속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SNS를 통해 나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민주당 내 강성 친문성향 당원들은 이러한 의혹을 바탕으로 이 지사가 4월 재보선을 흔들어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정부·여당에 부담이 되는 LH 사건을 측근들을 시켜 폭로하게 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왔다. 

이 지사에 대한 강성 친문성향 당원들의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 지사가 주장해온 ‘기본소득’은 여권의 잠룡들과 핵심인사로부터 많은 비판과 견제를 받았다.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1월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알래스카 빼고는 (기본소득을) 하는 곳이 없다. 그것을 복지제도의 대체재로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또 1월18일 수원을 찾은 이 전 대표는 “돈은 많이 들어가는데, 어려운 분들에게 부족하게 드릴 수밖에 없는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며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지난 1월4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구상에서 기본소득제도를 성공리에 운영한 나라가 없고 한국의 규모를 감안할 때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다른 나라가 안 하는데 우리가 감히 할 수 있겠냐는 ‘사대적 열패의식’을 버려야 한다”며 반박했다. 

이에 대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 지사를 겨냥해 지난 2월8일 자신의 SNS에 “비판이 아닌 비난으로 들린다”며 “‘알래스카 외에는 하는 곳이 없고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는 표현이 뭐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니다. 지도자에게 철학과 비전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때론 말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이 지사를 비판했다. 

이어 임 전 실장은 “나는 여전히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가 지금 우리 현실에서 공정하고 정의롭냐는 문제의식을 떨칠 수가 없다”면서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쓰는 것이 미래 세대에게 고통을 떠넘기지 않으면서 더 공정한 것일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님 표현 그대로 정치적 억지나 폄훼가 아닌 상식과 합리성에 기초한 건설적인 논쟁을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을 놓고 이 지사에 대한 여권의 잠룡 및 핵심인사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여권 최대 지지기반인 강성 친문 당원들을 중심으로 이 지사의 탈당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 지사가 당내 견제가 심해 여권의 대선후보로 선택받기 어려워지면 탈당 후 신당을 창당해 활로를 찾을 것이란 내용이다. 하지만 이 지사는 “탈당은 없다”며 의혹 차단에 나섰다. 

지난달 5일에는 강원 춘천시를 찾은 이 전 대표에게 계란을 던진 시민단체가 1년 전 경기도청 앞에서 이 지사를 지지하는 행사를 가졌다며 사건의 배후에 이 지사 측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이어 지난달 9일에는 이 지사측이 이 전 대표의 마지막 당무회의에서 좌석배치를 두고 충돌과 고성이 오갔다고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이 지사는 SNS에 “지상최대의 이간작전이 시작됐다”며 반박했다. 

최근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후보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에 대해 친문은 더 경계심을 갖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동안 이 지사의 정치적 행보나 발언이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다르거나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도 드러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시스]

 

- 文정부 ‘개국공신’ 양정철·주진우·김어준에... 친문 지지자들 “배신자”

팟캐스트 ‘나는꼼수다(나꼼수)’ 출신 멤버인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지난해 12월3일 자신의 SNS 에 ‘주진우 기자의 해명을 기다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씨는 글에서 “주진우 기자가 우리 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분들이 적지 않다”며 “그러나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서 그동안 주진우 기자의 행적과 발언을 살펴볼 때 그가 과연 같은 편인지 의문을 가질 일이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제 의혹 제기가 틀렸으면 좋겠다”면서도 “마침내 그를 ‘윤석열 패밀리’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뼈아픈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전선이 명확할수록 피아구분은 명확해져야 한다”며 주 기자를 향해 네 가지 ‘공개질의’를 던졌다. 김 이사장은 첫째로 “강력한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던 윤 총장이 양정철 씨와 회동할 무렵 주진우 기자도 그 자리에서 합석했다”며 “당시 4명이 있던 이 자리에서 주진우 기자는 윤 총장을 ‘형’으로 호칭하며, 양 씨에게 반농담조의 충성맹세를 요구했다. 왜 이 자리에 참석했는가”라고 물었다. 

두 번째로 그는 “지난 4월초 MBC 한동훈 검사장 검언유착 의혹 보도가 나온 직후 주 기자는 제게 한 검사장과 채널A 이동재 기자는 소통한 바 없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을 입증하는 녹취록이 세상에 공개됐다. 이렇게 말한 이유는 한 검사장의 이익을 대변하고자 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세 번째로 김 이사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수사지휘를 발동한 후 주 기자는 추 장관을 찾아가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며 “여론을 빙장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제동을 걸려 한 것은 아니었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네 번째로 그는 “윤 총장과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의 회동을 취재하던 기자(이상호 기자)가, 윤 총장에게 반론 통화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 기자는 그 기자에게 전화해 ‘윤석열 라인을 흔들면 안된다’고 말했다”며 “윤 총장으로부터 그 기자에게 항의 전화를 하라는 부탁을 받았습니까”라고 물었다. 마지막으로 김 이사장은 주 기자에게 “답변을 기다립니다. 해명이 제가 공개하지 않은 객관적 정황에 배치될 경우 추가 질문을 할 수 있다”며 글을 맺었다. 

주진우 기자는 김 이사장의 질의 3일 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 씨가 제기한 윤 총장,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의 만남에 대해선 “그런 자리가 없었다”면서 “양정철에게 윤 총장을 소개시켜주고 (양 전 원장에게)충성맹세를 시켰다? 충성맹세와 건배, 존재하지 않은 장면, 존재하지 않은 말을 누가 들었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주 기자는 김 이사장이 질의한 검언유착 논란에 관해선 “용민이가 검찰 반응을 물어와서 ‘검사 애들은 통화한적 없다던데’라고 말했다”며 “기자는 생각이 다른 사람도 만나는 사람이다. 오랜 기간 전광훈도 만났고, 김태촌, 조양은도 만났다. 내가 조양은을 만났다고 양은이파인가”라고 반문했다. 
주 기자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김 이사장은 바로 다음날 자신의 SNS에 “저는 이번 답변으로도 아직 그가 윤석열 집단과 절연했다는 믿음을 갖지 못했다”며 “진실을 향한 주진우 기자의 진정성을 다시 확인하는 그날을 앙망해 본다”고 말했다. 
친문은 양 전 원장, 주 기자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및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대통령과 가장 큰 대립각을 세운 윤 전 총장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의심을 하는 모양새다. 

그리고 방송인 김어준씨도 윤 총장에 대한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씨는 검찰이 조 전 장관 자책 압수수색 뒤 한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 총장의 정치적 야심설은 낭설에 가깝다고 보나... 충정이라는 단어가 저한테 딱 꽂혔는데 저는 거기에 윤 총장의 진심은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발언했다. 
양정철 전 원장과 방송인 김어준씨 그리고 주진우 기자는 여권에서 개국공신으로 통한 인물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문진영에선 이들이 윤 전 총장과 회동 했다는 의혹과 함께 결국 친문의 위협요소로 분류됐다. 

 

- 전문가 “친문, 파이 늘리는 정치 아닌 좁히는 정치해”

2019년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조국 사태’를 계기로 친문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적대관계를 형성했다. 윤 전 총장은 이전까지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한 인물로 친문진영에선 지지받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조 전 장관의 임명을 강행하며 당시 윤 총장과 대립했다. 이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전 총장은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갔다. 

친문진영에서 정의로운 검사로 칭송받던 윤 전 총장은 졸지에 야권의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며 친문과 대척점에 서게 됐다. 

장예찬 시사평론가는 지난 1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친문은 파이를 늘리는 정치가 아닌 좁히는 정치를 한다”며 “이런 현상은 과거에 친박이나 극우적 성향을 가진 정치 유튜버들이 감별사 노릇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장 평론가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팬덤이 고착화되고 강화되면 자기들끼리 순혈주의를 찾게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특징들은 정치계파가 수명을 다했을 때 보이는 모습”이라며 “계파가 정치적으로 활발하게 발전할 때는 외연확장과 외부 인사들에 대해 열린 성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요서울과 지난 1일 마포에서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친문은 4월 재보선의 결과에 따라 여당이 과거 열린우리당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마땅한 친문 후보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그 위기가 현실이 될 수 도 있다”고 했다.

오는 4월 재보선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친문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친문의 5적이라 불리는 인물들의 향후 행보가 친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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