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 인터뷰

[사진=양육비해결총연합회 제공]
[사진=양육비해결총연합회 제공]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한부모 가정 10명 중 7명은 옛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탓에 여성가족부는 최근 논의를 거쳐 개정 양육비이행법을 7월13일부터 시행한다. 앞으로 고의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은 출국 금지, 명단 공개, 형사처벌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또 양육비 지급을 한 달만 미뤄도 감치명령(구치소 등에 법원이 직권으로 구속하는 제도)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2015년 여가부 산하 양육비이행관리원 출범 이후 양육비 이행 규모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지만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이용하더라도 양육비이행률은 여전히 낮은 게 현실이다. 일요서울은 지난 1일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를 만나 양육비이행 법안에서 개선해야 할 점과 미성년 자녀의 생존권 문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가부 관련 법안 마련… 국가도 책임 인식한 듯”
어른 간 돈 관계 문제 아냐… 성장하는 자녀 고통도 생각해야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단체는 언제 결성이 됐나. 결성하게 된 계기가 있나.
▲2018년에 양육비 미지급 상황에 놓여 있던 양육자가 비양육자를 찾아갔는데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CCTV에 찍혀 언론에 나왔다. 비슷한 시기에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라는 홈페이지가 있다는 것도 함께 알려졌다. 배드파더스에는 오랜 기간 양육비 문제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던 양육자들이 모여 있었다. 당시 구본창 배드파더스 대표의 연락처가 홈페이지에 나와 있었는데 그걸 본 (양육비를 받지 못한) 양육자들이 연락을 해 온 것이다.

양육자들은 그동안 법 기관이나 양육비 관련 국가기관인 양육비이행관리원 등을 통해 양육비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몇 년 동안 계속 난관에 부딪히면서 한줄기 희망을 찾았던 거다. 이들이 모여 그해 9월 네이버 카페를 개설하고 전국에서 모여들면서 ‘양육비해결총연합회’가 생겨나게 됐다. 당시는 소수의 피해자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피해 상황이나 양육비를 미지급 한 배우자의 태도, 자녀가 겪는 문제 등 패턴이 전형적이었다. 연령대가 다양했음에도 사례는 모두가 비슷했다. 

-단체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전국에서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이 모여 더 이상 문제를 두고만 볼 수 없다는 여론이 생겼고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공론화해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활동이 빠르게 진행됐다. 2018년 9월 만남 이후 비영리 민간단체를 설립해 지금 사단법인이 됐는데 단체가 결성된 순간부터 입법팀, 언론팀, 대외협력팀, 카페·SNS, 현장팀 등 파트를 나눠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들 너무 오랜 시간 기다렸고 그만큼 자녀들의 고통도 가중되기 때문에 신속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활동하는 데 가장 큰 촉매제가 됐던 건 배드파더스 사이트였다.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신상공개가 합법인지 불법인지 논란이 되면서 ‘양육비 지급’ 문제가 조명됐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생계를 책임지며 자녀를 키우고 단체 활동까지 해내는 건 무리가 컸다. 이 문제를 언론에서도 이야기해줘서 큰 도움이 됐다. 이후 국회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도 매일 했는데,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 대선 공약인 ‘양육비 국가 대지급 제도’의 도입을 촉구한다는 점과 이는 아동의 생존권임으로 아동의 권리 보호는 부모뿐 아니라 국가도 책임이 있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양육비 관련법을 제정해 달라는 촉구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교대하면서 1인 피켓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단체 회원들은 대부분 피켓 시위를 처음 해 보는 분들이었다. 전라도, 충청도 등에서 서울까지 기차 타고 오신 회원 중 한 분이 교대를 할 때 서로의 상황을 알기에 눈물이 나서 부둥켜안고 울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운영진들은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며 입법부에 촉구 요청을 지속했고 관련 뉴스가 나올 수 있도록 백방으로 뛰었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심층적으로 문제를 담아 보도하면서 핫이슈로 떠오르며 20대 국회에서 양육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국회 파행으로 민생 법안이 계류하며 진척이 없었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제18차 양육비이행심의위원회를 열고 법적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기존보다 개선된 점은 무엇인가.
▲우선 지난해 개정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오는 6월부터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운전면허 정지를 요청하는 게 가능해졌다. 또 7월13일부터는 출국금지 요청과 명단공개, 형사처벌까지도 가능하다. 명단 공개의 경우 절차나 범위가 명확해졌는데 양육비를 받아야하는 채권자(양육자)가 신청하면 양육비이행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양육비 채무자(비양육자)의 이름과 나이, 직업, 주소 또는 근무지를 여성가족부 또는 양육비이행관리원 홈페이지에 공개할 수 있다. 

또한 감치명령 후에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이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도록 했다. 또 ‘가사소송규칙’을 개정해 감치집행장 유효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했다. 감치집행은 30일간 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유치장에 구금하는 것을 말하는데 기존에는 감치집행장의 유효기간이 90일로 짧았다. 이에 비양육자의 소재가 불분명하거나 위장 전입으로 인해 실거주지가 다를 경우 집행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현재 양육비 관련 소송 간소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는데 감치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양육비 불이행 기간을 현재 약 90일에서 30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정당한 사유의 입증 책임을 양육비 채권자에게서 양육비 채무자로 변경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법안이 잘 만들어지긴 했는데 ‘감치판결을 받고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때’라는 조항에는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법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건 감치판결 때문이었다. 감치소송이 가장 무거운 제재임에도 실효가 없던 이유는 법원에서 감치판결을 내주지도 않을뿐더러 판결이 나와도 집행이 잘 되지 않고 감치소송이라는 것 자체가 열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양육비는 소송을 통해 지급 받을 수 있게 만들어진 구조이기 때문에 소송이 필요하다. 해외의 경우는 전담기관이 따로 마련돼 있다. 집행력, 강제력이 있어서 양육자와 비양육자가 직접 분쟁할 필요 없이 기관이 중간 역할을 해 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양육자들은 안전한 양육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사진=양육비해결총연합회 제공]
[사진=양육비해결총연합회 제공]

-최근 비양육자의 ‘위장전입’ 문제 관련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감치소송을 청구할 때 양육자가 법원에 청구를 하면 재판 기일이 언제라고 알려 주고 이 소에 관한 답변서를 제출하라는 우편을 보내는데 비양육자들이 위장전입으로 실거주지를 달리해놓고 못 받았다고 핑계를 대고 불출석한다. 다른 소송의 경우는 이때 ‘공시송달’이라는 제도가 적용돼 (소장을) 받았다고 간주하고 재판이 열리는데 우편을 받을 수 없으니 재판은 계속 안 열리고 양육자는 양육비 미지급 상태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안이 생겨 법 적용이 어려운 경우도 생기는 거다. 형법에서는 위장전입하는 사람들은 주민등록 위반죄에 해당하는 혐의에 처하는데 그 부분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고 그것도 어렵다면 공시송달로 재판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현재 비양육자의 위장전입 사례를 양육자인 단체 회원들이 직접 조사하고 찾아다니는 상황이다. 채권을 갖고 있는 양육자가 증거자료를 소명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이를 비양육자가 직접 입증하는 방식으로 최근 여가부에서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다. 고무적·희망적인 건 앞으로 시행될 양육비 관련 법안이 부모의 책임을 가중시키는 내용이 된 것에 공적인 문제로서 국가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라고 본다. 이를 단순히 부모 간의 돈 관계 문제로 그치는 게 아닌 ‘자녀의 생존권 문제’라는 의미도 함께 있다고 본 해석이다. 

-양육비로 힘든 싸움을 한 양육자의 사례를 이야기 해줄 수 있나. 
▲회원 중에 말기암 환자분이 있었는데 죽는 순간까지도 두 자녀를 위해 살았던 분이다. 양육비를 받지 못하자 아픈 몸을 이끌며 가발까지 쓰고 일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나서 앞으로 친정 어머니가 홀로 아이들을 키울 상황이 걱정돼 양육비를 지급 받고 싶다며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어떤 도움이라도 되고 싶다며 중환자실에서 방송에 출연해 이 문제를 사회에 호소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노력들이 있어서 결국 2020년 5월 국회에서 양육비 미지급자에 운전면허를 정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도 늘 갖는 의문이다. 양육자는 비양육자도 자신처럼 모든 것에 자녀를 최우선으로 놓는다고 생각하겠지만 비양육자는 대부분 그렇지 않다. 비양육자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돈이 없어서 양육비를 줄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혼자 쓸 것 다 쓰고 남은 돈으로 양육비를 주려는 심리 때문에 항상 돈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고위공무원, 변호사, 대학교수 등도 있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지급할 능력이 있든 없든 양육비를 보내지 못한다는 건 무책임하고 잘못된 거다. 

혼자서 생활하는 것과 한부모 가정에서 장기간 아이를 키우는 것은 비교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건 상당히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양육자는 어떻게 해서든 자녀를 부족함 없이 키우려고 애쓴다. 그걸 본 비양육자는 양육비를 주지 않더라도 (양육자가) 어떻게든 키워 낼 것을 아니까 주지 않게 되는 것이다.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안 주는 게 자녀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닌 헤어진 상대방에게만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양육비 미지급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더 이상 회피만 할 수는 없다. 양육비라는 것은 자녀에게 지급해야 하는 정당한 비용이고 자녀가 앞으로 사회에 나갔을 때 사회 구성원으로서 출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부분이다. 부모로서의 책임을 끝까지 다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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