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물건→가족···처벌 강화‧인식 제고 길 열리나

제때 음식 못 먹고 학대 받고 있는 개들. [사진=광주동물보호협회 위드 제공]
제때 음식 못 먹고 학대 받고 있는 개들. [사진=광주동물보호협회 위드 제공]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동물 학대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반려동물 학대가 증가,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지난 2월 국회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됐다.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강화된 것. 그러나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는 동물 학대 소식이 이어지면서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물건’으로 정의되는 동물의 법적 지위가 학대 원인으로 꼽히는데, 최근 법무부가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는 민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와 인식 제고가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동물보호법개정됐지만 학대는 여전···주요 원인은?

실제 처벌 사례 드물어, 기소율 10%도 안 된다

지난달 18일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한 재개발지역에서 살아 있는 말티즈 강아지가 쓰레기봉투에 담긴 채로 발견됐다. 강아지는 발견 당시 일반쓰레기와 함께 담겨 있었다고 한다. 또 탈수 증세를 보이고 제대로 걷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강아지를 유기한 사람 추적에 나섰다.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빌라에서는 주인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한 시간 동안 샴 고양이를 매질하다가 경찰에 신고됐다. 한 동물보호단체가 이 여성이 고양이를 찌르고 때리는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동물 학대 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동물보호법 시행으로 학대 처벌이 강화됐음에도 여전한 상황이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지난 2010년 69건에서 2019년 914건으로 9년 동안 13배 넘게 증가했다. 이 기간 총 발생 건수는 3048건이다.

문제는 법적인 처벌을 받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동물학대 사건 기소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재판으로 넘겨진 304명 중 184명은 벌금형의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징역형이 선고된 사람은 39명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집행유예가 29명, 실형 선고는 10명이었다.

어렵게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동물보호법 위반이 아닌 재물손괴 혐의만 적용되는 사례도 이어지면서 사법당국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동물, 생명으로 봐야···사법당국 강한 처벌도 필요”

동물 학대는 물건으로 정의되는 동물의 법적 지위가 원인으로 꼽힌다.

민법 98조는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물은 이 중 유체물로 인정돼 소유주의 재산으로 간주한다.

이 때문에 타인에 반려동물이 학대당하거나 사망할 시, 피의자에게는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적용되고, 반려동물의 가격과 상해 정도 등을 근거로 피해 규모가 추산되는 실정이다.

자신의 반려동물을 학대했을 때도 반려인의 동물 소유권을 박탈할 수 없어 강제 분리가 불가능하다. 또 반려인이 채무를 불이행할 시 반려동물도 사유재산으로 간주돼 압류 대상이 된다.

한 동물권 단체 관계자는 “동물보호법 관련 처벌 수위는 강화되는 추세지만, 동물 학대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동물을 한 개인의 소유물로 보고 있는 사회적인 인식이 만연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물을 하나의 생명으로 보는 등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동물 학대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적 경각심이 생겨날 수 있도록 사법당국의 강한 처벌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 법무부의 민법 개정 주목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되면서 법무부는 민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9일 1인 가구의 사회적 공존을 위한 제도 개선책을 논의하는 ‘사공일가(사회적 공존, 1인 가구) TF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1인 가구 관련 경력을 가진 민간위원단으로 구성된 TF는 ▲가족 개념 재정립 ▲주거공유 지원 ▲상속제도 개선 ▲임의후견 제도 활성화 ▲반려동물 법적 지위 개선 등 5대 중점 과제를 논의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는 내용이 중점 과제 중 하나로 꼽히면서 동물학대 처벌 강화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법무부는 동물을 일반 물건과 구분, 제3의 지위를 부여하고 반려동물 압류를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즉, 동물이 사유재산이 아닌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민법 개정으로 형법‧동물보호법 개정과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제고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동물이 물건이라는 범주 밖으로 나와 새로운 지위를 얻게 되면 동물 관련 개별 조항들도 조금씩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

한편 경찰은 지난달 30일 ‘동물 학대 수사매뉴얼’을 4년 만에 개정했다. 그동안 경찰의 동물 학대 수사매뉴얼은 실제 수사에 참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학대뿐 아니라 불법생산 및 판매 등 동물 관련 범죄 전반으로 대상을 넓히고 최신 판례를 토대로 한 구체적 대응요령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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