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료 인상 제기에 우려… 특고 실업급여 지급에도 불안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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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전 국민 고용보험’이 급물살을 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 국민 고용보험은 정부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예술인, 자영업자 등의 고용보험을 의무가입 하도록 해 모든 국민이 안정적인 근로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취지의 정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고용이 불안정한 사람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고용보험 기금이 곧 바닥을 드러나게 돼 직장인들의 고용보험료만 높아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이 “고용보험료율 인상 논의를 적절한 시점에서 시작하겠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직장인들이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바닥 드러난 고용보험기금… 경영계 “직장인·특고 고용보험 분리” 주장

한 발 물러선 정부 “경제 상황 보며 논의… 도입·시행하기는 어려워”

전 국민 고용보험은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고용부)가 발표한 방안으로 ▲2023년까지 임금근로자 고용보험 가입 기준을 근로시간(월 60시간 이상)에서 소득으로 변경하고 ▲2025년까지 일정 소득 이상의 일자리는 모두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전국 고용보험 로드맵’이다. 정부는 향후 예술인을 비롯해 특고 14개 직종, 플랫폼 종사자, 자영업자, 임시·일용직 근로자 등 733만 명을 대상으로 고용보험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10일부터 예술인을 시작으로 올해 7월부터는 특고 14개 직종, 2022년 1월에는 사업주 특정이 용이한 플랫폼 종사자, 2022년 7월에는 기타 특고 및 플랫폼, 2025년까지 자영업자 순으로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단계별로 순서를 거쳐 확대할 방침이다.

- 지난해 실업급여
  본예산보다 2조3349억↑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에 실업급여 지급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고용보험기금은 사실상 바닥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실업급여 지급액은 11조8507억 원으로 이는 지난해 본예산(실업급여 지출 9조5158억 원)보다 2조3349억 원 더 많았다. 같은 기간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액은 2조3000억 원으로 본예산(고용유지지원금 지출 351억 원)보다 2조2649억 원 증가했다. 이에 고용부는 지난해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부터 4조6997억 원을 대출했고 올해는 3조2000억 원을 추가로 빌린다는 계획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보험기금 적자는 공자기금 대출을 제외하면 7조9389억 원으로 이미 적립금은 바닥난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보험기금의 고갈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고용이 불안정한 특고들의 실업급여를 일반 직장인과 기업들이 낸 보험료로 충당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직장인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에서는 일반 직장인과 특고의 고용보험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고 종사자 이직률은 38.1%로 임금 근로자의 4.4%보다 8배 이상 높았다. 일반 직장인보다 이직이 잦은 만큼 일반 직장인과 기업들이 낸 보험료를 특고의 실업급여로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특고와 일반 직장인의 고용보험기금을 같이 사용할 경우 재정적자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는 하고 있지만 특고와 직장인의 재정 분리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같은 임금 근로자라 하더라도 기간제와 정규직 보험료가 다르지 않고, 사업장 규모별로도 보험료 차이를 두지 않는다”며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할 때마다 계정을 분리한 적도 없기 때문에 두 계정을 분리해서 운영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일반 직장인들이 낸 보험료가 특고의 고용보험료로 충당된다면 결국 고용보험료율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최근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고용보험기금 고갈 방지 및 재정 건전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해 8월 중기적으로 고용보험료율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코로나19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지출이 많아져 기금 고갈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며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반전이 될 수 있고 새로운 수요자가 포함되면 적정 시점에 성과평가를 거쳐 기금 성격에 맞도록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인상 우려 진화 나선 정부
  “보험료율 인상 어려워”

고용보험료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커지자 정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지난 2월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계층이 어려운 이런 상황에서는 보험료율 인상이 어렵다. 경제 상황을 보면서 논의 시점을 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화진 차관은 올해 초 ‘2021년 고용부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최근 고용보험기금 지출 추세나 전망을 봤을 때 재정 건전화 문제는 올해 어떤 방식으로든 가닥을 잡아야 한다”며 “방법은 보험료율 인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라고 고용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논의를 언급했다. 그러나 해당 언급 이후인 지난 2월 박 차관은 “지금 한창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보험료율 인상 방안) 논의하더라도 도입해 시행하기에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한편 고용부가 입법 예고한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 개정안은 오는 4월28일까지 입법 예고되며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오는 6월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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