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자가격리 ‘긴급 돌봄 지원’ 요양보호사

이야기를 나누는 요양보호사 유남미 씨와 자가격리자 이모씨
이야기를 나누는 요양보호사 유남미 씨와 자가격리자 이모씨 [사진=김혜진 기자]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코로나19 확진자의 접촉자 등으로 분류된 자가격리자 가운데 노인·아동·장애인 등 취약계층은 격리 기간이 끝날 때까지 홀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에 따라 정부·지자체 등은 ‘긴급 돌봄 지원’이 필요한 가정에 요양보호사 등을 파견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지난 8일 가족이 자가격리자로 분리된 노인 가정에 방문 돌봄 서비스를 진행하는 2년 차 요양보호사 유남미(43) 씨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노인·아동·장애인 등 홀로 생활하기 어려운 자가격리자에 도움

오후 2시. 인천의 한 다세대 주택에 방문한 인천시 사회서비스원 인복드림종합재가센터 소속 유남미 요양보호사는 환한 얼굴로 현관문을 들어서며 “할머니 저 왔어요”라고 외쳤다. 유 씨가 방문한 집은 이모(89·여) 씨가 홀로 지내고 있다. 최근 함께 살던 조카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시설에 옮겨지면서 치매를 앓고 있는 이 씨는 긴급 돌봄 지원을 받게 됐다.

김하나 인복드림 부평종합재가센터 센터장은 “인천사회서비스원과 연계된 이곳 센터는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자가격리자로 분류됐지만 돌봐 줄 사람이 없는 노인·아동 등의 긴급 돌봄이 필요한 가정에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들의 식사부터 목욕·운동·건강 상태 확인 등을 위해 요양보호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이 하루 3시간씩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 긴급 돌봄 지원 사업을 시행함에 따라 11개(서울·대구·경기·경남·광주·세종·충남·대전·인천·강원·전남) 사회서비스원에서 연계 기관 위탁 방식을 통해 긴급 돌봄 지원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이 씨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요양보호사 유남미 씨
이 씨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김혜진 기자]

- 만남 앞서 방호복 등 ‘완벽 무장’… 말동무·식사·청소·건강 상태 확인·소독

반가운 목소리에 이 씨가 방문을 열고 나오려 하자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요청한 요양보호사 유 씨는 곧바로 ‘완벽 무장’ 준비를 시작했다. 쓰고 있던 마스크를 보건용 마스크로 바꿔 쓰고 레벨D 방호복을 착용했다. 이후 장갑 두 겹씩 능숙하게 끼더니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도록 깔끔하게 모자를 쓰고 투명 페이스실드까지 온몸을 꽁꽁 싸매는 데 5분도 채 안 돼 끝냈다. 

동행한 기자도 유 씨처럼 모든 걸 착용해야 했지만 그가 완벽 무장을 다 마쳤을 때 겨우 장갑 한 짝을 끼고 있었다. 난생처음 착용해 보는 것들에 익숙하지 않아 당황해하자 유 씨는 “이렇게 끼우면 더 편하다”고 조언해 주며 수월하게 복장을 착용할 수 있도록 꼼꼼히 일러 줬다. 

긴급 돌봄 지원을 진행하기에 앞서 센터 내에서 방호복 등을 착용하는 교육을 받았다는 그는 “예전에는 바지로 된 방호복에 덧신까지 신어 온몸을 밀봉한 상태로 진행했었는데 그때는 한겨울인데도 땀이 그대로 흐를 정도였다”며 “요즘은 방호복 구성이 좀 더 편리하게 바뀌어 입을 만하다. 조금 익숙해져서 처음보다 힘들진 않다”고 말했다. 

거실에서 완벽 무장이 완료된 뒤에 이 씨가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반갑게 맞았다. 이윽고 일주일에 한 번씩 함께 방문하는 김하나 센터장이 청진기와 체온계 등을 꺼내 체온 측정과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고 나서야 이들은 본격적으로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유 씨가 가장 먼저 건넨 말은 “할머니 식사하셨어요?”였다. 그는 “가장 많이 여쭤 보는 게 식사 여부”라며 “식사를 챙기는 게 기본이기 때문에 만약 안 드셨다고 하면 집에서 만들어 온 반찬으로 밥상을 차려 드리기도 하고 집 정리가 필요하다면 청소도 해 드린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곁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보낸다”고 했다. 

이어 “어느 날은 이야기를 하다가 할머니가 빵을 한 번도 못 드셔 봤다는 걸 알게 돼 방문 전에 빵을 사다 드렸더니 아주 좋아하셨다”며 “평소에는 잘 못 드시니까 같이 있을 때라도 잘 챙겨드리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 씨는 이날도 부평시장에 들려 사온 호떡을 꺼내 이 씨에게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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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자 이 씨를 돌보고 있는 모습 [사진=김혜진 기자]

- 두 번째 긴급 돌봄 지원 좀 더 수월… 여전히 보람돼 

지금 하는 일이 ‘천직’인 것 같다는 유 씨는 2019년부터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오랫동안 꿈꿔 온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그는 “어릴 때 한센병 환자 치료를 도운 손양원 목사의 이야기에 충격 받아 사회 복지 관련 일을 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며 “누군가는 이 일에 대해 남의 집에 가서 밥 차리고 청소한다고 파출부 일을 하느냐고도 비아냥거리지만 스스로 보람을 느낄 때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9시 반부터 또 다른 가정에 방문해 요양 보호 지원을 하고 왔다는 그에게선 지친 기색 하나 없는 활기찬 모습이 느껴졌다. 

‘언제 보람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유 씨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내가) 방문하는 걸 기다려 주고 환하게 웃으며 맞아 주시기도 해서 언제나 기분이 좋다. 그분들도 정이 그리우신지 안아 드리고 손 잡아 드리면 좋아하신다”며 “특히 어느 집을 가든 공통적인 점은 그분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걸 가장 좋아하시는 거다. 치매가 있는 분의 경우는 하루에도 10번 넘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셔서 때론 지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늘 재밌고 보람차다”고 했다.

이번이 두 번째 긴급 돌봄 지원이라는 그는 앞서 지난 2월에 14일간 한 차례 방문 돌봄 지원을 진행했다. 유 씨는 “처음에 돌봄 서비스를 했던 기간에 설날 연휴도 끼어 있어 연휴에도 일을 했었다”며 “연휴라도 그분들은 혼자고 주말에도 따로 쉬는 게 없지만 이분들을 만나는 게 즐겁고 보람돼서 괜찮았다”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는 “처음 돌봄 지원을 할 때는 가족들도 바짝 긴장해서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라고 난리였다”며 “이제는 두 번째 하다 보니 면역이 돼서 그런지 다들 그러려니 한다. (자가격리자들을) 만나기 전에 방역을 철저하게 하는 것을 알아서 가족들도 더 이상 두려워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시설에서 자가격리 중인 이 씨의 조카 이모씨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갑작스럽게 격리되면서 당장 어르신 걱정이 많이 됐다”며 “나이가 많으셔서 거동도 불편하고 여러 면으로 힘들게 생활해야 했는데 긴급 돌봄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너무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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