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1분기 만에 연간 목표 65% 달성…단일 계약 세계 기록까지

삼성중공업이 지난 1년간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며 위기를 기회로 바꿔내는 데 성공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지난달까지 1분기만에 총 42척 수주로 올해 목표 수주량의 3분의2를 달성했다. [이창환 기자]
삼성중공업이 지난 1년간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며 위기를 기회로 바꿔내는 데 성공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지난달까지 1분기만에 총 42척 수주로 올해 목표 수주량의 3분의2를 달성했다. [이창환 기자]

삼성중공업이 단 1분기 만에 올해 수주 목표량의 65%를 이뤄 냈다. 매출 기준으로 51억 달러(약 5조7130억 원)를 달성했다. 지난해 총 매출이 6조8000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전년 1년 치에 불과 1.1조 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근 삼성중공업은 단일 계약으로 세계 조선업 역사상 최대 규모인 20척 동시 수주를 이뤄내며, 지난달 기준으로 42척 누적 수주에 성공하며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중공업만의 글로벌 시장 대응전략이 통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에 맞춘 선박 수요 대응 전략을 마련했으며 선박 건조 각 부문에서 글로벌 인증까지 추가하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조선소로 전환하기 위해 세운 SHI전략이 최근 글로벌 IT 리서치 어워드에서 수상하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파나마 선사發 1만5000 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일괄 수주 신기록
단일 조선소 기준 글로벌 수주 잔량 1위… 초대형 컨테이너선 점유율 1위

지난해 코로나19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선사들이 연이어 발주 중단 또는 축소를 선언해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 조선 업계는 수주에 큰 차질을 빚었다. 당시 업계는 환경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유지비는 증가하는데 코로나19로 매출은 감소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발주 절벽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로 인해 매출 감소와 적자 행보는 피할 수 없는 상황에도 삼성중공업은 기술 개발을 이어 왔다. 탄소 제로를 지향하는 암모니아(NH3) 추진선 개발을 통해 영국 로이드 선급으로부터 기술을 인증 받았다. 암모니아는 질소(N2)와 수소(H2)의 합성 화합물로 연소 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다. 삼성중공업의 암모니아 추진 선박 개발에 연료 공급사와 선사까지 동참하는 근거가 됐다. 

경쟁력 확보 위한 끊임없는 기술 개발

삼성중공업은 해상풍력발전 수요 증가에 발맞춰 부유체 관련 설계기술 개발에도 착수했다. 육상에 비해 규제가 적고 대규모 조성이 가능하다. 효율도 높아 전력 생산량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 등으로 노르웨이 선급이 공동 개발에 나섰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는 부유식 해상풍력의 발전량이 2019년 기준 연간 11메가와트(MW)에서 오는 2030년 2000메가와트(MW)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최근에는 해상풍력발전기 설치 선에 대한 독자 모델 개발에 나서면서 세계 3대 선급인 미국의 ABS, 노르웨이의 DNV, 영국의 로이드 선급으로부터 동시에 기본 인증을 획득했다. 특히 4만 톤이 넘는 중량을 공중 부양시키는 초고난도 기술 인증으로 이 분야의 독점 기술 기업으로부터 벗어나 비용 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기대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거제조선소가 불을 밝힌 채 대형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의 거제조선소가 불을 밝힌 채 대형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장 집중하는 분야가 디지털화(化)다. 이른바 저비용 고효율 조선소로의 탈바꿈을 위해 2019년 스마트 SHI(Samsung Heavy Industries) 프로젝트를 세웠다. 이는 스마트생산, 스마트설계, 스마트워크를 앞세운 디지털 혁신 과제로 글로벌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조선소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이다.

이른바 전통적인 굴뚝산업인 조선업이 빅데이터(Big-Data)와 인공지능(AI), ICT기술 등을 도입해 자동화, 지능화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은 “이제는 소프트파워가 최고의 경쟁력”이라며 “제조 설비와 생산 정보, 사람 간 유기적 인터페이스를 통해 지능화된 스마트 야드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의 이런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글로벌 IT 미디어‧리서치 기관인 IDG(International Data Group)가 주관한 2021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100 어워즈’를 수상했다. CIO 100 어워즈는 IT기술 등 혁신 성과가 탁월한 글로벌 기업을 선정해 수여하는 상으로,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삼성중공업이 선정됐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전통적인 아날로그 산업인 조선업의 디지털화라는 전략을 통해 생산, 설계, 지원 등 업무 전 분야에 걸쳐 자동화된 조선소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며 “열악한 상황에서도 경영 안정화로 경쟁력을 갖춘 조선소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숙제 나선 삼성重, 글로벌 신기록 달성

아울러 삼성중공업은 밀린 숙제 해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수주 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해 가까스로 영업적자를 면했던 상황에서 탈피하고자 수주 확대에 나서고 있다. 경영 실적 정상화를 위한 땀의 결실이 대어(大漁)를 낚아 올리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파나마 지역 선사로부터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20척을 일괄 수주했다.  

이는 전 세계 조선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계약으로 그 비용만 2.8조 원에 이른다. 삼성중공업이 글로벌 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해당 컨테이너선은 삼성중공업의 연료 절감기술(Energy Saving Device)과 차세대 스마트십 솔루션 에스베슬(SVESSEL)이 탑재된 스마트 선박으로, 오는 2025년 6월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이에 지난 1분기 동안 삼성중공업은 총 42척, 51억 달러(약 5.7조 원)를 수주하며, 올해 목표료 세운 78억 달러의 3분의 2(65%)를 조기 달성했다. 수주잔고도 258억 달러(약 28조 9000억 원)로 늘어 최근 5년 내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양시황분석 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1만2000 TEU급 이상(Neo-Panamax급)의 대형 컨테이너선 총 66척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그 절반인 34척(52%)을 수주해 시장점유율 1위를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클락슨 리서치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컨테이너선과 탱커선 등의 시황 회복 시그널도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4월 삼성중공업은 코로나19 등으로 글로벌 조선업계가 하락세를 걷는 중에도 “위기를 기회 삼을 것”이라며 기술 개발 및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을 언급한 바 있다. 그 결실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통적인 굴뚝산업의 모습을 탈피하고 자동화, 지능화에 나선다. [이창환 기자]
삼성중공업은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통적인 굴뚝산업의 모습을 탈피하고 자동화, 지능화에 나선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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