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 작가 [일요서울=정재호 기자]
최인호 작가 [일요서울=정재호 기자]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일요서울은 인터뷰를 위해 지난 6일 여의도 모처에서 ‘김어준이 최순실보다 나쁘다’를 저술한 최인호 작가를 만났다. 그는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검찰이 대립하고 있을 당시 파란장미시민행동을 주도한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친문 스피커로 알려진 김어준 씨를 저격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진영논리에 빠진 여당을 비판하고 시민의 편에 선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역설했다. 일요서울은 그런 그의 속내가 궁금했다. 

 

- 작가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 저는 마르크스-엥겔스 저작 선집 번역자로 알려져 있었다. 그 선집이 6권인데 번역에만 8년이 걸렸다. 이후 영어교육사업을 시작해 EBS에도 출연하며 정치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생업을 위해 열심히 활동했다. 하지만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해 19대 대선 전부터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활동하고 있다. 
‘톺’이라는 잡지도 발간해 활동하고 있는데 잡지 이름은 순우리말인 톺아보다에서 앞글자를 따왔다. 톺아보다는 샅샅이 톺아 나가면서 살피다는 뜻이다. 잡지를 발간한 이유는 최근 우리 시대가 말이 글을 대신하는 시대가 된 데서 문제를 느꼈기 때문이다. 글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본 것은 ‘사회적 책임을 정교하게 감당할 수 있는 서술 구조’로 의견이 피력되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 작가님은 지난 19대 대선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신 걸로 알고 있다. 그 이유는.
▲ 당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자기 존재감만 드러내는 수준이었다. 문 후보는 정말 자기가 대통령이 된다면 한반도의 미래 운명을 고민의 중심에 놓고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발언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가 국민과 시민의 편에 서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를 지지하게 됐다. 

 

- ‘김어준이 최순실보다 나쁘다’는 책을 저술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사실 이 책은 김어준씨 개인을 저격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김어준식 사고와 정서에 젖어 있는 시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을 적은 것이다. 김씨 지지자들은 정치를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보고 그 구도에서 민주 진영의 승리를 원하고 주장한다. 판타지다. 그런 이분법적 사고를 가지고 자신들은 선 상대는 악이라고 규정해 선거를 치르고, 선거 승패에 중독돼 일희일비한다. 그렇기 때문에 김 씨가 앞뒤 안 맞는 이야기를 떠들어도 그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의식으로 똘똘 뭉쳐 있다. 대한민국은 천사 국민과 악마 국민이 나누어 싸우는 사회가 아니다. 이들은 사회경제적 자원이 어떻게 위치하고 흐르는지에 대해서 관심도 없다.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다른 동료 시민들을 승리에 방해가 되는 존재로 간주하고, 정의, 민주, 진보라는 상표를 내걸고 배신자, 변절자로 몰아세운다. 자신들이 일제 치하 독립 운동 투사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 TBS와 김어준씨의 방송 편파성 문제로 논란이 많다.  
▲ 그런 방송에 대해 최대의 시청률을 만들어주는 일부 시민들에 책임이 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김 씨의 방송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억압받고 강제적 퇴출조치를 당해선 안 된다고 본다. 그리고 저는 이 책을 통해 왜 김 씨처럼 소양과 역량이 안 되는 인물에 의지하는지 시민들에게 묻고 싶었다. 시민들이 스스로 김 씨의 방송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작가님 저서에서 언급한 김어준·주진우·양정철에 대한 개인적 평가는. 
▲ 기본적으로 이들의 정치 철학에 문제가 있다. 세상을 무협지처럼 정파와 사파의 대립으로 보는 유치한 정치 혈통주의적 가치관 위에 서 있기 때문에 ‘정파의 승리’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절대 선’으로 보고 있다. 그런 잘못된 신념 위에서 온갖 방식으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니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작가님은 ‘정치 무관심에 대한 지적’을 비판하셨는데.
▲ 정치 무관심층을 질타하는 정치 고관심층 다수가 사실은 정치 고‘관여’층이고, 이들 중 다수는 다시 ‘정쟁’ 고관여층이며, 또 이들 중 다수는 ‘정쟁 선도자들’이다. 이들의 언행은 정치 무관심층의 언행에 비해 매우 부끄러운 시민적 수준을 보여준다. 대부분 각 정당에서 ‘손 탄’ 자들이 순수 시민인 척 ‘더러운’ 언어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현 단계 한국 정치 문화의 이면에서 작동하는 더럽고 은밀한 메커니즘이다. 쓸어버려야 한다.

 

- 친문은 어떤 정치부류인가. 
▲ 원래 절대 권위 아래 여러 정파가 나온다. 정파들은 절대 권위의 본질과 심증을 자신들만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통성을 따진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한마디 하자면 본인의 뜻을 해석이 필요하지 않은 언어로 구체적으로 말씀하셨으면 좋겠다. 애매모호한 화법으로 말씀을 하시니 김어준씨 같은 사람들이 문 대통령의 말씀에 대한 ‘해석 독점권’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 사람들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는 패권적 면책 특권을 계속해서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런 자들이 각자의 해석을 내세우며 다양한 계파와 파벌을 만든다.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서 이합집산을 거듭한다. 정치의 본령인 국리민복에는 관심도 없다. 이번 저서에서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친문이니 뭐니 하는 진영론에서 벗어나 선거에 매몰되지 않고 정책에 대한 건강한 대립을 하자는 것이다. 문재인이라는 절대 상표만 내세워 계파의 이익을 얻고 내세운 상표의 효력이 약화되면 폐기하는 그런 잘못된 정치를 끝냈으면 한다. 

 

- 검찰개혁 문제로 한창 논란이 있을 때 작가님께서 파란장미시민행동을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 
▲ 그렇다. 불가능해 보이는 걸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의 뜻을 담아 파란장미라고 명명하고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파란장미시민행동은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 정말 필요한 시민운동의 바람이 불어야 할 때 활동한 것이다. 조직이 아니다. 필요가 사라지면 기꺼이 바람처럼 사라지는 시민이 목소리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 앞으로 어떤 방식이 될지 모르겠지만 시민들의 진정한 담론 경연(經筵)을 통해 개혁정책들이 제대로 시민 담론 내에서 소화되고 숙성되는 마당, 시민 경연(經筵)의 마당, 시민 경장(經場)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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