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여야가 대혈투를 벌였던 4·7 재보궐선거 뚜껑이 열렸다.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참패, 국민의힘의 압승이었다. 이번 재보선은 대선 전초전 성격이 강했다. 내년 대선을 1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수도인 서울과 제2의 도시 부산에서 선거가 치러졌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이 대선에 그대로 이어진다면 패배한 쪽은 대선 패배까지 걱정해야만 하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사활을 건 혈투를 벌였다. 민주당은 미워도 다시 한번전략으로 대국민사과까지 하며 읍소 전략을 펼쳤고, 국민의힘은 정권심판론으로 대대적인 표몰이를 했다. 결국 민심은 정권심판을 선택했다.

물마시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물마시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분노한 민심, ‘정권 심판으로 응징재보선 참패로 대선까지 흔들
- 친문 주류 책임론에 정치적 입지 축소, ‘인물부재대권 전망 암울


4·7
재보궐선거 후폭풍이 더불어민주당을 강타하고 있다. 민주당은 선거 이전, 각종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후보들이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끝까지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민주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의 분노가 들끓으면서 진보 지지층이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 의사를 밝히기를 꺼려한다고 봤다. 일명 샤이 진보가 있다는 것이다. ‘샤이 진보가 투표장에 나서면 반전도 가능하다고 점쳤다. 이낙연 전 대표 등은 ‘3%포인트 안팎의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고 점치기도 했다.

서울·부산, 20~30%포인트 격차서울 25개구·부산 16개구 전패

그러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개표 결과 민주당 후보들과 국민의힘 후보들간의 득표율 격차는 무려 20~30%포인트에 가까웠다. 민주당에게는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개표 결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57.50%,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39.18%를 획득했다. 양측간 득표율 격차는 18.32%포인트나 됐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득표율 격차는 더 컸다.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62.67%, 민주당 김영춘 후보는 34.42%를 득표했다. 두 사람 간 득표율 격차는 28.25%포인트였다.

이번 선거 자체가 성비위 파문을 일으킨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중도 하차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민주당에게는 쉽지 않은 선거였다. 거기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의 분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여권의 끝없는 갈등 등에 겹쳐 선거를 앞두고 LH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민심이 완전히 돌아선 것이다.

또 선거를 앞두고 우상호 민주당 의원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박원순 전 시장을 두둔하는 주장을 하면서 민주당은 끊임없이 ‘2차 가해논란에 시달렸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임대차 3시행 전 임대료를 올려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로남불논란까지 불거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선거 직전까지 악재가 끊이지 않으면서 민심은 표로 민주당을 철저하게 심판했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4·15 총선에서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능력을 높게 평가한 민심은 민주당에게 180석이라는 의석을 선사하며 압도적 지지를 보냈었다. 그러나 1년만에 민주당은 민심의 심판을 받았다.

민주당이 기대했던 샤이 진보의 위력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지역 25개 자치구 모두에서, 박형준 부산시장도 부산 16개구 모두를 싹쓸이했다. 특히 지난해 총선 민주당에게 압도적 힘을 몰아줬던 서울의 민심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서울지역 국회의원 49석 가운데 41석을 석권했다. 지난 20186·13 지방선거 구청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25개구 가운데 서초구를 제외한 24개구에 깃발을 꽂았다.

중앙선관위 집계 자료에 따르면 전체 425개동 기준 오세훈 시장은 5곳을 제외한 총 420곳에서 승리했다. 오 시장은 강남구 압구정동에서는 88.3%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박영선 후보는 마포구 성산1·강서구 화곡8·구로구 구로3·구로구 항동·종로구 창신2, 5곳에서 겨우 이겼지만 그것도 근소한 차이에 불과했다.

7일 발표된 방송 3(KBS, MBC, SBS) 출구조사 결과에서는 박영선 후보(49.3%)가 유일하게 40대에서만 오세훈 시장(48.3%)에게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시장은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박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20대 남성의 절대 다수인 72.5%가 오 시장을 선택한 것으로 예측됐다.

부산 16개구 모두를 석권한 박형준 부산시장도 모든 자치구에서 과반 표를 획득했다.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연령별로는 젊은층을 비롯한 대부분 연령층에서 박 시장이 우위를 점한 가운데 서울과 마찬가지로 40대만 김영춘 후보를 선택했다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예측됐다.

친문 주류 책임론코너 몰려, “지도부 경선 출마 말라

물마시는 이해찬 전 대표, 뉴시스
물마시는 이해찬 전 대표, 뉴시스

이번 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이 매섭게 몰아친 것이 확인되면서 친문 좌장으로 불리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언급한 ‘20년 장기 집권론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정권 심판을 선택한 민심의 분노가 대선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면 민주당은 완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번 재보선에서 패배했다고 해서 대선에서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재보선 참패를 전화위복 삼아 민주당이 대대적인 내부 정비를 단행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다시 민심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해찬 전 대표는 최근 TBS 라디오에서 이번 선거에서 지면 다음 대선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선이 어려워지는 건 아니다. 훨씬 더 순탄하게 갈 수 있는 걸 약간 장애물이 생긴다고 보면 되겠죠라며 더군다나 저쪽 당의 자체 후보는 없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재보선 패배가 반드시 대선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들끓은 정권심판 민심을 확인한 민주당으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비주류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정국 운영 기조를 주도한 친문 핵심과 당정청 수뇌부에 대한 책임론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재보선 참패로 인해 친문 주류와 강경파의 입지는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인 조응천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상 친문 주류를 겨냥해 우리 당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데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가급적 이번 당내 선거(당대표 및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으시기를 바란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장경태, 오영환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20~30대 의원 5명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검찰개혁은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정책이었으나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국민의 공감대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여권 대선구 안갯속이재명 독주속 친문 재집권 빨간불

재보선 참패 책임론을 둘러싼 여권의 내홍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여권의 대권 경쟁 구도도 술렁이고 있다. 가장 치명상을 입은 이낙연 전 대표는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를 맡아 당헌을 개정하면서까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을 강행했고, 공천 과정도 진두지휘했기 때문에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낙연 전 대표는 당분간 두문불출하며 사태 추이를 관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재보선 패배에 대해 저의 책임이 크다. 저는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대한민국과 민주당의 미래를 차분히 생각하며, 낮은 곳에서 국민을 뵙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가 앞날을 기약할 수 없게 되면서 당분간 이재명 경기도지사 독주 체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친문이 제3후보 카드를 꺼내들고 이 지사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후보로 거론되는 정세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대선 출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유시민 전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광재 의원 등도 제3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민심이 정권심판을 선택한 만큼 문재인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정세균 총리도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유시민 전 의원의 경우는 끊임없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고, 추미애 전 장관도 윤석열 사태를 초래해 중도 민심을 돌아서게 했다는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

임종석 전 실장의 경우도 재보선 과정 중에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며 박원순 전 시장을 두둔해 ‘2차 가해논란이 제기됐고, 이는 민심이 여당에 등을 돌리게 된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비주류 박용진 의원은 지난 8CBS 라디오에서 대선 경쟁 구도에 대해 저는 뻔한 인물이면 뻔한 구도, 뻔한 패배라고 생각을 한다민주당이 달라졌구나라고 하는 걸 보여줘야 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지도부가 여의도 국회에서 4.7재보궐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전원 사퇴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 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1.04.08.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지도부가 여의도 국회에서 4.7재보궐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전원 사퇴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 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1.04.08. 뉴시스

친문 장기집권 물 건너가정권심판론' 이재명 발목잡나 

결국 이해찬 전 대표가 친문 20년 장기집권발언은 현실적으로 10년 집권도 힘든 상황이다. 이재명 지사가 본선에 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높아질수록 이 지사 역시 본선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이에 여권 일각에서조차 야권이 대선 임박해 서울시장 재보선처럼 단일화 과정을 통해 중도층을 흡수할 경우 조직을 내세운 집권여당이 정권 심판론 바람에 갇혀 패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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