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손잡고 국민의힘 올까’ 김종인 선택은?

[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국민의힘이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정권탈환의 기회를 잡은 모양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보궐선거 승리를 이끌고 당을 떠났다. 김 위원장의 퇴임과 동시에 국민의힘은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체제로 돌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국민이 그토록 싫어하시는 정치권의 구태와 결별하고 새롭게 시작하겠다며 대구경북 등 영남권 2선 후퇴론을 제기하는 등 지역 간 갈등이 일어날 조짐이다. 이처럼 당내 갈등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일부에서는 김종인 재추대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관계설정 등에 있어 김 위원장의 대선 역할론이 급부상해 관심이 집중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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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출마 가능성 ‘0’인 김종인추대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 찬성파 대선 후보 선출되면 대선 후보 중심...당내 갈등 최소화
반대파 당대표 하나 선출하지 못하는 무능한 당으로 전락할 수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보궐선거 승리를 이끈 다음날인 8일 당을 떠났다. 김 위원장은 퇴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승리를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하지 말라지난 1년간 국민의힘은 근본적 혁신과 변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 투성이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부 분열과 반목이라며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서 봤듯 정당을 스스로 강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외부 세력에 의존하려 한다든지, 당을 뒤흔들 생각만 한다든지,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내는 사람들이 아직 국민의힘 내부에 많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그런 갈등과 욕심은 그동안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했으며, 언제든 재현될 조짐을 보인다이번 재보선 결과를 국민의 승리로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이 승리한 것이라 착각하면서 개혁의 고삐를 늦추면 당은 다시 사분오열하고 정권교체와 민생회복을 이룩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낡은 이념과 특정한 지역에 묶인 정당이 아니라, 시대 변화를 읽고 국민 모두의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발전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거듭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대 둘러싼 당내 갈등, 차라리 김종인 추대하자?

김 위원장이 당을 떠난 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이 된 계파 정치를 단호히 거부하고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한 팀이 되겠다. 자리나 의원생명 연장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의 삶을 지키는 대의 앞에 당당히 용기와 소신을 펼치겠다미래 비전과 실현가능한 정책 대안으로 무장해서 국민에 오직 실력으로 평가받겠다고 호소했다. 초선들의 성명 이면에는 차기 원내대표와 당 대표 선출에서 영남권이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담긴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재 당 대표로 거명되는 이들 중 조경태(부산) 주호영(대구) 김기현(울산) 윤영석(경남), 서병수(부산) 의원이 해당한다. 즉 초선이나 당 외부 인사 등의 영입을 위해 이들의 후퇴 요구를 하는 방식으로 영남 2선 후퇴를 요구한 셈이다.

차기 원내대표와 전당대회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당내에서는 김종인 재추대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 재선의원의 말이다.

김종인 추대 카드가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다. 김 위원장은 세력화를 시도한 적이 없다. 실제로 의원들에게 임기를 연장해달라거나 계파정치를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이러한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평가해야 한다보고 본다. 특히 당 대선 후보도 11월이면 정해진다. 정해질 때까지는 당 대표가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후보가 되면 그때부터는 대선주자 중심으로 당이 움직인다. 결국 5개월짜리 당대표에 불과하다. 일련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전당대회를 해 후보들간 싸움이 벌어지고, 과거 모습을 그대로 연출하는 것보다 김종인 추대가 맞다고 본다.”

또 다른 의원은 김 위원장의 정치력을 봤을 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국민의힘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인물이라며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줬던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대선판에서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김종인 추대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종인 추대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간 벼르던 중진 의원들이 이번에야말로 자강론을 외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차기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조경태 의원은 “30만 명이 넘는 당원을 가진 제1 야당이 당대표 하나 선출하지 못하는 무능한 당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오랫동안 외부인사를 내세우는 것은 당의 무능함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홍문표 의원도 김종인 비대위 2체제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길 내심 바라고 있으나 김 위원장이 추대이외에는 전대에 출마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악수나누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뉴시스
악수나누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뉴시스

김종인 윤석열 만나겠다3지대냐, 국민의힘이냐

김종인 재추대론을 놓고 내부적으로 갑론을박이 있지만 김 위원장의 대선 역할론에 대해선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인정했다. 김 위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국민의힘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인물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김종인 재추대론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한 의원은 김 위원장이 비록 당을 떠났지만 향후 대선 판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김 위원장이 제3지대에 있는 윤 전 총장과 손을 잡고 국민의힘으로 끌어들이길 기대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원들 사이에서는 윤 전 총장이 정치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김 위원장과 함께 윤 전 총장을 지원할 수 있도록 일부 의원들이 윤 전 총장과의 소통할 수 있도록 파견을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귀띔했다. 과거 반기문 전 총장을 데리고 오기 위해 바른정당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론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내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진정으로 떠난 게 아니며, 언제든 대선판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퇴임 소감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김 위원장은 퇴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는 자연인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 국민의 일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인으로는 내가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이라며 윤 전 총장과 따로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한 방송에 출연해서도 윤 전 총장이 만나자고 하면 만나보려고 한다현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정이라는 단어 자체가 마치 윤 전 총장의 브랜드처럼 돼 버렸다윤 전 총장이 자기 주변을 제대로 구성해서 정치를 시작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뉴시스]
윤석열 [뉴시스]

나아가 그는 윤 전 총장이 개별적으로 입당해서는 자기 정치활동 영역확보가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제3지대에서 김종인-윤석열이 손을 잡은 뒤 야권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도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례를 언급하며 마크롱이 성공한 예가 뭐냐. 국민이 양당에 짜증을 낸 거다. 윤 전 총장이 그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만일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 의사를 굳히고 김 위원장과 제3지대에서 접촉면을 넓혀갈 경우 국민의힘과의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 의원은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겠지만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 간의 야권 단일화를 둘러싼 수 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3지대가 단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만큼, 국민의힘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김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을 국민의힘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면서도 그렇지 않을 경우 김 위원장과 국민의힘 간 단일화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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