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표, 비공개 회의서 ‘주호영·정진석 담합설’ 지적
전당대회 시기, 방식 등 놓고 백가쟁명식 내부 토론
초선 의원들, 주호영 권한대행 거취 처리 강력 촉구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권한대행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권한대행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 내부에서 차기 지도부 선출을 둘러싼 알력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아울러 당내 혁신과 이미지 쇄신을 주장하는 초선들의 움직임도 심상찮아 당권 개편 과정에서의 난맥상이 예상된다. 

지난 14일 비공개로 진행된 연석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간 기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과 정진석 의원이 당대표 단일화를 추진한다는 일각의 보도와 관련 이를 ‘담합’이라고 규정하며 “비공개회의에서 이 부분을 지적했으나 당사자들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언론이 허위 거짓말로 단일화 보도를 만들어 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홍 의원은 또 “4·7 보궐선거가 끝난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오만과 독선 정치를 다시 시작하고 있다”며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구태정치이자 나눠먹기식 패거리 정치라며 이런 추잡한 정치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홍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비공개회의에서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 기류는 앞선 공개회의에서도 감지됐다. 중진 의원들은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국민의당과의 합당 등에 대해 통일된 목소리를 내는 대신 자기주장을 펼치는 데 더 집중했다.

특히 국민의당과 합당 후 통합 전당대회를 치를 것이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자강이 먼저냐, 통합이 먼저냐 논란이 있는데 저는 통합이 곧 자강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왕 착수된 범야권 통합 논의는 그래서 더더욱 진지하고 성의 있게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반면 조경태 의원은 “많은 국민들과 당원들은 도대체 국민의힘이 언제 전당대회를 하느냐는 물음표를 갖고 있다”며 “현 지도부가 빠른 시일 내 전당대회 일정을 공개하고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공정한 인사로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당원 투표의 비중을 의식한 발언도 꺼냈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당 대표 당선자는 당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유효 투표 결과를 70%, 여론조사 결과를 30% 반영한다. 다만 최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본경선에서 국민의힘은 여론조사 결과만을 100% 반영한 경선 방식을 도입한 바 있다.

그는 “국민의힘이 진정 민주정당이면 모든 권력은 당원으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최근에 보면 당원들의 권리와 의사가 그렇게 존중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마찬가지로 당대표 후보군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당 혁신은 국민의 뜻에 맞는 당대표를 선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100% 국민전당대회로 당대표를 선출하자”며 정반대의 제안을 내놨다.

당내 분란 조짐이 일자 자중지란을 경계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서병수 의원은 세대교체를 위해 중진들의 당대표 불출마를 제안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이번 선거는 크게 보면 1987년 정치체제 이후 3당 합당으로 쭉 이어지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퇴진을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 아닌가 한다”며 “이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당의 진로가 정해지고 전당대회나 여러 가지 지도체제 등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모양을 보면 아무런 고민과 논의의 장도 없이 과거의 방식 그대로이고 이런 상태에서 또 과거의 사람들이 나와서 지도부를 구성한다면 우리를 바라보는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한 번쯤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국민의힘 윤창현, 조명희, 김은혜 의원 등 초선의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초선의원 전체모임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윤창현, 조명희, 김은혜 의원 등 초선의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초선의원 전체모임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초선 의원들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원내대표 문제를 조속히 순리대로 정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사실상 주호영 대행의 거취 정리를 요구함으로써, 작금의 분란을 매듭지을 결단을 내려주길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윤창현 의원은 “당의 쇄신과 개혁을 위해서 다양한 의제가 필요하다. 10가지 정도 의제를 정해서 추진할 것”이라며 “윤리 매뉴얼을 다시 점검하고 스스로 매뉴얼을 만들어 숙지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초선 그룹의 기조를 전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초선이 당대표에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당의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초선 의원 중에 출마를 하겠다면 우리도 환영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초선이라는 이유로 초선을 지지한다는 계파적 관점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초선들의 계파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당내  중진과 초선 그룹간 갈등으로 비춰지는 데 대해선 애써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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