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퇴출‧프로그램 폐지 가능성 ‘희박’에도 들끓는 여론

TBS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뉴시스]
TBS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TBS 교통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인 ‘김어준의 뉴스공장’. 이 프로그램 진행자인 김어준 씨를 향한 국민적 공분이 들끓고 있다. 지속적으로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불거진 김 씨를 TBS에서 퇴출해 달라는 것. 이러한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시 나흘 만에 2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급기야 서울시 직원들도 김 씨의 퇴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과연 TBS에서 김 씨가 퇴출되거나 해당 프로그램이 폐지될 가능성이 있을까.

나흘 만에 답변 기준 충족한 청와대 국민청원···답변 주목

서울시청 내부에서도 김어준 퇴출요구 빗발

김어준 씨를 TBS에서 퇴출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서명 인원은 지난 14일 오전 기준 26만 명을 넘어섰다.

청와대는 청원글이 올라간 뒤 한 달 이내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 서명을 받으면 청와대나 정부부처 관계자 등이 관련 답변을 하도록 돼 있다.

지난 9일 게재된 ‘김어준 편파 정치방송인 교통방송에서 퇴출해주세요’라는 국민청원 글은 불과 나흘 만에 20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청원인은 “서울시 교통방송은 말 그대로 서울시의 교통흐름을 실시간 파악해서 혼란을 막고자 교통방송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김어준은 대놓고 특정 정당만 지지하며, 그 반대 정당이나 정당인은 대놓고 깎아내리며 선거나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이것은 국민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국민들의 분노로 김어준을 교체하고자 여론이 들끓자, 김어준은 차별이라며 맞대응을 하고 있다”며 “교통방송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정치방송이 된 지 오래건만 변질된 교통방송을 바로잡자는 것이 차별인건가. 서울시 정치방송인 김어준은 교통방송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적었다.

- 오세훈 “교통‧생활정보를 제공하라”

김 씨는 지난 2016년 9월부터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라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빚어 왔다. 이번에는 4‧7 재보궐선거 기간 오세훈 서울시장을 목격했다는 ‘내곡동 생태탕집’ 일가 인터뷰를 통해 오 시장의 내곡동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야권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시 국민의힘 측은 “여당이 불리한 이슈에는 ‘여당 해명방송’으로, 야당을 공격하는 이슈에는 ‘네거티브 특집방송’으로 쓰이는 방송”이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도 선거 운동 과정에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여당 편향 방송이라며, 설립 목적에 맞게 교통‧생활정보를 제공하라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의 TBS 예산 지원중단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지난 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TBS 예산 삭감 가능성과 관련해 “어떤 것이 옳은 방향인지, 시민이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앞으로 심도 있게 논의해서 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4‧7 재보궐선거 출구조사가 발표된 뒤 ‘편파 방송’ 지적을 받자 오히려 “(뉴스공장은) 선거기간 동안 오세훈, 박형준 후보를 한 번도 인터뷰 못한 유일한 방송일 것”이라며 “끊임없이 연락했는데 안 되더라. 차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당선되자 방송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 씨는 방송에서 “마지막 방송인 줄 아는 분들도, 마지막 방송이길 바라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그게 어렵다. TBS는 독립재단이다. 시장 시절에 오세훈 당선인은 TBS를 서울시 홍보방송으로 인식했다. 그래서 방송 개입이 많았는데 시장의 영향력으로 TBS가 독립되도록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TBS도 재단으로 독립됐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조차 방송 출연을 마음대로 못 했다. 방송 출연을 요청하고 거절당한 적이 있다. TBS 사장도 방송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이 게스트를 출연시키라고 말을 못한다”고 전했다.

- 김어준, 라디오 출연료, 회당 200만 원?

여론이 들끓고, 관련 국민청원 동의 수가 답변 요건 기준을 충족한 상황에서 김 씨가 TBS에서 퇴출되거나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폐지될 가능성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 않을 전망이다.

TBS가 예산적인 측면에서 서울시에 대부분을 의존하긴 하지만, 서울시의 인사권이 직접적으로 미치지 않는 독립법인이 됐기 때문.

지난 1990년 서울시 산하 사업소로 출발한 TBS는 운영 예산 대부분을 서울시로부터 지원 받는다. 지난해 2월 별도 재단인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로 출범했지만, 여전히 재정은 서울시에 기대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19년 기준, 예산 506억 원 중 422억 원(83%)을 서울시에서 받았고, 재단 출범 후에도 서울시가 전체 예산의 70%가 넘는 400억여 원을 출연하고 있다.

즉, 현재 TBS는 재정을 서울시에 기대고 있지만 서울시의 사업소가 아닌 서울시의 출연기관으로서 독립법인이다. 또 서울시의회와 TBS이사회가 동의하지 않는 이상 서울시장 독단으로 인사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독립재단인 TBS의 고위 임원은 임원추천위원회가 임명‧해임한다. 임원추천위원회 7명의 임명권은 ▲서울시장(2명) ▲TBS이사회(2명) ▲서울시의회(3명)이 각각 갖고 있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의원 109명 중 101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TBS 고위 임원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제기된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부인한 바 있어 TBS이사회 동의 역시 얻어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예산 삭감도 쉽지 않다. TBS에 지원하는 서울시 예산은 서울시의회 조례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 민주당이 절대 다수인 현 서울시의회에서 예산 삭감에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청 내부에서도 김 씨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본청 및 사업소 직원들만 이용 가능한 서울시 내부 직원 익명게시판에는 “시사프로 자체를 없애야 한다”, “정치편향적 진행자를 정리해야 한다”는 익명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야권에서는 김 씨가 TBS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료로 회당 200만 원가량을 받는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TBS는 출연료가 민감한 개인소득 정보에 해당한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한편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 14일 “TBS 예산 삭감은 시청자의 몫이다. 원하면 더 확대할 수 있고, 원치 않으면 더 축소할 수도 있다”며 “심도 있게 논의해 접점을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제는 청와대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