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지원도 못 받는데 영업 금지까지?” 정부와 대립각 세운 업주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완화되며 유흥업소의 영업 허용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유흥업소에서 직원이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2021.02.14. [뉴시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완화되며 유흥업소의 영업 허용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유흥업소에서 직원이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2021.02.14. [뉴시스]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최근 수도권·부산 등을 중심으로 유흥업소발 ‘n차 감염’이 지속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2일부터 현재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인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3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 특히 수도권과 부산 등 2단계 지역에는 유흥업소 집합금지 결정을 내리고 ‘핀셋 방역’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유흥시설은 마스크를 쓰기 어렵고 지하의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체류하는 등의 특성이 있다”며 단계 확대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또다시 영업을 못하게 된 유흥업소 업주들은 “더 이상 못 참겠다. 업종별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마스크 미착용·밀폐된 공간 제한 불가피 vs 정부 방역 조치 형평성 어긋나”
영업 금지 조치에 ‘비밀·변칙·몰래 영업’ 더 늘어… 방역 사각지대 우려

지난 12일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월15일부터 적용했던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5월2일까지 3주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수도권과 부산 소재 유흥시설 5종(룸살롱·클럽·나이트 등 유흥주점·단란주점·감성주점·콜라텍·헌팅포차 등)에는 24시간 영업 금지 조치를 내리고 특별 단속까지 나섰다. 

다만 중대본은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으로 ‘오후 10시’까지는 한시적으로 유흥업소 운영을 허용했다. 앞서 2단계 격상을 실시한 대전과 전북 등은 지자체 차원에서 오후 10시까지 유흥업소의 운영 허용을 결정한 바 있다.

- 연쇄 감염 확산세 여전

정부의 단호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유흥업소발 연쇄 감염 확산세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유흥업소의 업종 특성상 운영시간 제한 위반, 접객원 등의 출입 명부 작성 미흡 등과 같은 방역 위반 사례가 다수 발생해 역학 조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확진자가 지속 발생하는 수도권과 부산 등 유흥업소에 대해 집합 금지 명령을 내린 것도 이 같은 특수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는 부산의 경우는 지난달 24일 유흥업소 관련 첫 확진자가 나온 뒤 감염이 다중이용시설로까지 번져 현재 누적 확진자는 400여 명을 넘어선 상태다. 

부산지역 유흥시설 집합금지 조치 첫날인 12일 오후 부산진구청 공무원들이 서면의 한 업소 출입구에 집합금지 행정명령문을 부착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2일부터 적용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12일부터 5월 2일까지 3주간 연장하고, 특히 이 기간 유흥시설 5종과 홀덤펍에 대해서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2021.04.12. [뉴시스]
부산지역 유흥시설 집합금지 조치 첫날인 12일 오후 부산진구청 공무원들이 서면의 한 업소 출입구에 집합금지 행정명령문을 부착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2일부터 적용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12일부터 5월 2일까지 3주간 연장하고, 특히 이 기간 유흥시설 5종과 홀덤펍에 대해서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2021.04.12. [뉴시스]

- “또 문 닫나”… 생계 대책 마련해 줘야

사실상 영업 금지 조치가 내려진 수도권과 부산의 유흥업소 관계자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인천지회는 지난 13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흥업소 집합 금지 조치에 대해 부분 완화 등 생계를 이어갈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인천지회는 “유흥업소에 대한 집합금지 행정 명령은 14개월에 달하는데 고 위험군의 타 유사 업종들은 버젓이 운영하고 있다”며 “고액의 임대료나 체납된 세금보다 더 참기 힘든 고문을 당하는 동안 전국에서 4명의 업주가 경제난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20% 업소가 폐업 신청을 했고 이혼도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집단 감염 등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이 된 업소는 허가 업소가 아닌 무허가, 유사업소 등이다”라며 “이런 업소의 과오가 유흥업소란 이름으로 포장돼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영세 유흥 업주들은 1년 이상을 집합 금지로 영업을 하지 못해 삶의 희망마저 잃고 죽음의 골짜기를 걷고 있다”며 “몰래 불법 장사라도 해서 처자식을 살려야 한다는 심정”이라고 부연했다. 

이은철 한국유흥음식중앙회 인천지회 사무처장은 “우리 업종은 그동안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운영했다”며 “유사 업종과 동일하게 영업할 수 있도록 제한을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사무처장은 “유흥업소 점주는 정부의 코로나19 소상공인 지원도 못 받는데 영업 금지 조치까지 받는다”며 “정부의 조치를 따르며 영업은 하지 못하는데 중과세는 다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음 날인 지난 14일 경기 수원 지역의 유흥업소 업주들 역시 영업 정지 처분에 반발해 수원시청을 항의 방문했다. 20여 명의 수원 지역 업주들은 유흥시설에 대한 영업 금지 해제를 촉구하며 염태영 수원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수원시청에서 1시간가량 체류했으나 끝내 염 시장을 만나진 못했다. 이들은 “왜 매번 확진자가 늘 때마다 우리 업종만 이렇게 희생양이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지난해 가게 운영을 절반도 못했는데 어마어마한 세금은 그대로 가져갔다. 더는 못 버티겠다. 정부의 방역 조치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성토했다.

또한 별다른 영업 금지 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노래연습장(2차 업종) 등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한 업주는 “도우미 호출 등 불법을 일삼는 사실상 유흥시설과 다름없는 노래연습장이 태반”이라며 “영업 금지를 하려면 노래연습장도 같이 해야지 유흥시설만 집합 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분노했다.

부산 유흥업계는 최근 유흥업소발 확산에 대해 일정 책임을 인정하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업주들은 손실보상금 등 일정의 지원금조차 받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불만을 토로했다. 정지영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부산지회장은 “중대본의 영업 금지 발표에 50여 통의 전화를 받을 정도로 업주들이 안타까움을 호소했다”며 “일반음식점은 방역 작업을 마치면 다음 날 곧바로 문을 열 수 있는데 힘이 약한 유흥업소는 이번에 조치가 더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 변형된 ‘불법 영업’ 성행

정부가 유흥업소 영업 금지 조치를 내리자 각종 형태로 변형된 불법 영업이 속출하며 방역지침 위반 사례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에선 심야 변칙 영업을 하다가 두 번이나 단속된 유흥업소 업주와 손님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고발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남구가 역삼동의 한 유흥주점 업주와 직원, 손님 등 98명을 집합금지 행정명령 위반 혐의(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부산 해운대의 최고층 건물인 엘시티 더 레지던스에서도 불법 유흥주점 영업을 하던 업주 등 3명이 적발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인천 서구의 한 유흥업소도 오후 11시께 간판을 끈 상태로 출입문을 잠그고 몰래 영업해 덜미를 잡혔다. 일반음식점과 댄스 교습소로 업종을 둔갑해 불법 운영을 한 강남의 ‘무허가 클럽’에서도 200여명이 넘는 손님들이 술 마시며 춤추다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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