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정면충돌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포함한 야권의 4.7 재보궐선거 압승 이후 양측의 갈등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특히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작심한 듯 안철수 대표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의식해 정면대결을 피하는 모양새지만 내심 김종인 전 위원장을 향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내년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기대하며 4.7 재보선에서 양측이 손을 잡은 것도 잠시 김 전 위원장과 안 대표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게다가 야권의 유력 차기주자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순위로 부상하면서 양측의 신경전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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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 vs 범죄자” 4.7재보선 이후 정면충돌
2011년 첫 만남 이후 결별·화해·재회 등 10년 애증
- 야권통합·차기대선 전략 놓고 주도권 다툼 본격화

김종인 전 위원장과 안 대표의 인연은 안 대표가 정계입문을 저울질하던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전 위원장이 안 대표의 정치적 멘토로 잠시 활동했을 뿐 의견 차이로 곧 결별했다. 이후 10년간 양측의 관계는 화해와 재회로 이어졌지만 애증의 연속이었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주요 고비 때마다 양측은 설전을 주고받으면서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특히 201620대 총선 과정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구원투수로 나선 김종인 전 위원장과 국민의당 창당 돌풍을 이끌었던 안철수 대표가 정면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로도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4.7재보선을 전후로 김 전 위원장과 안 대표는 정신나간 사람’ ‘건방지다’ ‘범죄자등 시정잡배 수준의 거친 언어를 주고받으며 불편한 관계를 대중에게 공개적으로 노출했다. 차기 대선전이 본격화할수록 양측의 갈등은 더 격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대표의 10년에 걸친 악연을 짚어봤다.

안철수 건방지다”vs“김종인 범죄자

김 전 위원장과 안 대표의 관계는 파탄그 자체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흔지 않는 원색적인 비난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포문을 연 것은 김 전 위원장이다. 김 전 위원장은 4.7재보선 이후 안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을 야권의 승리라고 평가한 것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승리인데 야권의 승리라고 했다. 어떻게 그런 건방진 소리를 할 수 있나고 맹비난했다. 이는 서울시장 보선 압승과 관련해 안 대표의 정치적 기여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야권단일화 국면에서도 이른바 3자구도 필승론을 내걸 정도였다.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야권은 크게 요동쳤다. 당사자인 안 대표는 정확한 표현은 그게 아니었던 듯하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야권의 혁신, 대통합,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나고 반문하면서 우회적인 반박에 그쳤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도 논란에 가세했다. 김종인 저격수로 잘 알려진 장제원 의원은 뜬금없이 안 대표를 항해 토사구팽식 막말로 야권통합에 침을 뱉었다고 맹비난했다.

이후 양측 갈등은 야권전반으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파장이 확산됐다. 양측 대리인이 나선 건방 vs 범죄자공방전이었다.

안 대표를 대신해서 구혁모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나섰다. 구 최고위원은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라는 공개석상에서 야권은 오로지 국민의힘만 있다는 오만불손함과 정당을 단순히 국회의원 수로만 평가하고 이를 폄훼하는 행태는 구태 정치인의 표본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요청했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이 과거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뇌물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받은 것과 관련, “애초에 국회의원 시절 뇌물수수로 징역형을 받아 의원직이 박탈된 범죄자 신분이었으니 쌓았던 공도 그렇게 크진 않은 것 같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본인이 차기 대선에 출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언감생심 풍문이 돌고 있다고까지 비꼬았다.

이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즉각 반발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구 최고위원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통합하겠다는 당의 비대위원장이 물러나자마자 범죄자까지 나온다이 발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공개적으로 더 크게 문제 삼겠다고 공개 경고했다.

사실 양측의 갈등은 이번만이 아니다. 서울시장 보선 후보 단일화 국면에서도 설전을 주고받았다.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이 진통을 거듭하자 안 대표는 “(오세훈) 후보 뒤에 상왕이라면서 김 전 위원장의 지나친 개입을 꼬집었다. 이후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안 대표의 부인 김미경 교수를 여자 상황제라고 비판하고 안 대표가 반발하자 김 전 위원장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안 대표를 맹비난했다.

양측의 갈등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의 안 대표 비토와 관련해 본인의 역할을 뺏기는 부분에 대한 경계심리가 강하게 작용을 하는 것 같다국민의힘을 변화시켜서 중도를 확장하겠다는 역할을 전혀 이끌어내지 못했고 외부에서 안철수 대표가 야권단일화 과정을 통해서 그런 모습들을 보여줬다내부에서 실패했지만 외부에서 안철수 대표가 역할을 한 부분에 대한 경계심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김 위원장이 안 대표를) 국가의 지도자로서의 판단을 해 볼 때 지도자감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하는 판단을 하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장·국회의원 출마 갈등설20대 총선 적장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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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위원장과 안 대표의 악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2011년 안철수 대표는 이른바 청춘콘서트열풍을 타고 혜성처럼 정치권에 등장했다. 여야의 낡은 정치를 대체할 새정치의 기대주로 온국민의 주목을 받았다. 김 전 위원장은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과 더불어 자타가 공인하는 안 대표의 정치적 멘토였다. 정치적 노련미가 부족했던 안 대표를 보완하는 역할이었다.

다만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보선 출마 및 이듬해 19대 총선 출마 문제에 대한 인식차이로 양측이 갈라섰다는 게 정설이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보선 출마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지만 김 전 위원장은 정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부터 해야 한다고 만류하고 201219대 총선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갈등과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고 양측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이에 대한 후일담을 털어놓은 바 있다. 안 대표와 결별한 묻는 질문에 정치를 하고 싶으면 국회부터 들어가서 정치를 제대로 배우고 해야 한다고 했더니 (안 대표가) 국회의원은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 사람들인데 왜 하라고 하느냐고 하더라. 이 양반이 정치를 제대로 아느냐는 생각을 하고 자리를 떴다고 말했다.

소원해진 양측의 관계는 이후 회복되지 못한 채 양측 갈등은 오히려 더 거칠어졌다. 201620대 총선을 앞두고는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과 국민의당 대표로 각각 총선을 진두지휘하면서 적장으로 만났다. 김 전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구원투수로, 안 대표는 이른바 친문 패권주의를 맹비난하면서 민주당에서 뛰쳐나와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총선 과정에서 맞붙은 만큼 김 전 위원장과 안 대표가 정면에서 설전을 주고받았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정치를 잘못 배웠다. 정상적인 사고를 한다고 생각을 안 한다고 깎아내렸고 안 대표 역시 낡음에 익숙한 사람들은 낡은 생각, 낡은 리더십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며 김 전 위원장을 차르라고 꼬집었다. 양측 모두 선거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은 민주당을 원내 제1당으로 만들었고 안 대표는 녹색돌풍을 이끌며 원내교섭단체 의석을 훌쩍 뛰어넘은 38석을 얻었다. 결과로만 보면 양측이 윈윈이다.

다만 양당의 정치적 근거지가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호남대첩은 안 대표의 분명한 승리였다. 10년에 걸친 악연 속에서 안 대표가 그래도 김 전 위원장에 할 말을 다했던 때는 이때가 유일했다. 실제 성과도 두둑했다. 안 대표는 민주당의 정치적 텃밭이었던 호남을 사실상 싹쓸이하면서 김 전 위원장에게 완승을 거뒀다.

지난 2017년 대선정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친문패권주의 반대를 내걸고 잠시 손을 잡았지만 화해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안 대표는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김 전 위원장에게 개혁공동정부 준비위원장직을 제안했고 김 전 위원장도 이를 수락했지만 별다른 활동은 없었다. 이후 안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한 뒤 양측은 또다시 소원해졌다.

, 별의순간 기대 , 지원 절실

김 전 위원장과 안 대표의 갈등은 해묵은 것이다. 과거 안 대표의 정치입문 당시 김 전 위원장이 정치적 멘토로 활동했지만 결별 당시 감정의 앙금을 털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 전 위원장과 안 대표와의 관계 악화 또는 회복 여부에 따라서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통합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구나 차기 대선을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은 정반대로 엇갈린다.

김 전 위원장은 안 대표를 사실상 정치적 철부지로 평가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야권의 서울시장 보선 승리를 위해 오세훈·안철수 단일화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나왔을 때도 김 전 위원장은 안 대표의 정치적 역량에 회의감을 내비치며 줄곧 부정적으로 평가해왔다. 오죽하면 국회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질문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관련된 것이라는 우스개마저 떠돌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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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과 제3지대 창당에 나서 윤석열 전 총장 영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차기대선 정권교체의 기수로 안 대표를 버리고 윤 전 총장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여러 차례에 걸쳐 별의 순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윤 전 총장에 대한 호평을 내놓은 바 있다. 재보선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도 공정이라는 단어 자체가 마치 윤 전 총장의 브랜드처럼 돼 버렸다한 번 만나보고 대통령 후보감으로 적절하다 판단되면 그때 가서 도와줄 건지 안 도와줄 건지 판단하겠다고 언급했다.

안 대표는 차기 대선으로 가기 위해서는 킹메이커로 활약했던 김 전 위원장의 지원과 협조가 필수적이다. 실제 김 전 위원장은 현대 정치사를 대표하는 킹메이커다. 2012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레임덕 상황에서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 됐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6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분당과 국민의당 창당이라는 최악의 위기 상황에 내몰렸을 때는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으로 구원투수를 맡아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 안 대표로서는 원내의석 3석에 불과한 국민의당의 조직과 자금으로는 사실상 대선을 치를 수 없다.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 대통합을 명분으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은 필수적이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의 견제와 비난이 지속될 경우 야권통합의 성사는 물론 어렵게 통합에 이른다 해도 시너지 효과를 장담하기 쉽지 않다.

야권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종인 전 위원장과 안철수 대표의 치열한 힘겨루기는 기본적으로 4.7 재보선 승리 이후 야권통합을 거쳐 차기대권으로 가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때문이라면서 인간적 실망감과 정치전 노선 차이 탓에 김종인 전 위원장은 사실상 안철수 카드를 배제한 상태이지만 과거 2012, 2017년 대선에서 제3지대 후보로서의 한계를 절감했던 안 대표는 어떤 식으로든 김 전 위원장의 지원과 협조를 요청하는 지루한 갈등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대표적인 자강론자인 김 전 위원장과 단일화 및 재보선 승리를 명분으로 보다 큰 통합지분을 요구하는 안 대표의 주도권 다툼은 야권통합이 본격화될 수도록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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