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에 빠진 농심… 적자 폭 확대 속 사업 이어갈까

박준 농심 대표(좌측)와 니시이 다카아키 아지노모도 사장이 합작회사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농심]
박준 농심 대표(좌측)와 니시이 다카아키 아지노모도 사장이 합작회사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농심]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농심의 효자 노릇을 할 것 같았던 ‘아지노모도농심푸즈’가 농심의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농심은 일본 대표 조미료 식품기업인 ‘아지노모도’의 ‘보노스프’를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서 아지노모도와 본격적으로 손을 잡고 합작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아지노모도는 30여 개국에 지사를 둔 연 매출 10조 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이지만 악명 높은 전범기업이라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불신의 화살을 농심에 돌렸다. 따라서 아지노모도농심푸즈가 매출은 늘었으나 적자도 그만큼 커져 농심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국내 수프시장 확대 사업은 기대만큼 실망도 커지고 있다.

日전범기업 ‘아지노모도’와 합작사 설립… 비판 여론은 진행형

1분기 수프 매출 42% 증가… 코로나19·‘노 재팬’ 불매 역풍 직면

농심은 아지노모도와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관계를 맺게 되면서 진퇴양난에 빠지게 됐다. 농심은 지난 2006년부터 아지노모도의 대표 상품인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즉석수프 보노스프를 국내로 들여와 판매했고, 이후 지난 2018년 아지노모도와 본격적으로 손을 잡고 합작 법인인 ‘아지노모도농심푸즈’를 설립했다. 아지노모도농심푸즈는 농심과 아지노모도가 지분을 각각 49%, 51%씩 출자해 경기도 평택 농심포승공장 부지에 즉석 분말수프 생산 공장으로 자리를 잡고 제품을 생산했다. 당시 농심은 출자금 130억 중 64억 원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해 순손실 34억·적자 확대
  장부가액 3년 만에 반토막

당시 수프 생산 사업은 농심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보노스프의 2018년 1분기 매출이 50억 원을 기록하면서 농심은 전년 대비 매출이 약 42%나 증가했다. 그러나 호재는 얼마가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인들의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국내 수프시장에도 변화가 찾아왔고, 이와 함께 일본의 수출 제한 보복으로 국내에서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돼 농심은 역풍에 직면했다. 농심에 따르면 아지노모도농심푸즈는 지난해 매출 2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매출 4억 원을 감안한다면 큰 폭의 성장을 이룬 것이다. 그러나 2018년 주력 제품인 보노스프 매출이 230억 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아지노모도농심푸즈의 순손실은 34억 원을 기록했다. 적자가 대폭 확대되면서 농심의 지분법평가손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농심은 아지노모도농심푸즈 적자에 대한 지분법평가손실을 17억 원으로 반영하면서 손실은 전년 13억 원보다 더 커졌다. 합병 당시 62억 원으로 평가됐던 아지노모도농심푸즈 장부가액(회계기록에 의한 기업의 가치)은 2018년 이후 3년 만에 32억 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기대를 안고 시작한 아지노모도농심푸즈는 농심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해 버린 모양새다.

- “신중히 검토했어야” 지적 공감
   3년 지나도 부정적 시선 여전

게다가 아지노모도는 농심과 합작사를 설립했을 당시부터 전범기업이라는 사실이 국내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반감을 사게 됐다. 아지노모도는 1909년 일본 도쿄에서 설립됐다. 설립 당시 ‘스즈키 제약소’라는 이름으로 조미료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인 1946년에 사명을 아지노모도로 변경했다. 지난 2012년 이명수 당시 자유선진당 의원실이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지노모도는 전범기업 299개 명단에 이름이 올라간 것과 동시에 이 의원이 당시 발표한 현존하는 전범기업 34곳의 명단에도 포함돼 있었다. 아지노모도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에 작업장 1곳을 두고 조선인을 강제 동원해 노역을 시킨 것이 드러났다. 또한 아지노모도의 창업자인 스즈키 사부로스케 명예회장은 역사 왜곡 교과서를 만드는 일본 우익 계통 출판사 ‘후소샤’의 후원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농심은 당시 이 같은 논란에도 “단순 비즈니스 관계”라고 언론에 입장을 전하면서 여론은 “(비즈니스라면) 일본 전범기업도 개의치 않는 것이냐” 라고 비판했다. 농심은 논란을 의식했는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업무 협약 체결 당시 아지노모도가 전범기업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좀 더 신중한 검토를 거쳤어야 한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미 아지노모도와 합작사를 설립했을 당시부터 비판을 받았던 농심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여론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도 맘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농심이 전범기업과 손을 잡았다며 비판하는 글이 심심찮게 발견됐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논란이 결과적으로 아지노모도농심푸즈가 부진한 출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농심 입장에서는 국내 수프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지노모도와 손잡은 것인데 그 성과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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