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폭풍으로 들썩이고 있다. 재보선 참패 원인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친문 강성 지지층이 가세해 내부 갈등의 골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 친문 강성 지지층은 지금까지 민주당의 정국 운영 기조를 좌지우지해왔다. 심지어 민주당 지도부 구성에서도 위력을 발휘해왔다. 이 때문에 대권·당권주자들까지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살펴왔다. 여권 일각에서는 재보선 패배 원인 중 하나로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꼽기도 한다. 민주당이 또다시 친문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휘둘리게 된다면 대선에서 어떤 결과를 불러오게 될까.

회의를 위해 마스크 벗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회의를 위해 마스크 벗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대깨문·문파·문빠친문 강성 지지층, 재보선 참패 이후에도 당 쥐락펴락
당내 건전한 토론 틀어막는 강성파, 대선 승리 장애물될수도

더불어민주당 친문 강성 지지층이 또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친문 강성 지지층은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 중 하나로 조국 사태를 언급한 초선 일부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며 배은망덕하다고 공격하고 있다. 민주당이 민심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고 또다시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휘둘리게 된다면 내년 대선에서도 다시 패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깨문·문파·문빠 뿌리 지못미 노무현’ ‘문재인 수호

민주당의 강성 친문 지지층은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인 친노에 뿌리를 두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했던 지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당시 집권세력과 보수 기득권의 음모로 노 전 대통령이 죽음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지못미심리가 그대로 문재인 수호로 이어졌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과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오프라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수호자로 활동하고 있다.

친문 강성 지지층은 문파(文派), 문빠,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등으로 불린다. 이들은 2019조국 사태당시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모여 조국 수호 집회를 대대적으로 열며 문재인 정부 방어에 나섰다.

이들은 소신파의 다른 목소리는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정치인은 물론이고 일반인까지 적으로 규정하며 공격을 퍼부어왔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민주당 소신파인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가 주요 공격 대상이 됐다.

강성 지지층은 소신파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문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복무 의혹 등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낼 때마다 문자 폭탄을 보내며 내부총질 할거면 국민의힘으로 가라고 공격했다. 금태섭 전 의원의 경우는 친문 강성파들과 갈등을 겪다 결국 민주당을 탈당하기도 했다.

강성 지지층은 지난해 2월 문재인 대통령이 충남 아산의 한 시장을 방문했을 때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50A씨가 문 대통령에게 경기가 거지 같아요라고 말하자 가게로 찾아가거나 휴대전화로 직접 전화하는 방법 등을 동원해 집중 공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 지지층은 윤석열 징계 국면에서도 지난해 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법원의 정직 처분 정지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하자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며 강경 대응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에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국민들,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 또 열혈 당원들이 보내는 문자를 저도 한 4,000개 정도를 받았다면서 이들의 탄핵요구에 동조하기도 했다.

강성 지지층의 위력 때문에 당대표·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주자들은 물론이고 대선후보군까지 이들의 눈치를 보기 일쑤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도 지난해 923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열성 지지자들의 움직임이 당내에 다양한 의견을 만드는데 저해가 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지적하자 어떤 에너지를 끊임없이 공급하는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가 친문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과거 대선 후보 당시 강성 지지층의 댓글·문자 폭탄에 대해 경쟁을 흥미롭게 만드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문파, 재보선 이후 정국서 문자 폭탄위력 발휘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의 언급처럼 강성 지지자들의 행태는 에너지원이나 양념같은 기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은 지금도 여전히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파 라이브 에이드'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토크쇼를 지켜보고 있다. 2019.01.05.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파 라이브 에이드'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토크쇼를 지켜보고 있다. 2019.01.05. 뉴시스

민주당의 갈등을 더욱 더 부추기고 생산적인 내부 토론을 차단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전용기 의원 등 민주당 20~30대 의원 5명은 지난 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재보선 참패와 관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검찰개혁은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정책이었으나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국민의 공감대를 잃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뒤에서 칼 꽂고 뒤통수치고 앉았다”, “내부 총질하는 초선5”, “배은망덕하다”, “초선족등 비난 글들이 쇄도했다. 강성 지지층은 해당 의원들에게문자 폭탄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열성 당원인 권리당원들은 지난 13일에는 권리당원 게시판에 권리당원 성명서를 올리고 5명 초선 의원들을 향해 초선 의원의 난()”이라며 패배 이유를 청와대와 조국 전 장관 탓으로 돌리는 왜곡과 오류로 점철된 쓰레기 성명서를 내며 배은망덕한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을 가했다.

결국 민주당 내 쇄신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5명의 초선 의원들은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많은 분노를 접한다. 조소와 비아냥에 아프다면서 친문과 비문을 나눠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의 책임론만을 주장하는 분들은 부끄러워하셔야 한다면서 친문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이 같은 강성파의 행태에 대해 비주류를 중심으로 강한 우려가 표출되고 있다. 5선 변재일 이상민 안민석, 4선 노웅래 안규백 정성호 의원 등 비주류 중진 6명은 지난 15일 입장문을 내고 권리당원 일동명의 성명서를 거론하며 전체 권리당원 명의를 사칭, 당헌·당규 및 실정법에도 저촉될 수 있는 행위로서 상응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자기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불문곡직하고 적대시하는 것도 당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비주류인 조응천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어제 나온 민주당 권리당원 일동명의의 성명서는 어렵게 입을 뗀 초선의원들을 주눅 들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폭력적으로 쇄신을 막는 행위를 좌시하지 말고 소수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다수 당원과 뜻있는 젊은 의원들을 보호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친문 핵심에서는 강성 지지층의 행태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친문 핵심인 홍영표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가 정치인 중에 문자폭탄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 중 하나일 것이라며 저는 그것을 민심의 소리로 듣는다. 듣고 좀 심하다 싶으면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심과 민심이 다르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괴리됐다고 분리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문파의 위력, 재집권 시나리오 양날의 검부상

경남 창원시 만남의 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1주기 추모 콘서트에서 노사모 회원들이 노 전대통령 얼굴 펼침막을 들고 추모공연노래를 불러보고 있다. 2010.05.22 , 뉴시스
경남 창원시 만남의 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1주기 추모 콘서트에서 노사모 회원들이 노 전대통령 얼굴 펼침막을 들고 추모공연노래를 불러보고 있다. 2010.05.22 , 뉴시스

이 때문에 민주당의 새로운 지도부가 또다시 친문 지도부로 구성될 경우 강성 지지층의 요구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재보선 참패 이후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바 있다. 그러나 비대위원장에 친문 핵심인 도종환 의원을 앉힌데 이어 1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친문 핵심인 윤호중 의원이 당선됐다.

내달 2일 예정된 당대표 경선에도 친문 성향의 주자들이 대거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홍영표 의원은 친문 핵심으로 분류되고 송영길, 우원식 의원은 상대적으로 친문 색채는 약하지만 범친문으로 평가받는다. 결국 친문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에 휘둘려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 대선까지 패배할 수 있다는 우려도 표출되고 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초선 5명 의원들이 강성 지지층의 공격으로 발을 빼고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민주당이 이번 사태를 극복하는데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며 압박으로 당내 자성의 목소리를 침묵하게 만든다면 소탐대실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장은 당이 조용해질 수는 있지만 재보선에서 민심이 회초리를 든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수정이 안되기 때문에 대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며 민주당을 사랑하지만 침묵하고 있는 유권자들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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