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살해. [그래픽=뉴시스]
살해. [그래픽=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연인 관계로 지내던 여성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처럼 위장하고, 범행을 은폐하려고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게 1심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해 이목이 집중된다. 이 남성은 여성의 시체를 보름 넘게 방치하고, 계좌에서 수천만 원을 인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박상구 부장판사)는 살인‧절도‧사기‧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강모(38)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지난 2017년 5월 강 씨는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던 A(37)씨를 만나 2년 넘게 연인관계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사업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수억 원의 사기 피해를 당했다. 작은아버지가 영화감독인데 담당 변호사를 통해 피해금을 돌려받을 방법을 찾고 있다”는 말로 A씨를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강 씨는 작은아버지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약속받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27일 A씨는 대화 도중 강 씨의 거짓말을 알게된 뒤 헤어짐을 요구, 강 씨는 A씨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강 씨는 A씨가 갖고 있던 휴대전화와 현금, 카드, 통장 등을 가로채고 계좌에서 39회에 걸쳐 3684만 원을 빼 개인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다음 날 강 씨는 자신의 딸에게 줄 40만 원 상당의 장난감을 A씨 체크카드로 구매했고, 일주일 뒤에는 2회에 걸쳐 320만 원을 인출해 조건 만남 여성에게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강 씨는 A씨를 살해한 뒤 18일 간 사체를 방치하고,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처럼 위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에게는 자신이 A씨인 것처럼 위장해 허위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휴대전화 인멸 등 범행을 은폐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우리 사회의 근본이 되는 가장 존엄한 가치이자 법이 수호하는 최고의 법익일 뿐만 아니라, 침해될 경우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회복이 불가능한 것”이라며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그 이유를 불문하고 결코 용서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자살한 것처럼 위장하려고 하는 등 자신의 범행을 적극적으로 은폐하려고 했다”며 “이런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범행 동기와 내용, 범행 이후의 피고인이 취한 행동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