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녀 표심, 분열했다”

[일요서울ㅣ신수정 기자] 2015년 서울 강남역 추모 열기를 계기로 시작된 국내 페미니즘이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 여성 운동권 시민 사회 아래 ‘7년 성 전쟁’을 주도해 왔다. 기류가 바뀌어 반(反)페미니즘으로 돌아서기 시작한 것은 4.7 재보궐선거. ‘이대남(20대 남성)’의 표심은 정치권에 반페미니즘 바람을 불어 넣었다. 동시에 페미니즘 정부를 대항하기 위해 반페미니즘 성향의 정당·정책을 일방적으로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극단적인 성 갈등을 되돌릴 수 있는 최후의 변곡점, 일요서울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김소연 변호사, 오세라비 작가와 함께 진정한 남녀평등을 추구하는 ‘성평등 사회’의 길을 제시한다. 

- ‘이남자’ 표심 노리는 정치권, 남성연대 움직임 시작됐다?
▲ (오세라비)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과도한 친여성 정책·제도·예산 집행을 수년간 지적해왔는데 민주당, 국민의힘 모두 관심도 없었다. 재보선 이후에서야 이대남도 표가 되고 돈이 되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갑자기 이대남에게 구애하는 이 상황이 좀 황당하다. 

(김소연) 단기적인 관심에 불과하다. 꽤나 성공적인 결과물을 확인해 앞으로 있을 3.9 대선과 지방선거를 인식한 행보다. 여성을 위한, 여성 인권의 명분만 잡으면 여야가 전부 한 목소리로 “여성은 무조건적인 피해자·약자,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흑백논리를 국회에 퍼붓는 역할을 해 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훨씬 여성들을 품는 정책을 시행하자’란 전략 아래 성인지 의무 교육을 당 강령에 넣어버릴 정도로 더욱 극진적으로 페미니즘을 심화시켰다. 

사실 국민의힘은 젠더 갈등 담론에서 뭐라 평가조차 민망할 만큼 무지한 상태다. 한마디로 ‘무식함’ 그 자체다. 여성은 약자고 피해자라는 감정이나 정의감이 딱히 없다. 그냥 당연한 기본 명제로서 받아들이고 있었다. 국민의힘은 앞둔 선거에 있어서 정책 방향을 설정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빨리 공부부터 해야 한다. 

반면, 민주당과 범여권에게 페미니즘이란 ‘생계’다. 박용진 의원이 모병제를 들고 나온 것처럼 일부 남성 배려 정책이 나올 수 있겠지만, 큰 흐름에서 페미니즘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생계수단이자 정치 투쟁, 권력의 도구다. 이들에게 페미니즘은 양보가 안 되는 영역이다. 

- 보수 진영 내 이준석·진중권 설전, 현상 진단
▲ (오세라비) 사실 20대 남성들이 바라는 것은 남녀 공정한 예산·정책·제도를 해달라는 것이다. 이걸 586의 좌파 마초 꼰대, 진중권 교수가 ‘20대 남성이 책임져라’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정말 방향이 잘못됐다. 586 운동권의 안 좋은 부분은 진중권 교수가 다 가지고 있다. 

(김소연) 페미니즘 말하는 여성계와 진중권의 공통점을 짚어보자면, 입으로 모순을 대놓고 말한다. 이걸 지적하면 페미니스트들은 “모순을 견디는 게 페미니즘”이라고 얘기한다. 완전 뫼비우스의 띠처럼 빠져나올 수 없는 모순이다. 

진중권 교수, 소수자 차별과 혐오 발언(Hate Speech)은 안 된다면서 본인이 하는 말은 폭력적이고 상대를 우습게 만드는 조롱이 가득하다. 메갈리안도 마찬가지다. 본인들이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발언을 하면서 “우린 괜찮아. 우리는 미러링이야”라는 모순된 논리가 많은 청년에게 괴로움과 고통을 주고 있다.

- ‘이대남·이대녀’ 표심, 재보선 이후 어떤 영향?
▲ (오세라비) 이번 4.7 재보선을 기점으로 민주당과 폐미계가 완전 분열 상태로 접어들었다. 거의 혼란 상태다. 이런 상황이면 민주당이 페미니즘을 버릴까? 아니다. 절대 못 버린다. 20대 여성 표의 분열 현상은 더욱 굳어질 것이다. 이제는 정체성 정치에 투표하는 것이다. 

여전히 민주당을 지지하는 20대도 있었지만 이번에 출마한 페미 후보들은 15%를 득표했다. 민주당은 우왕자왕했을 것이다. 늘 “2030대 여성은 우리 집토끼야”했는데 분열되기 시작했으니까. 앞으로도 2030대 여성 표는 갈라질 시기가 됐다. 그리고 이제는 콘크리트 표가 없을 것이다. 이제 정치권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60대 여성’의 표심이다. 20대 남성 못잖게 야당에 많이 투표했다. 그럼 60대 여성들의 정서가 뭐냐? 자신의 아들, 딸인 2030대 남녀를 걱정하는 마음이다. 왜 60대 여성들의 표가 20대 남성들과 유사하게 나타났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소연) 장기적으로 3040대 여성들도 페미니즘 이슈에 있어서 정당들의 방향성을 보고 투표할 여지가 크다고 본다. 당장 성평등 교육이 이뤄지는 유치원·초등학생 나이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 젠더 갈등을 현실적으로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식을 갖고 장기적으로 성 갈등 담론을 현실 정책에서 어떻게 끌고 가느냐가 다음 세대 정치를 좌우할 것으로 생각된다. 

- 젠더 갈등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정치권?
▲ (오세라비) 젊은 남녀의 성 갈등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고 당리·당략에 이용한다는 것은 우리가 20대 남녀에게 다시 한번 상처를 주는 것이다. 이준석 vs 진중권 구도로 페미·반페미 논쟁이 흘러가는 것이 상당히 불편하다. 

(김소연) 그리고 위험하다. 갈등 구도를 만들어 싸움을 붙이면 양쪽 진영에 팬덤이 형성된다. 그러면 극단적 행동, 과격 행동, 집단 행동을 선동할 수밖에 없고, 선동될 수밖에 없다. 어느새 누가 이기나 대결 구도로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형사 정책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불만이 누적되면 오히려 혐오 범죄나 갈등으로 인한 우발적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지기 때문이다. 

(오세라비) 바로 이런 점을 우려한다. 특히 남성 혐오적인 페미니즘 성교육을 주입해 온 교육계로 남성들은 자라면서 불만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 굉장히 심각하고 위험하다. 자칫 정말 과격한 폭력으로 표출될 수 있다. 지금 굉장히 위험한 상황까지 왔고, 표심으로 드러났다. 이걸 다시 한번 정략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절대로 안된다. 

(김소연) 동료로서 남성들과 공정한 경쟁을 거치고 생물학적인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각자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실력으로 승부 보고 하는 것을 당연한 규칙으로 기준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외부에서 억지로 여성들에게 ‘특혜를 받아야 하고 가산점을 받아야 한다’고 강요한다. 여기에 불만을 제기하면 ‘너희는 1·2세대 여성 운동권들이 있었기 때문에 여성 변호사가 되고 여성 정치인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선배들에게 감사해’라는 논리로 답한다. 마치 “민주화 운동을 한 586들이 있었기 때문에 너희가 현재 언론의 자유를 누리면서 마음 껏 자유를 향유하고 있는 거야”란 논리. 굉장히 숨 막히게 다가온다. 

밀레니얼 이하 세대는 경험한 적도 없는 성 차별을 상정해놓고 윗 세대의 헌신 때문이라는 불편함과 부채의식을 강요하고 강조하는 도구로서 페미니즘이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이라든가 여성은 585운동권이 베푸는 시혜의 대상이 아니다. 

- 국민 여론, 페미·반페미가 아니라 평화를 원한다!
▲ (김소연) 역시 국민들은 현명하다. 민심은, 특히 젊은 친구들 현명하다. 아주 무르익었다. 하지만 ‘성중립’이라 하면 성소수자 담론의 또 다른 젠더주의로 빠질 우려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성평화’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오세라비) 현재로선 페미든지 반페미든지 남성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담론을 환영한다. 남성들이 그만큼 자신이 처한 위치를 자각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4.7 재보선이 하나의 기점이 되지 않을까. 진정한 남녀평등이 뭔지, 남녀공정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시점이 왔다. 이 시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역시 투표의 힘은 쎄다. 투표를 잘해야 겠구나. 역시 정치인들에게는 투표로 보여주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 

(김소연)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여러 기회를 발판삼아 남성, 스스로에 대한 권리를 정제된 자세로 하나씩 따져보고 확인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남녀평등과 평화로운 공정한 삶을 위해 청년들 스스로가 해야 한다. 586운동권 중심의 정치권에서 제시하는 방향대로 가야할 이유가 없다. 여러분들의 세상, 여러분들이 결정해서 사는 게 맞다. 

대한민국 페미니즘의 현실을 다같이 논의해봤으면 좋겠다. 현재로선 결과적으로 우리 아이들, 아들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체적으로 점검해볼 시기가 됐다. 

- ‘성평화 사회’를 향한 발걸음, 시민 사회에 조언한다면?
▲ (오세라비) 내가 나서서 감놔라 배놔라 하기 보다 우리 청소년들, 청년들이 현명한 판단을 해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젊은 여성들, 이제는 페미니즘에서 벗어나자. 페미니즘에서 해방되자. 

(김소연) 남성·여성·노인·아이·청년·장년 모두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료들이다. 당연히 서로 배려하고 인간적으로 존중하고 살아야 하는 게 너무 당연한 것. 두 번째는 10대 후반~20대 초반 여성들이 페미니즘에 경도되기 쉬운 이유가 바보라서도 아니다. 가장 정의롭고 가장 울컥할 만한, 선동이 가장 잘되는 취약한, 정서적으로 따뜻한 마음이 가득 차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멘탈이 가장 취약한 그런 나이다. 또한 잘못된 일 있으면 내가 앞장 서서 바로 잡고 싶고,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용감한 나이다. 청년들이 소모되거나 도구로 이용당하지 않는 현명한 미래를 열어가 달라, 청년들이 정말 잘 할 수 있으니 스스로를 믿고 절대 남성·여성 ‘갈라치기’하는 정치에 도구로 이용당하지 말아달라. 부탁한다. 

2021.04.26 일요서울TV 신수정 기자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