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2022년 대선 레이스가 막이 오르면서 여권 대선주자들의 왕좌쟁탈전이 본격화됐다. 대선주자들은 대선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지지 조직을 출범시키며 전투 태세를 가다듬고 있다. 이와 동시에 대전(大戰)에서 혈투를 벌일 무기 발굴에도 여념이 없다. 대선은 대선주자를 든든하게 뒷받침해줄 수 있는 지원군도 필요하지만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슈 선점 능력도 중요하다. 대중의 고충과 요구를 간파해 그에 맞는 시대정신과 어젠다를 발굴해야만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여권의 3’로 불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대중의 마음을 공략할 무기 발굴에 여념이 없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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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약점 최소화 강점 극대화 무기 발굴에 골몰
- 공정’ ‘성장’ ‘코로나19’ ‘복지’ ‘경제이슈로 민심 공략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중이 도덕성보다는 경제 회생 능력을 우선에 뒀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경제회생 능력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등에 업고 BBK 의혹을 비롯한 도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더블스코어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로 형성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시대 정신을 등에 업고 촛불 정신을 앞세워 당선됐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어떤 어젠다를 내세워야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이번 대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촉발된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치러진다. 또 문재인 정부가 촛불 정신을 앞세워 출범했지만 내로남불불공정이라는 키워드를 만들어내며 민심 이반을 초래했다.

여당 대선주자들도 이슈 발굴에 있어서 이 같은 시대적 상황을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여당 대선주자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도 맞물려 있는 이 같은 시대적 상황을 100% 활용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대선 경선의 승패를 쥐고 있는 친문 지지층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3 대선주자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부각시킬 수 있는 시대정신과 어젠다를 내세우고 있다.

비문이재명, 기본시리즈+공정·성장 선택

비문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그동안 자신이 밀었던 기본소득·기본대출·기본주택 등 기본시리즈와 함께 또 다른 축으로 공정성장을 꺼내들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정이라는 키워드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조국 사태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등이 불거지면서 불공정에 대한 불만이 들끓고 있다. 이 때문에 공정키워드 쟁탈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최근 한 언론을 통해 LH 사태를 비판하면서 이 나라 발전의 원동력은 공정한 경쟁이고 청년들이 공정한 경쟁을 믿지 못하면 이 나라 미래가 없다면서 공정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이재명 지사도 시대정신, 아젠다로 공정을 선택했다.

또 진보 색채가 강한 이 지사가 성장을 선택한 것은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통상 진보는 반기업적이고 성장보다는 분배에 치중한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는 최근 경기도청에서 일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공정을 꼽으며 공정한 룰이 지배되는 사회를 만드는 게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정치가 해야 될 중요한 과제는 양극화의 완화, 불평등의 완화, 공정한 룰의 확대 등을 통해서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공식 발족한 현역 국회의원 모임의 이름도 성장과 공정 포럼이다. 이 지사는 이날 창립식 축사에서 공정성의 회복이 성장의 토대가 된다. 기술 혁명, 에너지 대전환, 산업 재편 등 전환의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바꾸되 모두가 성장의 기회를 누리는 포용적 성장, 더 나은 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지사는 최근 친기업적 행보를 보이며 공정 경제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 지사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공영운·박정국 사장 등과 함께 지난 24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기술연구소를 찾아 정치의 핵심은 먹고사는 문제, 경제에 달려 있고, 경제의 핵심은 기업들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지사의 전국 지지 모임인 민주평화광장공동대표인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 25BBS 라디오에서 이재명 지사가 갖고 있는 시대정신 뭐라고 보나라는 질문에 지금의 시대정신을 꼽는다면 민주와 평화, 그리고 공정과 지속 성장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그런 점에서 현재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에서 이재명 지사가 단연 시대정신에 부합된 인물이고, 또 국민들께 속 시원하게 성과로서 이것을 보여주고 인정받을 수 있는 후보라고 평가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첫국무총리 이낙연, ‘혁신 성장’ ‘신복지승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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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첫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시대정신으로 공정과 같은 키워드보다는 혁신 성장’ ‘신복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혁신 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 가운데 하나다. 신복지는 자신이 당대표 시절 내놓은 핵심 정책 구상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3월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시대정신에 관한 질문을 받고 신복지와 혁신성장이 시대정신이라며 사람들의 삶이 불안정해지는 큰 전환기에서 국민의 삶을 어떻게 보호할지가 시대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그래서 신복지제도를 제창했고 신복지가 가능하려면 일정 정도의 경제성장이 있어야 한다. 과거처럼 굴뚝산업에 의한 성장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시대이므로 혁신성장 외에 대안이 없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당 지도부 간담회에서 신복지에 대해 회복과 도약을 포용으로 실천하려는 시대정신이 반영된 것이라고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신복지와 혁신성장을 화두로 조직을 꾸리고 정책 어젠다 수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신복지 체제를 추진하기 위한 지지 조직인 신복지 포럼을 광주, 부산, 경남 등에서 출범시켰다.

이 전 대표는 국가 비전을 나타내주는 슬로건으로는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선택했다. 이 같은 슬로건을 정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위기와 기후위기,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인해 불안해지는 개인의 삶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 반영됐다. 이 전 대표의 신복지구상도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적 담론 중 하나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의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주최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역시 신복지의 목표와 일치한다고 강조하며 이런 불안의 시대에 국가는 개개인의 삶을 지켜드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낙연과 차별화정세균, ‘경제회복’ “내가 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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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대표와 이미지가 겹치는 정세균 전 총리는 이낙연과의 차별화전략이 정세균표시대정신과 아젠다에 녹아있다. 정 전 총리는 이낙연 전 대표에게 바톤을 이어받아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국무총리를 지낸 바 있다. 자신의 직전 지역구였던 서울 종로는 이 전 대표가 물려받았다. 정 전 총리와 이 전 대표는 모두 호남 출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정 전 총리는 이낙연 전 대표와 차별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정 전 총리는 그럴 때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언론인 출신이지만 자신은 경제 전문가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대기업 임원을 지낸 바 있고 노무현 정부 때는 산업자원부 장관도 역임했다.

정 전 총리는 시대정신을 경제 회복이라고 강조하며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최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다음 시대정신을 묻자 회복이 제일 중요하다. 일상의 회복, 국격의 회복, 그 중에서도 경제 회복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질 좋은 성장을 통해서 분수 경제의 과실을 같이 향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수 경제는 서민층에 대한 정책 지원 효과가 경제 전체로 퍼지게 한다는 개념이라고 역설했다. 정 전 총리는 경제 정책 역량은 자신 있다는 뜻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자랑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여야 통틀어 제일 낫다고 자신한다고 답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10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시대정신에 대해 (코로나19) 상흔을 회복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원상회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촛불정신도 반영해야 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반영한 전환기적 회복이 돼야 한다. 일상을 회복해야 하고 경제, 공동체가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이것은 시간만 지나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준비된 리더가 필요하다면서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 대선 기획단에서 일하며 준비된 대통령을 만들었는데, 지금이 제2의 준비된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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