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재명’ 연대 확대 조짐, 벌써부터 ‘결선투표’ 셈법 치열
불안한 1강 이재명, 합종연횡 부추기나… ‘결선투표’서 뒤집을 수 있다?

(왼쪽부터)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광재 민주당 의원 [뉴시스]
(왼쪽부터)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광재 민주당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20대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가 막이 오르면서 링 위에 오른 대선주자들의 전선도 점차 명확해 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여권에서 1강을 유지하고 있지만 명확한 대세론은 형성하지 못하면서 ‘이재명 대 반(反)이재명’ 전선이 보다 뚜렷해 지고 있다. 지난 19대 대선 경선에서는 ‘문재인 대세론’이 일찌감치 형성됐었다. 이 때문에 당시 경선은 ‘어차피 대선 후보는 문재인’이라는 분위기 속에 다른 후보들의 2위 다툼이 치열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특정 후보의 대세론이 형성되지 못하면서 결선투표에서 판을 뒤집기 위한 연대, 합종연횡 움직임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왕좌 쟁탈전이 치열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광재·김두관·박용진 의원, 양승조 충남도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후보군만 9명이다.

한때 민주당 내에서 ‘13룡’ 등판설이 돌기도 했지만 김부겸 국무총리, 김경수 경남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불출마로 가닥을 잡으면서 9룡(龍)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정책 이슈’ 중심 연대 가시화, 같은 장소에서 자주 목격되는 ‘이낙연·정세균·이광재’ 

민주당 경선 룰에 따르면 이 가운데 6명만이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해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각자 치열한 개인전 ‘플레이’로 승부를 펼쳐야 예비경선 통과가 가능한 상황이지만 후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일부 후보들을 중심으로 연대 움직임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후보들은 경선 연기론이나 개헌, 기본소득 등 경선 이슈에 대해 비슷한 스탠스를 취하며 ‘반(反)이재명’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이광재·김두관 의원, 양승조·최문순 지사는 경선이 연기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이재명 지사 측은 ‘경선 연기 불가’를 고수했다. 이낙연계와 정세균계 의원들은 경선 연기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며 집단 행동을 하기도 했다. 

또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는 최근 ‘개헌론’을 적극 띄우기 시작했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경국대전을 고치는 일보다 국민들의 구휼이 훨씬 더 중요한 시기”라는 반응을 보이며 개헌 논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이재명 지사가 주창하고 있는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연일 공격을 퍼붓고 있는 상황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불공정한 철학”이라며 “부자에게나 가난한 사람에게나, 일하건 하지 않건 똑같이 나눠주자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정 전 총리도 최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기본소득은) 재원 대책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소득 불평등 완화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면서 “가성비가 떨어지는 정책”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이광재 의원은 최근 같은 장소에서 자주 목격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2일 공동으로 ‘도심공항, 어떻게 할 것인가?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모색’ 주제의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 의원의 제안으로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자리에 모여 군 공항 이전 및 도심 공항 주변 고도 제한 완화 문제 등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세균 전 총리는 이들과 공동 정책 토론회를 개최한 것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좋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 힘을 합하는 것은 매우 소중한 움직임”이라면서도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고 당의 다른 분들과도 추진할 부분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광재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오늘 같은 토론회에 이 전 대표, 정 전 총리가 부르면 가겠다. 함께 정책을 실천해 민주당 집권 시대를 열자”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명 지사의 ‘가짜 약’ 발언을 겨냥해 “오늘 이 자리는 가짜 약이 아니고 진짜 약”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앞서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정세균 전 총리의 출마선언식에도 이낙연 전 대표와 이광재 의원이 나란히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김두관 의원도 함께 했다. 네 명의 대선주자는 나란히 서서 손을 잡은 채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를 두고도 ‘반이재명 연대’를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들 4인은 지난 23일 오전 열린 한 인터넷 언론사 창간기념 토론회에도 나란히 참석했다. 

또 정 전 총리는 지난 8일에는 이광재 의원과 함께 수원·남양주·성남 등 경기도 지역 기초단체장 17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이재명 지사의 안방인 경기도에서 이 지역 기초단체장들을 만나 경선 연기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광재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우리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려면 경선 흥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경선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결선투표’ 겨냥 전략적 행보?

최근 들어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이광재 의원의 연대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이들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민주당의 대선후보자 선출 특별당규에 따르면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위 득표자와 차순위 득표자간에 결선투표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1강을 지키고 있는 이 지사가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할 경우 다른 주자들이 손을 잡아 2위 주자를 밀어 준다면 결선투표에서 판세가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대선 경선의 막판 최대 변수는 후보들 간 연대, 합종연횡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이들의 연대 움직임은 결선투표를 염두에 둔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광재 의원은 지난 21일 BBS 라디오에서 “6명의 후보가 경선을 하니까 1위 후보가 50%를 넘기는 쉽지 않다고 봐야 되겠죠”라며 “그것이 우리가 마치 스포츠 경기의 9회말 경기 같은 것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결선투표’ 노림수는 대세론 형성 못한 이재명이 원인?

이들의 결선투표를 겨냥한 노림수는 이재명 지사가 대세론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현재 지지율 2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이 지사의 본선 경쟁력에 의문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1~22일 실시한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32.3%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선두를 달렸다. 2위와 3위를 각각 차지한 이재명 지사는 22.8%, 이낙연 전 대표는 8.4%였다. 뒤이어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4.1%,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3.9%, 최재형 감사원장 3.6%, 오세훈 서울시장 3.2%, 정세균 전 총리·유승민 전 의원 3.0%,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2.6% 순이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 홈페이지 참조)

김두관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에서 “우리당 후보를 뽑는 것은 상대 당 후보,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할 수 있는 본선 경쟁력, 이런 걸 보는 것”이라며 “이재명 지사의 본선 경쟁력이 확실하다. 그리고 차기 국정을 맡았을 때 누구보다도 국정을 잘할 수 있다라는 확신이 섰으면 저도 이재명 지사 줄에 서죠”라고 강조했다. 

대선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된 후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변동 추이에 따라 후보들간의 연대, 합종연횡 움직임이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이광재 의원에서 그치지 않고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들 3인과 비슷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김두관 의원도 연대에 참여할 수도 있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최근 YTN에서 일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박용진 의원의 지지율 상승 흐름을 주목하며 “결선투표도 있기 때문에 만약에 박용진 의원이 계속해서 조금씩 조금씩 올라가서 2위 자리를 탈환할 경우에는 이재명, 박용진 양강 구도가 형성이 된다”며 “그러면 엄청난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한다”고 밝혔다. 

‘반이재명’ 전선으로의 연대, 합종연횡이 아니라 결선투표에서 이재명 지사를 중심으로 후보들이 뭉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대선주자 측 관계자는 “우리는 정세균 전 총리와도 가깝고 이재명 지사에게도 거부감이 없다”면서 “예비경선에서 탈락할 경우 상황에 맞게 다른 후보를 도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 측은 ‘반이재명’ 연대 움직임은 경선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재명 지사의 전국 조직 ‘민주평화광장’의 공동대표인 조정식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재명 지사가 현재는 선두주자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다른 주자들의 집중 견제가 있을 거라고 본다”며 “또 당내 주자들이 많지 않나. 그러다 보니까 경선 과정에서 이런 저런 합종연횡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이 부분들을 편가르기다, 이렇기 보다는 경선에서 하나의 과정이다, 이렇게 본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