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웅할거’ 대선 정국 속 여의도 97세대 與野 ‘플랜B’ 급부상

왼쪽부터 박용진 민주당 의원, 김세연 전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왼쪽부터 박용진 민주당 의원, 김세연 전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 PK 김세연, ‘유승민계’ 색채 털어 내고 정계 재등판? 
- ‘빅3’ 재편 박용진, 윤석열·이재명 공세로 체급 키워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로 시작된 ‘이준석 돌풍’의 여운이 여의도에 드리워 있다. 불혹을 채 넘기지 않은 36세 청년이 ‘보수 진영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제1야당의 지휘봉을 잡은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이자 정치사에서 파격 그 자체다. 뿌리 깊은 진영논리와 구태 정치공학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의 정치쇄신 요구와 시대정신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맹목적 사상·이념과 당리당략에 매몰된 기성 정치로는 국가 비전과 민생 현안에 대한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이에 최근 여야 정치권에선 세대교체 바람의 바통을 이어받을 새로운 인물들이 재조명된다.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51)과 야권 대선 ‘플랜 B’로 지목되는 김세연 전 국민의힘 의원(50)이 대표적이다. 97세대(1990년대 학번·1970년대생), 소장파, 소신 발언, 대권 후보라는 교집합을 이룬 정치권 신진그룹 핵심 멤버들을 조명해 봤다.

MZ세대 돌풍에 이어 여야 97세대 잠룡들이 내년 대선판을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금의 대선 판도는 ‘절대강자’의 부재 속 여야 후보들이 난립한 가운데, 공정·혁신 시대정신에 부합한 새 인물이 요구되는 추세다.

더욱이 2030과 중도층의 캐스팅 보트 지분이 늘어나면서, 정당과 진영 논리만 앞세워선 대권주자로서 상품가치를 높일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여야 소신파를 대변하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과 김세진 전 국민의힘 의원은 현 대선 지형에서 잠재력이 높은 대선 후보군으로 꼽힌다.     

‘군웅할거’ 대선 지형도  

차기 대선을 10개월가량 앞둔 정치권에선 여야 모두 앵커주자 기근현상에 ‘대선불펜’ 혼전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야권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범보수 단일대오’를 형성할 기대주로 꼽히고 있지만, 국민의힘 입당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내부 불안이 엄존한다. 국민의힘에선 “윤석열만 믿고 갈 수 없다”는 대안론과 “당내 후보들을 키워야 한다”는 자강론의 시각이 혼재된 가운데, 혹여 윤 전 총장이 여당의 집중 공세 등으로 강판되더라도 ‘플랜 B’를 통해 대선 정국을 정면 돌파한다는 기류가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우선 지난 25일 국민의힘으로 복당한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야권 1.5군으로 꼽힌다. 다만 이들 후보는 대선 지지율이 좀처럼 박스권을 극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역동성을 과시할 만한 계기가 절실하다. 여기에 야권 대선 잠룡으로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세연 전 국민의힘 의원 등도 꾸준히 거론된다.

여권도 군웅할거 구도가 지속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지율상 1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당내 주류 계파인 친문(親文)의 비토 정서가 강한 데다 급진주의적 어젠다인 ‘기본 시리즈’가 여야 경쟁 후보들의 집중 공세를 받으며 부상이 누적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4.7 재보선 치명상에 부침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고, ‘경제대통령’을 자처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낮은 지명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안한 ‘빅3’ 삼각편대의 뒤를 이광재·김두관·박용진 민주당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양승조(충남)·최문순(강원) 지사가 받치고 있다.             
 
빅3 재편한 박용진, ‘정치 대파란’ 예고  

여야 잠룡들 중에서 처음으로 차기 대권 출마를 선언한 2선 박용진 의원은 대선 출마선언식에서 “김대중의 40대 기수론 이후 두 번째 정치혁명, 노무현 돌풍 이후 두 번째 한국 정치의 대파란을 약속한다”며 대차게 출사표를 던졌다.

올 초만 해도 지지율 0.3%에 그쳤던 박 의원은 최근 정세균 전 총리를 제치고 ‘빅3’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추미애 전 장관의 대선 합류로 현재 여권 후보 탑3 궤도에선 밀려난 상황이지만, 대선출마 컨벤션 효과를 감안하면 지지율은 다시 뒤집힐 전망이다.

집권당 소속인 박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일자리 정책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 등 소신파로도 잘 알려져 있다. 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내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까지 투기꾼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라며 비판을 하는가 하면, 당내에서 성역화된 조국 사태와 관련해서도 “당의 ‘내로남불’ 스탠스를 정리하고 가야 한다”고 단호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거쳐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으로 합류한 그는 당내에서 특정 계파에 소속되지 않고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 대선주자 빅3 구도를 재편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면서 민주당 세대교체 핵심 기수로 지목된다.

박 의원이 이렇듯 대선 존재감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이준석 효과’와 더불어 여야 유력 대선 후보들에 대한 견제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지난 24일 박 의원은 ‘윤석열 X파일’ 논란과 관련, “사실 그 책임은 윤 전 총장의 ‘윤차차’로 보이는, 이도 저도 아닌 행보 때문에 더 불거진 것 아니냐”라고 윤 전 총장을 직격했다. 이 지사와는 증세형 기본소득 정책을 두고 대치하기도 했다.

다만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박 의원의 ‘새바람’이 당내 경선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박 의원의 역할은 빅3 구도의 재편이 한계라는 관측도 나온다.

野 소장파 김세연, 이준석 돌풍 바통 넘겨받나 

4.7 재보선 정국에서 서울·부산 시장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김세연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권에서 새롭게 야권 대선 후보로 재조명되는 인물이다. 보수 진영에서 소장파로 분류되는 그는 개혁적 성향으로 ‘이준석 돌풍’의 아성을 이을 잠룡으로도 거론된다.

박용진 의원과 함께 여의도 97세대를 대표하는 김 전 의원은 부산에서 3선 중진으로 의정 경험과 지명도를 쌓았다. 특히 기업인 출신으로 경제 전문성을 갖췄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생명력을 잃은 좀비정당’이라 규정, “해체돼야 할 정당”이라는 강도 높은 소신 발언을 남기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했던 김 전 의원은 사실상 4선이 확실한 상황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침체된 당의 전면 쇄신을 외치고 물러났다. 총선 불출마로 의원 경력은 단절됐으나, ‘책임 정치’라는 타이틀과 함께 차세대형 리더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유승민 전 의원과 친분을 유지하며 유승민계로 편입됐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을 탈당, 유 전 의원의 바른정당을 거쳐 범보수 빅텐트를 명분으로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했다.

‘우파형 기본소득 모델’을 제시했던 그는 최근 기본소득 어젠다를 두고 SNS를 통해 이 지사를 연일 비판하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김 전 의원과 각별한 한 3선 야당 의원은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요즘 당 안팎에서 김동연 부총리, 최재형 감사원장과 더불어 김 전 의원도 종종 거론된다”면서 “대선 출마에 대해선 고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만일 대권 행보를 시작하게 되면 과거 ‘유승민계’와 같은 계파색은 털고 자신만의 정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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