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여권의 세력 판도가 재편되는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95일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키로 했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910일까지 결선투표를 실시해 최종 후보자를 결정할 방침이다. 9월초가 되면 민주당의 권력 구조는 재편된다. 비주류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선후보로 선출된다면 여권은 미래 세력인 이 지사 중심으로 힘이 쏠릴 수밖에 없다. 반면 친문 성향의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된다면 친문 세력은 계속해서 여권 내 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 친문 핵심 세력은 운명의 날을 두 달여 남겨 두고 권력 쟁탈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막판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집무실 앞에서 공동협력을 위한 정책협약 체결을 위해 도청을 방문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손을 잡고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2021.06.17. 뉴시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집무실 앞에서 공동협력을 위한 정책협약 체결을 위해 도청을 방문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손을 잡고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2021.06.17. 뉴시스

-이재명 손잡나’ ‘결선서 뒤집나갈림길일부 친문 분화
이재명 과반 득표저지, ‘이재명 대세굳히면 전략적 제휴 시도

여권의 친문 주류 세력의 속내는 요즘 초조하다. 이들은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연기를 밀어붙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친문 핵심 세력과 범친문 성향의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등은 코로나19 상황과 경선 흥행 등을 이유로 그동안 경선을 연기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송영길 대표 체제는 지난달 25일 경선을 연기하지 않고 당헌·당규대로 대선 180일 전까지 후보를 선출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대선후보가 누가 될 것인지는 이르면 95, 결선투표까지 간다면 910일까지는 판가름 나게 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1강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선을 연기해 반전의 기회를 모색해 보려고 했던 친문 핵심 세력의 계산이 엇나간 것이다.

친문 핵심 세력은 그동안 끊임없이 친문 적자대선후보를 찾아왔다.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친문 세력은 제3후보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3후보로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세균 전 총리, 이광재·김두관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거론됐다.

적자찾기 갈망하며 헤매던 친문, 갈림길에...

친문 세력은 친문 적자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일명 드루킹 사건에 연루된 김 지사는 지난해 11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러나 친문은 올해 상반기 대법원 판결이 조기에 이뤄지고 김 지사가 무죄 취지 판단을 받는다면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기대를 끝까지 버리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친문 세력 일각에서 예비후보 등록 마감 전까지 김 지사의 출마를 타진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김 지사의 대선 출마는 이뤄지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추미애·이광재·이재명·정세균·이낙연·박용진·양승조·최문순·김두관(기호순) 후보까지, 9명의 주자가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 가운데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광재김두관 의원이 범친문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이들의 지지율이 낮다는 점이다.

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가 여론조사업체 PNR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9일 전국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범여권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이재명 지사(33.3%)가 선두를 달렸다.

뒤이어 이낙연 전 대표(13.6%), 추미애 전 장관(6.1%), 정세균 전 총리(5.5%), 박용진 의원(5.3%), 최문순 강원지사(2.1%), 이광재 의원(1.9%), 양승조 충남지사(1.5%), 김두관 의원(1.4%)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정세균 전 총리와 이낙연, 이광재 의원이 서울 여의도 서울마리나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도심공항, 어떻해 할것인가?' 관련 토론회에 참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6.22.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정세균 전 총리와 이낙연, 이광재 의원이 서울 여의도 서울마리나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도심공항, 어떻해 할것인가?' 관련 토론회에 참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6.22. 뉴시스

이처럼 범친문 후보들이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면서 친문 세력도 개인적 친소 관계에 따라 분화되고 있다. 부산 친문 핵심인 최인호 의원,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윤영찬·정태호 의원 등은 이낙연 전 대표를 돕고 있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한병도·신영대 의원 등은 정세균 전 총리와 함께 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민형배 의원은 일찌감치 이재명 지사 지지를 공개 선언한 바 있고, ‘친조국성향으로 강성 친문이라는 평가를 받던 김남국 의원도 이 지사 캠프에 합류했다.

친노·친문의 좌장인 이해찬 전 대표는 이 지사에게 계속 힘을 실어주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경기도가 주최한 ‘2021 비무장지대(DMZ) 포럼에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친노·친문 진영의 전현직 외교안보인사들과 함께 등장했다. 또 최근 출범한 이재명 지사의 전국적 지지 모임인 민주평화광장은 이 전 대표의 연구재단 광장의 이름과 조직을 물려받았다.

이해찬 전 대표는 송영길 대표가 경선 연기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을 때 경선을 연기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달 25일 기자들과 만나 6명의 상임고문에게 전화로 경선 연기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고 전한 뒤 이해찬 전 대표가 원칙대로 가는 게 맞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가장 중심적인 분이 이 당헌·당규를 통과시킨 이해찬 전 대표인데 이런 일이 발생할 줄 알고, 논쟁이 없도록 1년 전에 미리 특별당규를 만든 것이라고 말씀을 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해찬 전 대표가 대선 180일 전 후보 선출조항에 대해 당시 이재명 지사의 존재감이 별로 없었고 이낙연 전 대표의 대세론 상황일 때 각 캠프에 회람해 만든 안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친문 핵심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친문 제3후보 옹립 따위 전망은 웃기는 얘기다이해찬 전 총리는 당의 원로고 대선배다. 당 안팎에서 자꾸 이재명 지사를 배제한 친문 제3후보론따위 얘기가 나오고 하니까 조금 더 전략적 배려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이재명 배제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친문 핵심으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지사는 최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지사에 대해 큰 틀에서 민주당의 친문 세력이고 문재인 정부와 궤를 같이하는 과정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지사도 친문이니 대선 가도에서 같이 갈 수도 있나라는 질문에는 다른 후보들과도 여러 인연이 있다광역단체장 입장에서 권역별 균형발전이라든지, 궤를 같이하는 정책들을 추진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분들은 다 함께 할 수 있다면서 즉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친문의 분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엉이 모임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친문 주류의 이 지사에 대한 비토는 강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친문 핵심 세력이 이 지사에 대한 의구심을 털어내고 그와 손을 잡을 것인지, 아니면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줄 범친문 성향의 후보를 밀 것이지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친문 결선투표서 뒤집기?’

친문 후보 부재시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뉴시스
친문 후보 부재시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뉴시스

일단 친문은 결선투표를 반전의 기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가 본경선에서 과반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결선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결선투표에서 친문 핵심 세력은 2위 후보를 중심으로 힘을 몰아주면서 반전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서는 정세균 전 총리와 이광재 의원의 단일화 합의가 ()이재명단일화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도 후보단일화 동참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최근 KBS ‘사사건건에 출연해 “(판세) 변화는 가능하다친문 단일화, 이재명 후보 빼놓고는 나머지 친문, 이낙연 또 나아가서 정세균, 이광재 등 포함해서 이분들이 과연 막판에 단일화를 이루어낼 수 있느냐, 이번에는 그게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그게 만약에 이루어진다고 한다면 굉장한 폭발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며 두 번째는 문심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어디 있나. 두 가지가 중요한 요소로 작동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정권교체보다 정권재창출이 더 나은 가치라고 생각하는 친문은 떨어져 나갈 것이라며 이 지사가 본경선에서 과반을 넘겨 압도적으로 이겨버린다면 친문 세력이 아무리 강해도 대세를 뒤엎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경선 과정에서 2등 유력 주자가 부상하면 친문이 그쪽으로 힘을 모으지 않을까 한다“2등을 중심으로 결선투표에서 뒤엎겠다는 생각이 작용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1일 프레스데이 행사 처음 만나는 국민, 독한 기자들국민면접 뒤 기자들과 만나 강성 친문 당원들의 반감에 대해 단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 당이 아니라 조직이다권리당원분들 중에 일부 반감이나 네거티브를 하는 분도 있기는 하지만 저는 80만명 전체 권리당원의 극히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리당원 대부분은 정권 재창출과 민주정부의 승계를 바라고 있다면서 끊임없이 설명 드리고 차이를 극복해 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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