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ㆍLG전자 가전 공장 라인 줄여...대안 찾아 발 동동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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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동남아시아에서 퍼지는 악재들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걷잡들 수 없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락다운(움직임·행동에 대한 제재)연장 등으로 연쇄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물류 길이 막히거나 비용이 치솟으면서 비용 부담도 심각하다. 또 이들 국가에 공장이 몰린 반도체를 비롯해 의류 등의 제조 및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하반기 경영 구상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및 가전제품 베트남 공장...생산라인 축소
LG전자, 인니 및 베트남 공장 가동 중단 우려...하반기 생산 차질

베트남이 이달 들어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도시 봉쇄(락다운)를 시행 중이다. 호찌민시는 일일 코로나 확진자가 3000명을 넘어서자 지난달 23일부터 정부 인사나 물류 인력을 제외한 시민들의 이동을 24시간 통제하는 강력한 봉쇄정책을 단행했다.
말레이시아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인구 3200만 명의 말레이시아는 누적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60만 명을 넘어섰다. 누적 사망자 수는 1만5000명에 달하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올해 여름에 사망했다.
인도네시아 또한 신규 확진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24일 인도네시아 보건부에 따르면 전날 신규 확진자는 1만5308명으로 지난달 21일 1만4536명에 이어 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의 확진자 급증세는 최대 명절 르바란(이둘피트리) 여파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인도네시아 보건부는 코로나19 환자 샘플 2242건을 대상으로 총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211건(9.41%)이 전염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였다고 발표했다. 160건은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델타 변이’, 45건은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알파 변이’, 6건은 남아공에서 발견된 ‘베타 변이’로 분류됐다.

- 공급망 혼란 현상 현실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발 공급망 혼란 현상은 현실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 호치민 공장의 경우 가동이 중단되면서 하루 손실액만 17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공장이 있는 박닌성 상황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닌성 공장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글로벌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담당하는 생산기지다. 베트남 생산기지에 문제가 생긴다면 갤럭시Z폴드3와 플립3 사전예약 흥행으로 모처럼 달궈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공장 가동을 정상화하더라도 현지에 동반 진출한 공장에서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4분기 가전 성수기 판매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는 "동남아 코로나로 삼성(이) 생산 차질 영향도 있었다"라고 분석했다. 자동차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센서를 생산하는 말레이시아 글로브트로닉스테크놀로지는 3명의 근로자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자 수일간 공장 2곳 가동을 중단했는데, 이로 인해 제품 출하를 정상화하는 데 약 4주가 걸렸다.

포드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와 독일 쾰른 공장 가동을 일주일간 중단했고, 일본 도요타는 내달까지 글로벌 생산 목표를 당초 예상 대비 40% 낮춰 잡았고,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하반기 북미에서만 10만 대를 감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소비자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신차 구매를 위해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라며 "속내를 알고 보니 차량 제조사의 문제가 아니라 반도체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조립이 어렵다"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에 들어가는 제어장치 반도체의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제조업계에 도미노식 파급이 이어지는 셈이다. 

이외에도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의 락다운 연장에, 물류 길이 막히거나 비용이 치솟아 수출 기업들이 애로사항을 내놓고 있다. 베트남 북부 하이퐁에 전자ㆍ디스플레이ㆍ이노텍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LG그룹 전자계열사들의 경우 당장 이렇다 할 만한 타격은 없지만 언제든지 셧다운될 가능성이 있어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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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 동남아 델타 변이 확산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 요건이 타이트해졌다. 실제 차량 수요는 견조해 백오더가 쌓이는 가운데 재고가 소진되며 정상 영업이 어려운 환경이다. 현대/기아의 합산 국내 점유율은 86.6%(-0.9%p)를 기록해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차량 공급 여건에 따라 모델 별 판매량은 크게 요동쳤다. 현대차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가 차종(그랜저, 제네시스) 생산 차질이 심화됐다. 전기차 생산은 E-GMP 모델 생산 정상화로 양사 모두 내연기관 대비 차질이 적었다.

이진명 책임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경우 타이탄 영업이익은 동남아 락다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1199억원(-10%)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 공급 불활실성 내년까지도 우려

한편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다 해도 당분간은 국내외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일각에서는 공급 불확실성이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또한 국내 물량의 직접 생산 외에도 이를 지원하는 업종에서도 델타변이로 인한 업무 중단이 이어지면서 그 여파는 계속 이어지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가 델타변이 확산을 잡기 위한 노력에 분주할 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 조차도 업무 차질을 최소화 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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