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 ‘文정부 마지막 국감’... ‘대장동’ vs ‘고발 사주’ 신경전

국회가 여야 후보들의 초대형 의혹으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뉴시스]
국회가 여야 후보들의 초대형 의혹으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뉴시스]

- ‘의혹 당사자’ 이재명·윤석열, 국감장 등판 주목

[일요서울 l 정재호 기자] 국회 국정감사가(이하 국감) 지난 1일부터 3주간의 일정으로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마지막 국감이자 대선을 5개월 앞두고 열리는 이번 국감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고발 사주’ 의혹 등으로 여야가 정면충돌하는 모습이다.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얽힌 대형 이슈이다 보니 대선의 결과와 맞물릴 수 있는 만큼 사활을 걸고 임하는 것이다. 본지는 국감의 뜨거운 이슈인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의 쟁점을 알아봤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무분별한 정치 공세에 대비하며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윤 전 총장을 고발 사주 의혹의 중심으로 지목해 왔다. 

또한 민주당은 당내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둘러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역공을 벼르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토건 비리 세력과 손잡은 국민의힘 인사들이 핵심에 있다는 것이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의 50억 퇴직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여당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 공세에만 초점을 맞춰 국감을 치를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어려운 민생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윤호중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국감 종합상황실 현판식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완수하는 책임국감, 코로나19로부터 민생을 회복하는 포용국감, 국민의 삶을 위한 민생안전 평화국감이 되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종합상황실은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와 유동수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함께 진두지휘하며 대변인을 통해 매일 2차례에 걸쳐 국감 브리핑을 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선을 앞둔 만큼 국감을 통해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실정에 대해 전방위 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감 종합상황실을 24시간 체제로 운영하며 촌각을 다투는 국감 이슈에 대응하고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정무위 증인채택이 난항을 겪는 것과 관련해 “민주당이 국감 증인 채택을 막으며 국회를 ‘이재명 방탄국회’로 만들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도 이날 국감 상황실 현판식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최종 개혁 성적을 확인하는 국감”이라며 “불평등과 플랫폼 독점, 기후 위기, 부동산 투기 카르텔을 이번 국감의 핵심 의제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럼 이번 국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의 쟁점은 무엇일까.

이재명 경기지사 [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 [뉴시스]

대장동 의혹 “국민의힘 게이트” vs “이재명 게이트” 공방... 쟁점은

정치권을 들썩이게 하고 있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여야는 국감에서 서로 공격 수위를 높이며 올인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재명 경기지사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야당의 공세에 맞서 거친 표현을 쏟아내며 강공을 주도했다.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시장이었다. 

이 지사는 지난달 29일 “부동산 토건세력과 유착한 정치 집단은 명백하게 국민의힘”이라며 “(곽상도 의원 아들의) 50억 게임에 참여한 사람이 여럿인 것을 한참 전에 알고도 모른 척 국민을 속인 죄를 물어 봉고파직(封庫罷職)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기현 원내대표는 봉고파직에 더해 남극에 있는 섬에 위리안치(圍籬安置) 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 후보를 겨냥해 “추악한 가면을 확 찢어 놓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대장동 설계자를 자처하더니 마음이 급해졌나 보다”라고 꼬집었다.

여야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국민의힘 게이트’, ‘이재명 게이트’로 칭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하지만 여야를 비롯한 법조·언론계가 얽히고설킨 이번 사건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2015년에 진행된 판교 대장동 개발은 민관 공동개발로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에 진행된 사업이다. 사업 초기 시행을 위해 ‘성남의뜰’이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자산관리, 금융기관 등이 사업에 참여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쟁점은 화천대유라는 업체에 수천억 원의 배당수익이 돌아간 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 지사가 관여했는지 여부다. 화천대유 대주주로 밝혀진 기자 출신인 김만배 씨가 과거 이 지사를 인터뷰했기 때문에 의혹은 더 증폭됐다. 또 여야와 법조·언론계를 막론해 관련 인사와 자녀들까지 화천대유에 근무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은 확산됐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 책임을 맡았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딸과 곽상도 의원의 (전 국민의힘·현 무소속) 아들도 화천대유에 근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곽 의원의 아들은 산업재해 위로금 등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것이 추가로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샀다. 

화천대유 고문단엔 권순일 전 대법관과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등 법조계 유력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논란이 된 것은 권 전 대법관의 경우 지난해 7월 재직 당시 이 지사의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논란 등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 취지의 의견을 낸 부분이다.

권 전 대법관은 이 재판 결과가 나온 지 약 4개월 뒤 화천대유 고문을 지내며 월 1500만 원 정도의 고문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대법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친분이 있던 경제지 출신 법조 기자 김만배 씨(화천대유 실소유주)에게 부탁을 받고 퇴직 후 고문을 맡았다”며 “(이 회사가 관여한 사업이) 이 지사와 관련 있다는 건 몰랐다”고 해명했다.

강 전 지검장은 이 지사와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2018년 이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변호를 맡았다. 또 강 전 지검장은 남욱 변호사(화천대유 자회사 격인 천화동인 4호 대표)가 대장동 로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건에서 수사를 이끌었다. 남 변호사의 변호인은 박 전 특검과 천화동인 6호 대표인 조현성 변호사였다. 피고인과 변호사, 검사가 법률 고문으로 만난 것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은 이 지사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은 개발 사업의 구조와 민간 사업자를 선정하는 일을 이끌었다. 그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유 전 본부장은 사업 초기 기획부터 시행사 선정 등 핵심 역할을 수행했으며 함께 사업을 주도한 핵심 인물로 정민용 변호사가 있다. 정 변호사는 2014년 10월 전문계약직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해 전략사업실 투자사업팀장을 지냈으며 지난 2월 퇴사했다.

정 변호사는 남 변호사 소개로 공사에 입사했으며 서강대 선후배 사이다. 남 변호사는 대장동 의혹이 터진 후 미국으로 출국한 상황이다. 남 변호사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청년부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정 변호사도 2012~2013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서 비서관으로 근무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지사의 측근인 이화용 전 경기도 평화부시장이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으로 일한 이한성씨도 주목받고 있다. 그가 천화동인 1호 대표이기 때문이다. 이화영, 김만배, 이한성, 이성문(화천대유 전 대표) 씨는 성균관대 동문이다. 곽 의원도 성균관대 출신으로 이성문 씨와 남 변호사, 천화동인 5호 대표인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고액의 정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전 대표도 지난해 11월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미래통한국당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만든 위성정당이다.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신영수 전 의원은 대장동 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LH를 압박해 민영개발로 전환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 전 의원 동생은 대장동 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시스]

검찰, ‘고발 사주’ 공수처 이첩... 국감 쟁점으로 떠올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묻혀 잠잠했던 고발 사주 의혹도 국감에서 여야의 쟁점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여당은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고발 사주 의혹이 관련돼 있다는 점을 밝히려고 주력하는 모습이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쟁점은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검찰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고발장이 전달됐는 지 여부다. 

한 인터넷 매체가 제기한 의혹은 윤 전 총장 측이 미래통합당에 고발 사주를 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김웅 의원이 메신저를 통해 검찰 측 인물인 손준성 검사에게 받아 미래통합당에 넘긴 고발장 2건(4월 3일과 8일 각각 작성)이 결정적 증거라는 주장이다. 

윤 전 총장 측은 이 고발장들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고발장의 작성 시점을 따졌을 때 고발장에 담길 수 없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매체가 공개한 지난해 4월 고발장에는 최강욱 의원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당일 발언이 담겼다. 그리고 한동훈 검사장이 명예훼손 피해자로 등장한다. 윤 전 총장 측은 당일에 나온 여권 관계자들의 발언이 고발장에 담긴 것이 자연스럽지 않고 지난해 4월3일에는 한 검사장의 명예훼손 피해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 등이 조작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선 반론은 지난해 4월2일 한 라디오 매체에서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한 익명의 제보자를 인터뷰했을 당시 한동훈 검사장·윤석열 최측근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여러 번 노출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 의원과 유 이사장의 발언을 고발장에 담는 건 불가능하진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제보자에 대해서도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8일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기자회견에서 “그 사람 신상에 대해 과거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했는지 여의도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고 저도 안다”며 “이런 사람이 공익제보자가 된다면 그게 공익제보의 취지에 맞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해당 인터넷 매체 발행인은 다음 날 한 라디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제보자 신원을)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분이 공익신고자인 것은 맞다”고 강조했다. 

김웅 의원이 지난해 4월7일 메신저를 통해 받은 최강욱 의원 고발장이 미래통합당에 전달됐는지, 그래서 8월 고발장 작성에 이용됐는지 역시 중대 쟁점이다. 

4월과 8월 고발장은 범죄 사실 부분이 거의 유사한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8월 고발장을 작성한 조상규 변호사는 “제가 당에서 받은 내용은 KBS가 보도한 김웅 의원이 전달했다는 초안이 아니다”며 “보도 내용에서 얼핏 보이는 부분만 보더라도 편집 형태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미래통합당 법률지원단장이었던 정점식 의원이 8월 고발장의 참고자료로 사용된 문건을 당에 전달했다는 의혹도 지난달 9일 새롭게 제기됐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30일 윤 전 총장 시절 대검에서 근무한 현직 검사의 관여 정황을 확인하고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넘겼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번 국감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이 여야의 핵심 쟁점으로 굳어지고 있다. 또 공수처, 검찰, 경찰의 수사 여하에 따라 새로운 사안들이 정쟁의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의혹 당사자인 이재명 지사와 윤 전 총장의 국감장 등판 가능성도 주목된다. 내년 대선을 얼마 앞두지 않은 가운데 열린 국감에서 여야 유력 대선주자가 얽혔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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