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비리사건인 성남시 ‘대장동 특혜 의혹’은 제기된 것만으로도 ‘권력형 게이트’ 요소를 다 갖췄다. 국민의 허탈감과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시장, 국회의원, 대법관, 검찰총장, 특검까지 연루돼 입법·사법·행정부가 모두 ‘범죄 공동체’가 되었다. ‘판사와 검사의 나라’에서 전관예우가 판치고 법조 윤리가 바닥을 드러낸 참담한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서원을 공범 관계로 날조하기 위해 ‘묵시적 청탁’과 ‘경제 공동체’라는 조작개념을 도출해서 뇌물죄 등으로 30년을 구형한 박영수 특별검사. 그의 사표가 지난 7월 8일 수리됐다. 가짜 수산업자 김 모 씨에게 현직 검사를 소개시켜 주고, ‘포르쉐’ 렌터카 차량을 제공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은 도덕적, 법률적으로 공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박 전 특검은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이어 대장동 특혜 사건까지 잇단 부적절한 처신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본인은 물론 딸과 아들, 인척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장동 특혜 사건에 연루돼 있다. 화천대유의 자회사인 천화동인 1∼7호 중 2명은 박 전 특검이 대표변호사를 지낸 적이 있는 법무법인 강남 소속 변호사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주체인 화천대유의 이성문 대표가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에게 한 달에 1500만원, 고문료로 (환산하면) 2억원 정도 줬다.”고 말했다.

분양대행업체 선정에도 박 전 특검의 이름이 또다시 등장하고 있다. 박 전 특검의 인척 이 모 씨가 운영하는 분양대행업체가 화천대유가 직접 시행한 5개 블록의 분양대행을 독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서 100억원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실제 박 전 특검은 이 씨가 운영하는 다른 회사의 사외이사를 지낸 적이 있고, 박 전 특검의 아들도 이 씨가 운영하는 또 다른 회사에서 근무했다.

박 전 특검이 국정농단 특검으로 근무한 2016년 12월부터 올해 7월 사이에 대장동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됐고,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은 7000억 원대의 수익을 올렸다. 일확천금(一攫千金)을 번 ‘돈 잔치’가 점입가경이다.

박 전 특검은 2016년 4∼11월 화천대유의 상임고문을 지냈고,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딸은 화천대유에서 근무했고, 지난 6월 회사가 보유 중이던 시세 15억원 짜리 대장동 아파트(84㎡)를 7억원 수준으로 분양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8억원의 시세차익을 본 셈이다.

사직당국은 박 특검의 딸이 아파트를 분양받는 과정에서 불법이 없었는지 수사해야 하며, 박 전 특검에게 준 뇌물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사건을 어물쩍 넘기면 “이 나라에 공정과 정의가 있는가”라는 분노의 외침은 커져갈 것이다.

박 전 특검의 딸 역시 곽상도 의원의 아들처럼 화천대유에서 거액의 퇴직금을 약속받았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서민들은 집 한 채를 사기 위해 빚으로 ‘영끌’까지 하는 실정인데, ‘아빠 찬스’를 누리지 못하는 대다수 청춘들은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박 전 특검에 대한 법조계의 단적인 평가가 ‘화려한 비상 그리고 끝 모를 추락’이다. 마치 ‘정의의 화신’인양 행세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했던 자에게 하늘은 ‘인과응보’라는 후과(後果)를 내리는 것은 아닌가. 박 전 특검이 이룬 일생의 대업(大業, 박근혜 대통령 구속)이 국민 원망의 ‘업보(業報)’ 앞에서 무너지는 형국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현재 나타난 정황만 보더라도 박 전 특검이 얼마나 부패한 인사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이런 자에게 한 국가의 대통령이 뇌물죄로 엮여 구속된 현실이 역사의 아이러니다. 그래서 ‘역사의 신은 살아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문재인 정부의 간판 슬로건인 ‘공정과 정의’는 이미 형해화(形骸化) 되었다. 박 전 특검은 “고문료 외의 돈을 받은 적 없다”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신속하고 엄정하게 박 전 특검의 수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푹 썩은 박 특검’을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이 공감할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과 함께 특검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대한변협이 “특별검사 외에는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성명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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