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2030 청년 조합원 “오는 20일 총파업 때 청년 노동자들 위한 양질, 안전한 일자리 보장 요구할 것”

10일 오후 청년 일자리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이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렸다. / 민주노총 제공
10일 오후 청년 일자리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이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렸다. / 민주노총 제공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에서 숨진 고(故) 김00 님, 2017년 제주도 생수 공장 컨베이어벨트에서 현장실습 노동 중 숨진 고(故) 이민호 님,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서 숨진 고(故) 김용균 님, 2021년 평택항 지게차에 숨진 고(故) 이선호 님, 지난 달 27일 인천 송도 아파트 외벽 청소하다 숨진 20대 청년 노동자, 지난 6일 요트 바닥 따개비 청소를 하다 숨진 17살 현장실습생 고(故) 홍정운 님 등 수많은 청년 노동자들의 죽음이 이들의 처지를 말해주고 있다.”

청년 노동자들이 일하다 사망하는 사건이 지속 발생하면서 민주노총 2030 청년 조합원들은 오는 20일 청년 노동자가 주체가 돼 안전한 양질의 일자리 보장을 요구하는 총파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1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정적인 양질의 청년 일자리 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할 것을 결의한다”며 이 같은 사례를 나열했다. 

이날 금속노조·건설노조·전국특성화고노조·공무원노조 등 다양한 분야의 청년 노동자들이 참석해 현장 실태를 설명했다. 최서현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위원장은 “여수에서 현장 실습을 하다 목숨을 잃은 특성화고 학생은 잠수 관련 자격증도 없었고 작업이 2인1조를 지켜서 해야 하는 고난도임에도 현장 지도교사도 없었다”며 “그의 죽음은 사고가 아니라 예견된 죽음”이라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나는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고 한 조합원의 말이 떠오른다. 고졸 청년들, 특성화고 학생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요구하지만 현실은 양질의 일자리 이전에 안전한 일자리부터 요구해야 할 판”이라며 “이들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비정규직 하청에 최저임금을 주는 곳이다. 그마저도 졸업하고 나면 나라도 학교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일자리, 양질의 일자리를 원한다”고 요구했다.

10일 오후 청년 일자리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이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렸다. / 민주노총 제공
10일 오후 청년 일자리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이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렸다. / 민주노총 제공

한국지엠 공장 내 2차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김태훈 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주말, 특근에 야간 잔업까지 뛰며 한 달에 4일만 쉬는 삶을 견뎌왔다”며 “잔업 특근을 뛰는 이유는 고용주 눈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년까지 보장받지 못하는 불안정한 노동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공장에는 청년 비정규직뿐 아니라 정규직인 기성세대도 잔업 특근을 죽어라 뛰고 있다. 사상 최악의 실업난으로 청년세대인 자녀들이 취업하지 못하니까 그들을 부양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모두가 높은 노동 강도를 견디며 장시간 노동을 하는데 일터 밖에서는 수많은 청년이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진다. 현장의 극심한 노동 강도를 완화해 더 많은 청년들이 일할 수 있도록 사회가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에서 5년째 임상병리사로 일하는 박지혜 보건의료노동조합 조합원은 “수도 없이 밀려드는 코로나 검사건수에 장비와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코로나19가 끝난 이후도 문제다. 현재 한국의 공공병원은 민간병원과 경쟁이 안 될 정도로 뒤처지고 있다”며 “청년 실업이 최고조에 이르러 앞이 막막한 오늘날 보선의료산업에서는 인력 충원이 혁신적으로 필요하다. 정부는 공공의료 강화와 확충을 통한 정의로운 전환으로 양질의 청년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환민 정보경제연맹 IT노동조합 위원장은 “최근 언론과 정치권은 청년에 관심이 많은 듯 보인다. 청년의 결혼, 내집바련, 정치적 의견들이 수시로 호출된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목적에 맞는 청년의 면면만 취사선택해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 뒤 “최근 IT업계에서 핫한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의 청년들을 두고 억대 연봉이라느니, 인생역전에 파란불이 켜졌다느니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들 사이에서는 ‘일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으며 이익은 승자가 독식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팽배하고, 대기업 공채를 준비할 수 있는 청년과 그렇지 못한 청년들의 격차는 커져가고 있다. 이런 출생 계급의 차이를 언론과 정치권이 무시하니 비주류 청년들은 사회에서 노동에서 산업에서 계속해서 소외돼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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