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민주정부 바라보는 청와대와 이재명의 ‘동상이몽’

이재명 경기지사(좌)와 문재인 대통령(우) [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좌)와 문재인 대통령(우) [뉴시스]

- 靑,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 이재명과의 관계 설정 압박
- ‘친문 비토, 대장동 리스크’에 이재명 끌어안기는 주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차기 권력구도 재편 흐름에 정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여당 대선후보 경선 결과를 예의 주시했던 청와대로선 ‘포스트 문재인’에 한 발짝 다가선 이 지사와의 관계 재정립이라는 지상과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비문(非文, 비문재인)’ 이 지사가 4기 민주정부 창출 기수로 낙점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다. 안정적 권력 승계를 바라보는 임기 말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와 반대로 이낙연 전 대표를 누르고 대세를 굳힌 이 지사도 청와대를 향한 제스처를 놓고 손익계산서를 따져보고 있다. 당장 청와대와 선을 긋기엔 문 대통령의 건재한 국정지지율과 골수 지지층의 반발이라는 충돌 지점이 눈에 밟힌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사이에 묘한 기류가 싹트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 간 관계 재정립은 4기 민주정부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대 분수령으로도 꼽힌다. 정권 재창출 숙원을 이루기 위해 합심하자며 진보진영 내에선 연일 ‘원팀’ 기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내부에 도사린 불안요소는 여전하다. 

특히 이 지사와 청와대 사이에 잔존하는 냉각 기류가 민주당의 적전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9대 대선 경선에서 이 지사와 문 대통령은 정책 검증과정에서 날 선 공방을 이어가며 대척점에 섰다. 당시 민주당 친문(親文)파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던 문 후보에게 이 지사가 정면으로 도전하는 구도가 지속되면서, 이 지사는 졸지에 ‘비문’, ‘민주당 아웃사이더’라는 주홍글씨를 떠안게 됐다. 이 지사는 당내 골수 지지층을 의식해 ‘당시 문 후보를 공격했던 것이 패착이자 업보’라며 소회를 종종 밝혀 왔지만, 여권 대선 후보로 입지를 굳힌 상황에서 청와대를 향한 이 지사의 제스처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미지수다.   

대선 최대 화두로 떠오른 ‘대장동 개발 특혜’ 뇌관을 품은 이 지사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심경도 복잡하다. 이 지사가 자칫 대장동 의혹의 복마전으로 실체가 드러날 경우, 문 정부가 부동산 비리의 중심부로 빨려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복잡한 속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 지사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선이 묘하다. 비(非)문재인계 인사인 이 지사가 대선판 주도권을 쥐고 있는 만큼, 문재인 정부가 차기 권력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순간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로선 당장 친문 비토 정서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리스크를 떠안은 이 지사에게 섣불리 손을 내밀기도 껄끄럽다. 양측의 정치적 이질감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몸체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은 포스트 문재인과의 관계 설정을 더욱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다.

이 지사는 지난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면서 친문 지지층과 긴장 관계를 형성해 왔다. 이 지사가 이번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앞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지원과 친문 인사 영입에 각별히 공을 들인 이유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문 대통령이 이 지사를 포용하고 이 지사도 현 정부와 최대한 대립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청와대로선 이 지사가 여전히 러닝메이트로서 마뜩잖은 게 사실이다. 

나아가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양 측의 앙금을 다시 부추기는 계기가 됐다. 민주당 경선에서 반(反)이재명 전선의 주축이었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다수 강성 유권자들은 당무위 결정으로 ‘무효표’ 사태가 일단락됐음에도 여전히 대장동 의혹에 휩싸인 이 지사의 자질을 운운하며 후보 사퇴와 결선 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선 이 지사가 후보로 선출된 이후 대장동 의혹의 본령으로 지명되며 급작스럽게 사퇴하는 등 ‘비상사태’에 대비해 이 전 대표가 선거대책위원회에 동참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상정하고 있다. 이렇듯 이 지사에 대한 친문 지지층의 격한 반응을 감안하면 청와대로선 이 지사와의 관계 설정이 불편한 상황이다.

대장동 의혹이 문재인 정부의 역린인 부동산 문제와 직결됐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대장동 의혹이 지자체와 정치·법조계 고위 인사들이 대거 연루된 부동산 비리인 만큼,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전모를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5일 청와대 참모들의 만류에도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낸 배경이기도 하다.

또한 청와대는 해당 의혹이 검·경 수사로 그 실체가 드러날 경우 부동산 실정(失政) 치부가 재차 부각되며 정권 교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이 대선 용광로 정국에서 ‘정치 중립’ 원칙을 견지하며 여야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자칫 대장동 의혹이 임기 말 국정 운영에 악재가 될 정도로 비화하게 되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정치적 압박은 불가피하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통해 사태 진화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낙연 전 대표의 최후 저항이 무산되는 등 이 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안착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대선 정국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의 대장동 의혹을 겨냥한 메시지가 당 내부에서조차 ‘이재명을 겨냥한 게 아니냐’라는 식으로 곡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도 입장 표명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출신인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본지와의 취재에서 “청와대로선 문 대통령과 친문 지지층에 우호적이었던 이낙연 전 대표에 비해 이 지사와의 관계 설정이 상대적으로 불편한 상황”이라면서 “이 지사를 견제하기 위해 섣불리 물밑 움직임을 전개하기보단 이 지사를 향해 유화적 스탠스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현재로선 ‘청와대 회동’이 양 측의 관계 재설정의 중대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지난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선주자가 청와대에서 회동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 지사의) 요청이 있다면 관계 진전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천명한 민주당 대선 후보의 손익계산서는

대통령 후보 직 수락연설에서 ‘이재명 정부’를 천명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 경기지사가 문재인 정부와의 선 긋기를 시도할 지 여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말에도 레임덕 우려가 무색할 정도의 40%대 국정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여전히 문 정부를 바라보는 친문·친여 콘크리트 지지층의 결집력이 건재하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이 지사는 지난 주말 민주당 경선 2차 슈퍼위크에서 과반수 득표에 성공하며 대선 본선 직행이 확정되자 당장 ‘4기 민주정부’를 언급하면서도 ‘이재명 정부 창출’을 동시에 강조했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동지들이 계셔서 민주당이 더 커지고 단단해졌다”면서 “4기 민주정부, 이재명 정부 창출의 동지로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선 민주당 내 ‘비문(非文)’ 인사로 통했던 이 지사가 이번 대통령 후보 선출을 계기로 대세를 거머쥠에 따라, 현 정권과 거리두기를 하면서 당내 대대적 권력 구도 재편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 문 정부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정권 교체’ 여론이 비등한 만큼, 보수·중도 유권자를 포섭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야권 대선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무려 52%를 기록했다. 

이렇듯 득표율 ±5%포인트의 여야 초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내년 대선판에서 이 지사가 승리를 담보하기 위해선 ‘민주당 원팀’ 기조를 부각시키며 내실을 다지는 한편, 문 정부의 색채를 배제한 ‘이재명 정부’를 앞세워 진영 밖 표심까지 끌어안아야 한다.

실제로 이 지사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선별·보편 지급안을 놓고 당정과 수 차례 갈등을 빚었다. 나아가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현 정부 집권 시기인 지난 2018년부터 부동산 시세가 폭등했다며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제기한 바도 있다. 

정가에서 여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 지사가 이재명표 신(新) 부동산 정책 등 ‘이재명노믹스’로 문 정부와의 차별화 시나리오를 본격 가동할 것이라는 분석이 돌출되는 이유다.

이재명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대선 본선에서 계속해 (민주당) 정권 재창출을 강조하는 것은 전략적으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라며 “‘이재명 정부’를 통한 시대·정치 교체를 적극 강조해 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대선 후보로 각인시킬 대선 전략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40%대로 견고한 상황에서 이 지사가 현 정부와 섣불리 선 긋기에 나설 경우 대선 본선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시각도 엄존한다.

여전히 여당 일각에선 ‘이재명은 안 된다’라는 강성 친문계의 비토 정서가 강건하고, 경선 라이벌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그 지지 세력이 이 지사의 본선 직행을 거부하며 결선투표를 요구하는 등 저항이 거센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 지사가 청와대와 거리를 두게 되면 민주당 골수 지지층을 자극하며 되려 내부 결집력이 와해되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취재에서 “현재로선 이낙연 전 대표 측의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이 지사로선 정권 교체 여론이 드세다 보니 대선 본선에서의 외연 확장 카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당장 청와대와 손절하는 제스처를 보인다면 집토끼를 대거 잃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 지사로선 민주정부 계승이라는 대전제와 현 정권과의 차별화 포인트를 적절히 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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