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부사장 승진 이후 4년 만에 고속 승진 주목
- 정기선 남은 과제는 지분 확보… 실탄 마련이 변수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재계 서열 9위인 현대중공업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화했다.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지난 12일 사장단 인사에서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와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2017년 부사장 승진 이후 4년 만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그룹 전체의 지주사이고, 한국조선해양은 핵심인 조선 부문의 중간 지주사다.

- 정몽준 장남, 39세에 지주 사장으로 승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이사장의 아들인 정 신임 사장은 1982년생으로 연세대와 미국 스탠퍼드대를 나와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회사에 들어왔다. 이후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을 거쳤다.

[일요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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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 신사업을 주도해 왔다. 앞으로도 수소 사업에 무게를 두고 경영 전반을 챙길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9월에는 ‘한국판 수소위원회’ 출범에도 앞장서며 그룹의 수소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재계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현대중공업그룹이 오너 3세 경영으로 전환되는 수순이다"라고 해석하고 있다.

현재 그룹의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은 정몽준 이사장과 장남인 정 사장이 현재 각각 26.6%, 5.26%를 보유 중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계열사는 총 32곳에 달한다.

아울러 최근 현대중공업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정 사장 승계 작업을 위한 초석은 다졌다는 평가다.

뒤이어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도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현대삼호중공업·현대로보틱스 등 주요 계열사들도 연이어 상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정 신임 사장이 그룹 전체 지주사와 중간 지주사의 대표를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라며 "전문 경영인인 권오갑 회장이 조선·건설기계 등 기존 사업을 맡고, 정 신임 사장은 수소·AI 등 신사업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밝혔다.

- ‘마지막 승계 퍼즐 조각’ 맞춰지나

다만 일각에서는 정 사장이 부친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지분을 증여 또는 상속받기 위해선 1조 원에 가까운 재원이 필요한 만큼 실탄 마련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30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선 최고 세율인 50%가 적용되고, 대주주 경영권 포함한 주식에 대해선 60%까지 과세한다. 만약 당장 정 사장이 부친의 지분을 증여받는다면 지분 가치 60%에 달하는 8400억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향후 상속으로 주식을 물려받으면 상속일 전후 2개월 평균 주가로 지분 가치가 산출되기 때문에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비교적 어린 나이에 재계 서열 8위인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른 만큼 ‘아직 경험이 부족한 것 아니냐’라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정 이사장의 아직은 건재한 상태라 정 신임 사장의 승계 작업 완수까지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많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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