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법> 61조제1항은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위 법률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2(국정감사)매년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국정감사를 시작하여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감사를 실시한다고 정해 두었습니다.

우리나라 국정감사 제도는 국정전반에 대하여, 본회의 기간 중에 30일 이내 실시가 요지입니다. 이런 형식의 제도는 외국에 없는 우리나라만의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국정감사 제도와 같이 대상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형식의 제도는 외국의회 제도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의 경우 의회의 국정에 대한 조사 권한이 분야별로 다른 기관으로 분산(입법조사는 왕립조사위원회, 선거조사는 선거재판소, 정치조사는 조사재판소로 각각 실질적 권한이 이양)되어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집권당을 통제하기 위한 야당 또는 소수자의 권한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등의 다른 나라들도 대체로 특정사안에 대해 상시적으로 의회의 조사 권한을 인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나라 국정감사 제도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비효율이 너무 심하고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국정감사 각 일정별로 하루에 한 의원이 질문할 수 있는 숫자는 많아야 4, 보통은 2~3개가 일반적입니다. 질문과 답변시간을 모두 포함해 통상 7, 5, 3분이 각각 주어지는데, 시간적인 한계로 인해 더 많이 하고 싶어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실제 질의에 활용되지도 않을 수많은 자료요구가 이뤄지고, 그걸 작성해 제출하느라 정부부처, 산하기관 직원들의 업무는 산더미처럼 쌓입니다. 게다가 위원 수가 많은 상임위는 질문을 한번 하기 위해 몇 시간을 일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수없이 많은 행정부처와 산하기관 직원들, 보좌진들이 온종일 대기합니다. 너무도 비생산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광경입니다.

결국 정작 중요한 예결산심사업무가 상당히 부실하게 이뤄지게 됩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매년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국정감사를 시작하도록 하고 있지만, 정기회 집회일인 91일 이전에 국정감사를 시작한 적은 지금껏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가재정법상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된 정부의 예산안을 제대로 들여다 볼 물리적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미리 들여다보긴 하지만, 각 상임위원회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가 국정감사가 끝난 뒤에야 비로소 살펴보기 시작하다 보니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가 되고 맙니다. ‘허례에 정신 팔다가 정작 중요한 실속을 놓치는 셈입니다.

지금도 사실상 매달 임시회가 소집되고 있습니다. 국정 전반이나 현안에 대한 감시와 감독이 충분히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그런데도 굳이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국정감사 제도를 언제까지 유지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국회 보좌진은 물론이고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들도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권리, ‘잃어버린 가을을 찾을 권리, 명절을 가족과 친지들과 보낼 헌법상의 행복추구권을 가진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생각해서라도 조속히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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