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개편 이뤄지나...근본적 개편 여부 미지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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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 정부가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상속세 개편을 논의할 방침이다. 최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상속세 개편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작업이 끝나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세소위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다음달 초중순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실제로 개편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개편 방향에 대한 의견이 나뉘는 탓에 단시간에 근본적인 개편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 부과 방식, 유산세서 유산 취득세로 전환 가능성 언급
- “상속세수 일부를 기본소득으로 배당해야” 갈등 첨예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상속세 개편과 관련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 용역이 끝나는 대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이를 논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상속세는 지난 1999년 세법 개정 당시 과세 표준 30억 원 이상에 최고 50%의 세율을 매기는 현재 체계로 바뀌었고, 22년여만에 개편될 가능성이 언급된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4일(현지 시각) 주요 20개국 협의체(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기자단 대상 간담회에서 “상속세 부과 방식을 유산세에서 유산 취득세로 전환해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문제를 짚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행 유산세 방식은 여러 상속인이 각기 다른 금액의 유산을 나눠 받더라도 전체 유산 총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세금을 내야 한다. 과표 확대와 누진세율 적용, 최대 주주 할증 등을 고려하면 세 부담이 커진다. 반면 유산 취득세 방식은 유산을 상속인에게 먼저 분할한 뒤 세율을 적용하는 만큼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특징이 있다.

상속세 부과 과세자 비율
약 2.4%에 불과...‘갈등’


이런 가운데 상속세 개편과 관련한 의견은 첨예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상속세 개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는 반면 개편에 따른 혜택이 특정 층에만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상속세가 부과되는 과세자 비율이 전체 피상속인(사망 또는 실종선고로 상속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의 약 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갈등은 커지는 상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정부가 상속세 과세체계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인 데 대해 극히 일부의 최상층이 부담하는 세금을 깎아주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21일 용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 등을 통해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상속세 과세자 수는 8357명으로 전체 피상속인(34만5290명)의 2.42%에 불과했다. 평균 상속세 과세가액은 약 21억 원이었다. 

상속세는 모든 상속재산으로 상속세 과세가액을 산정한 뒤 각종 공제액(기초·인적·물적 공제)을 차감한 과세표준에 상속세율(10∼50%)을 적용해 계산한다. 이 경우 일괄 공제(5억 원)와 배우자 공제(최소 5억 원) 등 혜택을 고려하면 통상적으로 10억 원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나아가 때에 따라 더 많은 금액을 공제받을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용 의원은 유산취득세와 관련한 내용을 언급하며 “각종 공제를 축소하거나 과세 대상을 넓히면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현행 세수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상속세 개편 필요성이 제기된 사회적 맥락이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부유층의 세 부담 증가 완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조치가 함께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과 소득격차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부유층 세 부담 경감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상속세수 일부를 기본소득으로 배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산취득세는 재산을 취득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매겨지는 방식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 대부분은 상속세를 폐지했거나 유산취득세 방식을 택하고 있다.

상속세와 함께 ‘골드바’ 언급
절세‧탈세 유용 지적 일어


홍남기 부총리는 상속세 개편방안과 관련한 국정감사를 통해 골드바의 절세‧탈세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골드바가 절세·탈세에 유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이번 상속세 개편방안을 보면서 같이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골드바 거래는 구입 당시 부가세 10%가 부과되지만 이후 흐름을 파악해 상속세, 양도세 등을 과세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최근 인터넷을 통해 ‘무기명 현금거래’를 통해 거래 정보가 남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많이 공유되고 있다고 짚었다.

박 의원은 “골드바가 상속자 재산 목록에는 있지만 실제로 상속받지 않았다고 하면 추정가액으로 돼 절세나 탈세가 유용하다”며 “거래 정보가 남지 않는다면 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올해 9월까지 골드바 무기명 현금거래액이 253억 원에 이른다”며 “골드바 거래가 탈세, 비자금 조성 목적으로 사용되는 데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동안 상속세와 관련해서는 이처럼 “‘부의 대물림’ 문제 해결을 위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과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평행선을 달려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삼성 상속세 없애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온 바 있다. 당시 청원인은 “우리나라를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이끌고 도와준 이건희 회장이 별세했다”며 “나라를 위해 일하셨던 분으로 존경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재산 18조 원 중에서 10조 원을 상속세로 가져가려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18조 원이라는 자산도 세금을 다 내며 벌어들인 돈인 만큼 상속세를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상속세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한 재계 관계자는 본지에 “상속세는 과도한 부의 대물림을 방지하기 위한 세금”이라며 “상속세 걱정은 종부세 내는 부자 걱정해주는 것 만큼이나 세상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속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는 대상자야 말로 ‘금수저’라고 언급하며 비꼬았다.

일각에서는 과거와 비교해 과세 인프라가 많이 개선된 만큼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본지에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싼 세율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것”이라며 “상속세 과세 체계를 이번 계기로 점검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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