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39 대선을 70여일 앞두고 제1야당 국민의힘 내홍이 심상치 않다. 불안요소 중 하나인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과 이준석 대표 간의 불협화음이 또다시 터지고 말았던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공보단장 간 갈등이지만 그 속엔 선거대책위원회 인적쇄신, 윤핵관 후퇴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윤석열-이준석 울산회동 후 달라진 게 전혀 없다며 여전히 윤핵관이 윤석열 후보의 눈과 귀를 가려 제대로 된 판단을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 대표가 윤핵관을 거론하며 선대위에 보직을 맡은 사람들은 전원사퇴하고 선대위의 6개 본부 체제를 해체해야 한다고 강경발언을 연일 쏟아내면서 사태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윤석열 대선 후보와 가깝다고 자기 기능을 초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결국 윤핵관을 둘러싼 윤석열-이준석갈등이 재점화된 셈이다.

뉴시스
뉴시스

- 이대표, “전원 사퇴”- 김종인, “오버하지 마라선대위 재편
기둥헬기띄우겠다는 김 위원장, ‘원톱선대위 퍼즐 맞추기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 논란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로 인해 불거졌다. 이 대표는 윤석열 후보와의 울산회동이 있기 전, 일부 측근을 대동하고 부산과 전남 순천·여수, 제주를 떠돌았다. 그러면서 윤 후보와 윤핵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당대표는 적어도 대통령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 “익명으로 장난치고 후보 권위를 빌려 호가호위하는 것”, “전반적으로 그 파리떼들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직격했다. 윤핵관을 색출하지 않으면 대선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 대표의 강경 발언이 연일 이어지자 윤 후보 주변에서는 이 대표를 포용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대선 승리라는 큰 목표를 둔 윤 후보는 결국 이 대표와 울산 회동에 나섰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부산에서 셀카 유세를 벌이는 등 두 사람 간의 관계는 끈끈해졌고, 윤핵관은 종적을 감추는 듯했다.

이준석-조수진 갈등, ‘윤핵관논란 불거져

그런데 또 다시 윤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에 대한 문제들이 터져 나오는 과정에서 당내 갈등이 불거졌다. 지난 20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 조수진 공보단장이 윤석열 후보 의견을 전달하겠다. 후보 아내와 관련한 사과는 온전히 후보 몫이다. 같은당 의원들이 왜 도와주지 않느냐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본 이 대표는 조 단장을 향해 쿠키뉴스에 나오는 윤핵관이나 수습하지 뭘 했나. 계속 나쁜 소리를 하는데라며 질책하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에 조 단장은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며 이 대표에게 사실상 항명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책상을 내리치는 등 고성이 오갔다.

일부 참석자는 조 단장의 말을 듣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김씨 의혹과 관련해 후보 측이 현역 의원들을 상대로 정보를 공유한 적도, 선대위 차원의 대응 전략을 제시한 적도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한 참석자는 조 단장에게 후보와 전화를 하고 왔으면 (그런 발언을) 말려야 할 사람이 왜 의원들에게 일을 하네 마네 하느냐는 취지로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김건희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윤 후보의 지지율이 빠지자 선대위가 이에 대응할 방안을 찾던 과정에서 조 단장이 나는 후보와 직접 소통한다는 식의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이 대표는 선대위직 사퇴라는 강수를 뒀다. 이 대표는 선대위 홍보미디어 총괄본부에서 준비했던 것들은 승계해서 진행해도 좋고 기획을 모두 폐기해도 좋다저는 복귀할 생각이 없다” “어떤 미련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부 핵심 관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에 가려서 빛을 못 보는 분들이 당내에 많다정권교체를 위한 마음은 있으나 실제 참여할 길이 없는 많은 다른 의원님들이나 당원들의 마음도 비슷한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사퇴 문제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게 알렸지만 윤 후보와는 소통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는 제가 보직을 사퇴하는 것을 상의하는 문제는 후보와 관계가 없다개인적인 거취표명에 대해 후보와 상의하지 않아도 저는 주체적 판단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이미 선대위 구성에 대해 제 의사 여러 번 밝힌 바 있고, 그건 후보가 오롯이 선택하는 것이라며 선거에 대한 무한책임은 후보가 갖는 것이고, 후보의 선택을 항상 존중한다고 했다. 이준석 사퇴로 국민의힘 선대위 내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윤핵관논란이 또 다시 불거진 셈이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당대표실에서 이준석 대표와 만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2021.12.21. 뉴시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당대표실에서 이준석 대표와 만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2021.12.21. 뉴시스

겉으론 조수진 겨냥, 속으론 선대위 쇄신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조 단장과의 갈등은 표면적 이유고, 실제로는 선대위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인식 하에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울산회동 이후 단 하나도 바뀐 것이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선에서 필패할 것이라며 조 단장 갈등이 기폭제가 됐을 뿐 사실상 선대위 인적쇄신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차원에서 이 대표는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을 정조준했다. 그는 선대위를 공개 비판한 장 의원의 글을 두고 전혀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장제원 의원께서 저도 모르는 얘기를 내놓기 시작한다장제원 의원께서 굉장히 정보력이 좋으시거나 아니면 핵심 관계자임을 선언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대위 내에 아무도 모르는 내용들을 그렇게 했다는 건 무슨 정치장교인가라고 따졌다.

실제 대선 전략의 핵심인 후보 일정조차 당 안에서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연일 쏟아지는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과 관련한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내부에서 공유되지 않아 선대위는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선대위 규모는 큰데 배우자 사태 때 후보만 바라보고 일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배우자 리스크가 당초부터 큰 문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당내에 넓게 형성돼 있었는데 후보에 아무도 직언도, 조언도 못하고 제대로 대응해낸 사람이 없었다는 비판이다. 더구나 비선 캠프가 있다 보니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기획을 했더라도 선대위 내부에 보고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다보니 선대위 캠프 관계자들은 윤핵관라인에 줄을 대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 윤 후보 주변에는 동창들이 포진해 있다. 게다가 수십 명의 전직 법조인들이 역할 분담까지 해서 움직인다. 사조직이 움직이다 보니 선대위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선대위 중심으로 대선을 치를 필요가 있다. 더구나 업무 중복 등 캠프가 제대로 돌아가지는 않는 상태라며 캠프를 슬림화 필요가 있을 뿐 아니라 전면적 쇄신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종인 원톱 체제 완성, 빈껍데기 선대위 만드나?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11.25. 뉴시스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11.25. 뉴시스

선대위 내부 상황을 속속 알고 있었던 탓일까. 이 대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대위 내 본부장급 인선을 새로 해야 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본부장급이 모두 물러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김종인 원톱체제를 만들기 위해 이 대표가 선대위에서 모든 직을 내려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종인-이준석이 겨누고 있는 칼끝은 동일하게 윤핵관일 것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 김 총괄위원장은 나 자신도 선대위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데, 그 원인은 나는 후보와 개인적으로 가까우니 나는 나름대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인 것 같다각자 맡은 바 임무 외에 자기 기능을 발휘하려고 해서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나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선대위를 항공모함에 비유하며 기동헬기를 띄우겠다고도 했다. 그는 “(선대위) 사람들을 지금 당장 다 나가라고 할 수는 없고, 그 사람들이 있는 한에서 무시할 것은 무시하고 내가 할 일만 하고 끌고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이렇게 본다고 말했다.

이를 볼 때 김 총괄위원장은 선대위 구조를 유지하되, 실질적인 의사결정에는 전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윤핵관을 배제할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기능과 직제를 빈껍데기로 만들어 사실상 전면 개편 효과를 누리겠다는 의도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윤석열 후보로부터 선대위 재편할 권한을 넘겨받는 순간 김종인 원톱 체제가 완성됐다표면적으로는 일일조정회의를 통해 전체 메시지를 조율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김 총괄위원장이 직접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로 선대위가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핵관이 집단 반발할 경우 윤 후보가 이를 수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두 차례 내부 갈등 여파로 여론과 지지율이 크게 악화된 경험을 한 만큼, 윤 후보도 측근들에 대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